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영 목사
▲노창영 목사
평화 통일의 개념은 이론이나 철학, 이념이나 신념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절실히 필요한 실천의 과제이다. 이는 성경대로 수직적으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화목한 사람들(롬 5:1)이 수평적으로 할 수 있거든 모든 사람과 평화 하라는 말씀의 실천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롬 12:18). 평화와 통일로 가는 실천의 길은 개인, 가정, 관계, 민족, 집단, 국가의 차원에서도 동일한 실천적 원리가 적용된다. 그것은 용서(forgiveness)와 화해(reconciliation)이다. 가해자의 진실한 용서의 구함과 피해자의 용서를 통하여 평화와 화해가 이루어진다. 가해와 피해는 많은 경우에 보복의 악순환을 낳는다. 역대 모든 정권들을 기억하여 보라. 정권을 장악한 정치집단들은 그들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고통을 주었던 선대 정권의 지도자나 선대 정권 앞에 굴복한 경제 집단에게 각종 보복으로 재판정에 서게 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을 응징하였다.

정치인과 지도자들은 성군 다윗에게 배워야 한다. 다윗은 블레셋의 장군 골리앗을 물맷돌 하나로 넘어뜨려 이스라엘의 영웅이 되면서 이를 질투한 사울왕의 공격의 표적이 되었고, 십여 년을 사울왕을 피하여 동굴로, 들로, 광야로, 이방 나라로 피해 다니며 생존한다. 다윗은 자신의 원수인 사울왕을 죽일 수 있는 완벽한 기회를 두 번이나 포기하고 그를 용서한다. 그리고 사울왕과 아들들이 전투에서 죽자 그들을 애도하였고, 사울왕의 군대 장관인 아브넬을 끌어안는다. 사울의 왕세손인 절뚝발이 므비보셋에게는 왕자의 특권과 사울의 재산을 회복시켜준다.

심지어는 아들 압살롬의 쿠데타 때문에 피난 가던 자신에게 돌을 던지며 저주하고 욕하는 사울왕의 친척 시므이마저 용서한다. 자신에게 칼을 겨눈 셋째 아들 압살롬이 죽었을 때 가슴 아파 울었고, 자신의 가신이었다가 압살롬 편에 붙은 군대 장관 아마사를 자신의 휘하로 끌어들였으며, 자신을 배신한 모든 사람을 끌어안는다.

다윗왕은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고려 태조 왕 씨의 후손을 강화도와 거제도에서 집단 학살하여 왕 씨 국가 재건의 씨를 말린 비열한 짓을 하지 않았고, 현대사의 한국 정치인 같은 보복 정치도 하지 않았다. 모든 보복, 원한의 고리를 다윗은 자신의 대에서 끊어버렸고, 적들을 끌어안았고, 용서하였다. 다윗의 평화의 신학, 용서의 신학을 배워야 한다.

이같은 용서와 평화의 사람인 다윗에게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나이 30세에 남쪽 유대 지파와 베냐민 지파의 왕이 되게 하셨고, 이를 뛰어넘어 그의 나이 37세에는 열두 지파를 다스리는 이스라엘 통일왕국의 통치자가 되도록 축복하신다.

교회사를 보면 A.D.390년에 데살로니가에서 전차경주가 있었는데, 유력한 전차경주자가 병이 들어 출전을 못 하자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켜 주둔부대의 로마군대 사령관과 로마 관리 여러 명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경건한 기독교도였던 로마의 데오도시우스황제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군대를 보내어 데살로니가 시민들을 원형경기장 안에 가두고 7,000명을 학살하였다. 이같은 황제의 야만적인 대학살 사건을 보고 밀라노의 감독이었던 암브로시우스는 황제의 수찬정지와 출교를 명령한다. 황제는 8개월간의 은둔생활과 공적인 회개, 사형판결 확정 전 30일간의 사형집행유예, 죽은 자의 가족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고 해벌되어 교회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고백과 회개와 용서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른다.

한국교회와 민족도 북한뿐 아니라 어떤 적이나 원수도 끌어안을 수 있는 용서와 화해의 마음이 필요하다. 다윗의 마음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평화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지만, 심리학자 아돌프 아들러(Adolf Adler)가 말한 대로 미움받을 용기도 필요한 것이다. 내가 상대와 화평하기 원해도 상대가 이를 원하지 않거나 나를 미워할 때, 나는 상대에게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고 대하라는 것이다. 용서는 일방적일 수 있어도 화해는 쌍방 통행적인 것이다. 화평과 화해가 이뤄지지 않아도,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고 다윗처럼 원수를 향한 용서의 신학의 실천자가 되어야 한다.

북한이나 수천 년간 원한관계에 있는 일본에게도 같은 마음이 필요하다. 이 나라들이 우리와 화평하기를 원하지 않아도 미움 받을 용기를 가지고 나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이처럼 평화와 통일은 이론이 아니라 용서와 화해의 삶의 자리에서부터 실천신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개인이나 가정, 직장, 사회, 민족, 국가적 차원에서 용서와 화해를 통한 평화와 통일신학이 구체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모든 목회자, 성도들, 그리고 북한선교나 통일에 관련된 사역에 종사하는 모든 분이 이 같은 마음으로 섬겨주시기를 기도하는 바이다.

노창영 목사(개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