교통사고, 강도, 납치, 가까운 동역자의 사망 등 급작스러운 사건사고는 선교현장의 선교사들에게도 예외 없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선교초기 적응과정에서의 스트레스, 10년 이상의 선교중기에 경험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영적 탈진, 추방이나 가족의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한 도중 하차나 퇴임 후 느끼는 좌절감, 상실감 등 다양한 위기 상황은 선교사에게 ‘내면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선교상담지원센터(MCC, Korea Member Care Center) 공동대표 이경애 선교사(사진)는 “치명적 위기 등을 경험한 선교사들이 적기에 치료 받지 못하면 정신적 충격, 긴장, 두려움, 불안감 등이 극심해져 사역 효율성이 감소하고 인간관계가 어려워져서 중도탈락의 가능성이 커진다”며 “그들의 위기가 나의 위기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국교회가 현장 선교사들에게 충분한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CC는 선교사 및 선교 헌신자와 자녀들의 정신건강을 돌보기 위해 심리검사, 상담, 세미나, 훈련 등을 하는 KWMA 산하기구다.
최근 KWMA 회의실에서 열린 선교행정학교 교육에서 이경애 선교사는 ‘현장 선교사 지원을 위한 멤버케어의 이해와 실제’를 주제로 강의했다. 각 파송단체, 기관의 멤버케어 담당자 20여 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그는 선교사 위기 관리 현황 및 멤버케어의 중요성, 멤버케어 방법 등을 소개했다.
이날 이 선교사는 “국제선교계에서는 선교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크든 작든 심층 분석하여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처 방법, 예방법 마련에 최선을 다한다”며 “하지만 한국선교계는 생각하면 불행하고 불편한 사건들은 마음에 묻거나 잠재우고, 속히 평정과 위안을 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아프간 사태도 다양한 측면에서 심층 분석하고 또다시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이 필요했다”며 “다행히 사건 발생 6년만인 지난 4월 위기 상황 대처법과 함께 종합보고서 형태로 발간돼 교단, 선교단체에 배포됐다.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아프간 피랍사건 이후 2010년 발족한 사단법인 한국위기관리재단은 창단 3주년을 맞아 12월 2일 오후 2시 남서울비전센터에서 위기포럼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한국교회와 한국선교계가 아프간 피랍사건의 교훈을 깊이 헤아리고 성숙한 위기관리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준비됐다.)
크고 작은 위기를 무수히 경험하는 선교사들의 반응양식은 크게 ‘과잉반응’ 또는 ‘평가절하’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경애 선교사는 “극적 표현으로 관심을 끌려고 해도 문제지만 믿음, 신앙의 문제로 덮어버리려는 경향도 큰 문제”라며 “위기 경험 후 내면이 흔들리고 불안정하지만 선교사 스스로도 내면 위기의 심각성과 이것이 사역에 미칠 영향을 잘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선교사들이 위기 상황을 겪고도 찾아가 대화할 수 있는 ‘신뢰의 대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본부에 보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혼자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보면 혹시 본국교회, 선교단체의 태도가 선교사들의 이런 대처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몇 세기 전만해도 나가는 선교사나 보내는 선교사나 선교란 ‘희생’이란 인식이 강했다. 18세기 초부터 약 2백년 간 개신교 선교 역사에 큰 공헌을 한 모라비안 선교사들은 선교지로 갈 때 관을 짜서 그 안에 자신들이 쓸 물건들을 넣고 떠났다. 선교지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떠나는 길이 바로 선교의 길이라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선교사 멤버케어에 대한 인식이 생긴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1970년대 이후 국제선교계 내에서 선교사 멤버케어의 중요성이 이야기되기 시작해 지금은 선교사 토탈 멤버케어를 논할 정도로 진전을 이뤘다. 한국의 경우 파송교단, 선교단체, 교회가 각자 멤버케어를 실시하다가 1999년 MCC 출범 이후 전문적인 멤버케어 사역이 시작됐다. MCC는 선교사 내면 위기를 비롯한 심리정서적인 영역에 초점을 두고 사역하고 있다.
이경애 선교사는 “정치와 치안이 불안정한 선교 현장의 많은 선교사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치명적인 사건을 겪을 확률이 더 높다”며 “‘현장 선교사들이 위기를 잘 관리하여 하나님의 부르심을 끝까지 감당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까’가 보내는 선교사의 주된 관심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교회, 선교단체는 선교현장의 치명적 위기 사태들이 힘들고 당황스러울 수 있다”며 “하지만 선교사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본국교회, 선교단체들이 항상 자신들과 함께하고 있으며 진정한 도움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본국교회, 선교단체가 “선교사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을 겪었을 뿐”이라며 무심한 반응을 보이거나 사태 수습, 행정적 처리에만 신경 써 선교사 케어는 뒷전으로 밀려날 때 선교사들은 의지하고 있던 대상으로부터 외면 받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역에 좋을 리가 없는 일이다. 파송단체, 기관, 보내는 선교사들은 선교사들과 무엇보다 상호 신뢰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하고 사람 중심의 멤버케어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 선교사는 선교초기, 선교중기, 선교말기 등 사역단계별 멤버케어를 소개하기도 했다. 언어, 문화, 기후 등 모든 것에 적응해야 하는 선교초기에는 현지 리더십, 본국 등으로부터 격려와 지지, 지원이 많이 필요한 시기다. 그는 “선교초기부터 ‘당신은 정말 케어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교사의 마음이 열리고 치유 과정이 시작되면 멤버케어 담당자는 다음에 그 선교사를 위해 무엇을 도와줄지 지혜가 생기며, 선교사 안에도 감사와 신뢰가 구축돼 선교중기까지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부모 선교사들은 파송되기 전 타문화선교훈련을 받지만, 자녀들을 위한 타문화권적응훈련은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케어도 출국 전부터 고려되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사역한 지 10년쯤 지나 선교중기가 되면 선교사들은 언어, 사역의 발전 등에 몰두해 영적 고갈, 건강 문제 등을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선교사는 “선교중기에 이르면 대단한 성취를 한 것 같은데 내면은 공허하다든지, 선교의 향방을 잃어버린다든지, 심한 탈진과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며 “본국에 나와 케어를 받기 어려운 경우 찾아가는 멤버케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방, 사고, 비자 거부 등으로 선교현장에서 도중 하차하거나, 일선에서 퇴임하는 선교말기의 선교사들에게는 지금까지의 그들의 헌신을 충분히 인정해주고 여전히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는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선교현장에서는 떠났지만 선교사로서 가치와 정체성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강조해주고, 선교사들이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다. 또 교회는 선교사에게 선교사역을 보고할 기회를 자주 제공하고 그 동안 선교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인정하고 감사를 표현해야 한다. 선교사들의 이후의 삶에 대해 파송단체, 기관이 함께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선교사는 “선교사역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귀국한 이들은 좌절감, 실패감, 죄책감, 분노가 생기거나 생의 방향성을 잃고 정체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며 “멤버케어 담당자는 디브리핑(Debriefing, 사후설명) 전문가가 돼 선교말기의 선교사들이 힘겨움을 털어낼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디브리핑 훈련이 필수다. 이 선교사는 “파송단체, 기관마다 멤버케어 전문가 양성이 중요한 과제”라며 이달 11일부터 14일까지 노량진교회 기념관에서 진행되는 디브리핑 세미나 초급과정에 선교 지도자와 멤버케어 담당자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그는 “추방이나 퇴임의 위기 가운데 있는 선교사는 특히 하나님 앞에 앉는 코람데오(coram deo)가 절실히 필요하며, 하나님께 의구심을 가졌다 할지라도 하나님 앞에서 묵상하며 하나님과 나의 계획이 다를 수 있다고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 또 무엇을 함으로써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그리스도 안에서 성숙을 경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교통사고, 강도, 납치 등 치명적인 위기를 겪은 선교사에게는 보다 체계화되고 구조화된 위기디브리핑(CID, Critical Incident Debriefing)이 필요하다. 사건 경험 후 24시간에서 72시간 이내에 시행되어야 선교사들이 스스로 신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 가장 정확하게 회상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위기디브리핑은 직접 위기를 경험한 당사자뿐 아니라 함께 충격 받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시행돼야 한다. 이경애 선교사는 “치명적 위기로 인한 불필요한 후유증을 예방하고 빠른 회복을 위해 CID는 필수”라며 “CID가 잘 되면 사고 당사자는 정서적으로 빨리 안정을 찾고 팀은 응집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향후의 위기 발생 시에 보다 정확한 사태파악 및 대처능력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선교사는 “우리나라에도 CID 역할을 할 전문인력이 준비되고 이것이 선교의 한 영역으로 잘 세워져야 한다”며 “법률전문가, 의사, 심리치료전문가, 선교단체 리더십 등이 한 팀을 이루는 CID는 어느 한 단체가 감당할 수 없는 사역으로, 한국위기관리재단과 선교단체, 교회들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위기 상황에서 보안수칙, 행동수칙 등이 몸에 밸 정도로 위기대처훈련을 시키고, 위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사전에 교육시켜 실제 상황에서 공포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이경애 선교사는 “적기에 멤버케어가 이뤄지면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 선교사가 더 건강해지고 기도하던 후원교회의 응집력도 강화된다”며 “이는 결국 땅 끝의 열매를 위한 헌신자를 증가시키고 선교사가 끝까지 사역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적기에 적절한 멤버케어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 선교사는 “선교사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진 선교지 영혼을 구하기 위해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이들이며, 우리는 그 밧줄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사들이 우리에 대해 엄청난 신뢰를 갖고 어두운 곳으로 계속 내려가는 것처럼 우리 역시 살아있는 동안 결코 이 밧줄을 놓지 않겠다는 철저한 동역의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2만5천여 선교사들을 내보낸 한국교회가 어떤 사명을 받았는지 깊이 인식하고 멤버케어라는 귀한 사역을 잘 감당해나가면 좋겠다”고 기대를 전했다.
한국선교상담지원센터(MCC, Korea Member Care Center) 공동대표 이경애 선교사(사진)는 “치명적 위기 등을 경험한 선교사들이 적기에 치료 받지 못하면 정신적 충격, 긴장, 두려움, 불안감 등이 극심해져 사역 효율성이 감소하고 인간관계가 어려워져서 중도탈락의 가능성이 커진다”며 “그들의 위기가 나의 위기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국교회가 현장 선교사들에게 충분한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CC는 선교사 및 선교 헌신자와 자녀들의 정신건강을 돌보기 위해 심리검사, 상담, 세미나, 훈련 등을 하는 KWMA 산하기구다.
최근 KWMA 회의실에서 열린 선교행정학교 교육에서 이경애 선교사는 ‘현장 선교사 지원을 위한 멤버케어의 이해와 실제’를 주제로 강의했다. 각 파송단체, 기관의 멤버케어 담당자 20여 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그는 선교사 위기 관리 현황 및 멤버케어의 중요성, 멤버케어 방법 등을 소개했다.
이날 이 선교사는 “국제선교계에서는 선교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크든 작든 심층 분석하여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처 방법, 예방법 마련에 최선을 다한다”며 “하지만 한국선교계는 생각하면 불행하고 불편한 사건들은 마음에 묻거나 잠재우고, 속히 평정과 위안을 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아프간 사태도 다양한 측면에서 심층 분석하고 또다시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이 필요했다”며 “다행히 사건 발생 6년만인 지난 4월 위기 상황 대처법과 함께 종합보고서 형태로 발간돼 교단, 선교단체에 배포됐다.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위기를 무수히 경험하는 선교사들의 반응양식은 크게 ‘과잉반응’ 또는 ‘평가절하’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경애 선교사는 “극적 표현으로 관심을 끌려고 해도 문제지만 믿음, 신앙의 문제로 덮어버리려는 경향도 큰 문제”라며 “위기 경험 후 내면이 흔들리고 불안정하지만 선교사 스스로도 내면 위기의 심각성과 이것이 사역에 미칠 영향을 잘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선교사들이 위기 상황을 겪고도 찾아가 대화할 수 있는 ‘신뢰의 대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본부에 보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혼자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보면 혹시 본국교회, 선교단체의 태도가 선교사들의 이런 대처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몇 세기 전만해도 나가는 선교사나 보내는 선교사나 선교란 ‘희생’이란 인식이 강했다. 18세기 초부터 약 2백년 간 개신교 선교 역사에 큰 공헌을 한 모라비안 선교사들은 선교지로 갈 때 관을 짜서 그 안에 자신들이 쓸 물건들을 넣고 떠났다. 선교지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떠나는 길이 바로 선교의 길이라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선교사 멤버케어에 대한 인식이 생긴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1970년대 이후 국제선교계 내에서 선교사 멤버케어의 중요성이 이야기되기 시작해 지금은 선교사 토탈 멤버케어를 논할 정도로 진전을 이뤘다. 한국의 경우 파송교단, 선교단체, 교회가 각자 멤버케어를 실시하다가 1999년 MCC 출범 이후 전문적인 멤버케어 사역이 시작됐다. MCC는 선교사 내면 위기를 비롯한 심리정서적인 영역에 초점을 두고 사역하고 있다.
이경애 선교사는 “정치와 치안이 불안정한 선교 현장의 많은 선교사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치명적인 사건을 겪을 확률이 더 높다”며 “‘현장 선교사들이 위기를 잘 관리하여 하나님의 부르심을 끝까지 감당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까’가 보내는 선교사의 주된 관심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교회, 선교단체는 선교현장의 치명적 위기 사태들이 힘들고 당황스러울 수 있다”며 “하지만 선교사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본국교회, 선교단체들이 항상 자신들과 함께하고 있으며 진정한 도움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본국교회, 선교단체가 “선교사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을 겪었을 뿐”이라며 무심한 반응을 보이거나 사태 수습, 행정적 처리에만 신경 써 선교사 케어는 뒷전으로 밀려날 때 선교사들은 의지하고 있던 대상으로부터 외면 받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역에 좋을 리가 없는 일이다. 파송단체, 기관, 보내는 선교사들은 선교사들과 무엇보다 상호 신뢰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하고 사람 중심의 멤버케어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 선교사는 선교초기, 선교중기, 선교말기 등 사역단계별 멤버케어를 소개하기도 했다. 언어, 문화, 기후 등 모든 것에 적응해야 하는 선교초기에는 현지 리더십, 본국 등으로부터 격려와 지지, 지원이 많이 필요한 시기다. 그는 “선교초기부터 ‘당신은 정말 케어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교사의 마음이 열리고 치유 과정이 시작되면 멤버케어 담당자는 다음에 그 선교사를 위해 무엇을 도와줄지 지혜가 생기며, 선교사 안에도 감사와 신뢰가 구축돼 선교중기까지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부모 선교사들은 파송되기 전 타문화선교훈련을 받지만, 자녀들을 위한 타문화권적응훈련은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케어도 출국 전부터 고려되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사역한 지 10년쯤 지나 선교중기가 되면 선교사들은 언어, 사역의 발전 등에 몰두해 영적 고갈, 건강 문제 등을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선교사는 “선교중기에 이르면 대단한 성취를 한 것 같은데 내면은 공허하다든지, 선교의 향방을 잃어버린다든지, 심한 탈진과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며 “본국에 나와 케어를 받기 어려운 경우 찾아가는 멤버케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방, 사고, 비자 거부 등으로 선교현장에서 도중 하차하거나, 일선에서 퇴임하는 선교말기의 선교사들에게는 지금까지의 그들의 헌신을 충분히 인정해주고 여전히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는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선교현장에서는 떠났지만 선교사로서 가치와 정체성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강조해주고, 선교사들이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다. 또 교회는 선교사에게 선교사역을 보고할 기회를 자주 제공하고 그 동안 선교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인정하고 감사를 표현해야 한다. 선교사들의 이후의 삶에 대해 파송단체, 기관이 함께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선교사는 “선교사역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귀국한 이들은 좌절감, 실패감, 죄책감, 분노가 생기거나 생의 방향성을 잃고 정체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며 “멤버케어 담당자는 디브리핑(Debriefing, 사후설명) 전문가가 돼 선교말기의 선교사들이 힘겨움을 털어낼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디브리핑 훈련이 필수다. 이 선교사는 “파송단체, 기관마다 멤버케어 전문가 양성이 중요한 과제”라며 이달 11일부터 14일까지 노량진교회 기념관에서 진행되는 디브리핑 세미나 초급과정에 선교 지도자와 멤버케어 담당자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그는 “추방이나 퇴임의 위기 가운데 있는 선교사는 특히 하나님 앞에 앉는 코람데오(coram deo)가 절실히 필요하며, 하나님께 의구심을 가졌다 할지라도 하나님 앞에서 묵상하며 하나님과 나의 계획이 다를 수 있다고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 또 무엇을 함으로써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그리스도 안에서 성숙을 경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교통사고, 강도, 납치 등 치명적인 위기를 겪은 선교사에게는 보다 체계화되고 구조화된 위기디브리핑(CID, Critical Incident Debriefing)이 필요하다. 사건 경험 후 24시간에서 72시간 이내에 시행되어야 선교사들이 스스로 신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 가장 정확하게 회상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위기디브리핑은 직접 위기를 경험한 당사자뿐 아니라 함께 충격 받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시행돼야 한다. 이경애 선교사는 “치명적 위기로 인한 불필요한 후유증을 예방하고 빠른 회복을 위해 CID는 필수”라며 “CID가 잘 되면 사고 당사자는 정서적으로 빨리 안정을 찾고 팀은 응집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향후의 위기 발생 시에 보다 정확한 사태파악 및 대처능력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선교사는 “우리나라에도 CID 역할을 할 전문인력이 준비되고 이것이 선교의 한 영역으로 잘 세워져야 한다”며 “법률전문가, 의사, 심리치료전문가, 선교단체 리더십 등이 한 팀을 이루는 CID는 어느 한 단체가 감당할 수 없는 사역으로, 한국위기관리재단과 선교단체, 교회들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위기 상황에서 보안수칙, 행동수칙 등이 몸에 밸 정도로 위기대처훈련을 시키고, 위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사전에 교육시켜 실제 상황에서 공포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이경애 선교사는 “적기에 멤버케어가 이뤄지면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 선교사가 더 건강해지고 기도하던 후원교회의 응집력도 강화된다”며 “이는 결국 땅 끝의 열매를 위한 헌신자를 증가시키고 선교사가 끝까지 사역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적기에 적절한 멤버케어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 선교사는 “선교사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진 선교지 영혼을 구하기 위해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이들이며, 우리는 그 밧줄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사들이 우리에 대해 엄청난 신뢰를 갖고 어두운 곳으로 계속 내려가는 것처럼 우리 역시 살아있는 동안 결코 이 밧줄을 놓지 않겠다는 철저한 동역의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2만5천여 선교사들을 내보낸 한국교회가 어떤 사명을 받았는지 깊이 인식하고 멤버케어라는 귀한 사역을 잘 감당해나가면 좋겠다”고 기대를 전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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