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북한의 박해 강도는 강화, 아프간의 급격한 정세 변화로 순위 변동
76개 박해감시국가의 기독교인 약 3억 6천만 명이 박해 상황 처해
신앙 때문에 5,898명 살해·6,175명 구금 및 체포·공격 받은 교회 5,110개

한국오픈도어가 19일 공개한 기독교 박해 지도 ‘월드와치리스트 2022’
▲한국오픈도어가 19일 공개한 기독교 박해 지도 ‘월드와치리스트 2022’

올해 오픈도어가 선정한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는 ‘아프가니스탄’이었다. 북한은 2002년부터 2021년까지 20년 연속 박해지수 1위를 차지했으나, 올해 2위로 하향 조정됐다. 또한 이번 조사 기간 76개 박해감시국가의 기독교인 약 3억 6천만 명이 박해받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1992년 조사를 시작하여 1993년 첫 보고서를 발표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의 박해지수를 보였다.

한국오픈도어는 19일 서울 용산 CGNTV 1층 비전홀에서 2022 세계 기독교 박해 보고서 ‘월드와치리스트’(WWL, World Watch List) 발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발표는 이날 오후 1시(한국시각) 전 세계에서 동시에 이뤄졌고, 유튜브 채널에서도 생중계됐다.

2022 세계 기독교 박해 보고서 ‘월드와치리스트’ 기자간담회
▲한국오픈도어 사무총장 김경복 선교사가 2022 WWL 1위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의 박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올해 보고서는 2020년 10월 1일부터 2021년 9월 30일까지 조사한 결과를 최근 3개월에 걸쳐 세밀히 분석해 작성됐다. 총 76개국의 박해지수를 다루고 있으며, 이 중 박해지수가 41~60점으로 높은 국가는 19개국, 61~80점으로 매우 높은 국가는 46개국, 81~100점으로 극심한 국가는 11개국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박해가 극심한 11개국에는 1위 아프가니스탄(98점), 2위 북한(96점), 3위 소말리아(91점), 4위 리비아(91점), 5위 예멘(88점), 6위 에리트레아(88점), 7위 나이지리아(87점), 8위 파키스탄(87점), 9위 이란(85점), 10위 인도(82점), 11위 사우디아라비아(81점)가 지목됐다.

한국오픈도어 사무총장 김경복 선교사는 ‘2022 WWL 결과 보고와 동향’에 대한 발표에서 “올해 지난 20년 동안 줄곧 (박해순위) 1위를 지켰던 북한이 2위로 내려오고, 아프가니스탄이 1위로 올랐다”라며 “이것이 북한의 박해 상황이 호전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 극심한 혼란이 있었고 폭력이 그만큼 증가한 것임을 유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2 세계 기독교 박해 보고서 ‘월드와치리스트’ 기자간담회
▲김경복 선교사가 2022 WWL 2위 북한의 박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이어 김 선교사는 “오히려 북한의 기독교 박해 강도는 더욱 강화되었고, 이로 인한 성도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라며 “올해 북한의 박해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북한 내 박해 사건에 대한 정보 수집의 어려움, 확인의 어려움이 있고 아프간에서 급격한 정세 변화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순위 변동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오픈도어의 입장은 순위 변동과 별개로, 북한의 철저하고 시스템적인 기독교 박해는 세계 어느 지역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참혹한 수준이며, 많은 성도가 지금도 지하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픈도어가 제작한 아프가니스탄을 위한 30일 기도 운동 책자
▲오픈도어가 제작한 아프가니스탄을 위한 30일 기도 운동 책자

작년 박해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가 올해 처음으로 1위에 오른 아프가니스탄은 지난 8월 수도 카불이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에 함락되면서 350만 명의 국내 이재민과 220만 명의 국외 난민이 발생했다. 특히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은 전 세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을 고무시킨 반면, 기독교인에게는 가장 위험한 국가가 된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

탈레반 정부는 기독교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추적하고 있고, 기독교 신앙이 드러난 남성들은 거의 대부분 사형에 처하고 있다고 오픈도어는 보고했다. 또한, 기독교인 소녀와 여성들은 강간과 인신매매로 고통당하고, 전리품의 일환으로 탈레반 요원과 강제 결혼을 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에 아프가니스탄의 기독교인들이 주변국 난민캠프로 피신하고 있지만, 주변국 모두 기독교에 적대적 국가이기 때문에 이들이 마주하는 위기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한국오픈도어는 ‘아프가니스탄을 위한 30일 기도’ 운동을 시작하며 한국교회에 책자를 보급하고 있다.

“전 세계 기독교인 7명 중 1명 박해 경험”

한편, 전 세계에서 박해지수가 ‘높음’(40점) 이상인 76개 박해감시국가에 거주하는 약 3억 6천만 명의 기독교인이 박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보다 약 2천만 명이 증가한 수치로, 그만큼 박해 상황이 악화되고 박해 지역이 확장 된 것을 의미한다고 한국오픈도어는 분석했다.

신앙을 이유로 살해된 전 세계 기독교인의 수도 2021년 4,761명에서 24% 증가해 2022년 5,898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 나이지리아에서만 전체 사망자의 79%에 해당하는 4,65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파키스탄이 그 뒤를 이어 11%에 해당하는 620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이외에 부르키나파소, 콩고민주공화국, 모잠비크 등에서도 기독교인에 대한 살해 위협이 급격히 증가했다.

물리적 공격을 받은 교회의 수도 2021년 4,488건보다 올해 5,110건으로 증가했고, 구금되거나 체포된 기독교인 수도 올해 6,175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1,315명은 인도에서 구금 및 체포된 경우로, 인도에서만 전년도보다 구금 및 체포된 기독교인이 44% 증가했다.

2022 세계 기독교 박해 보고서 ‘월드와치리스트’ 기자간담회
▲19일 CGNTV 1층 비전홀에서 2022 월드와치리스트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지희 기자

한편, 미얀마(18위→12위)와 카타르(29위→18위), 인도네시아(47위→28위), 니제르(54위→33위), 부탄(43위→34위) 등의 국가에서 박해가 급증해 박해지수 순위가 높아진 것도 특징이다. 올해 월드컵이 개최되는 카타르의 경우 폭력지수가 2021년 1.5에서 올해 7.2로 급상승했다. 오픈도어 보고서에 따르면, 카타르에서는 이슬람에서 개종한 기독교인들이 신체적, 심리적 폭력과 더불어 여성들의 경우 성폭력에 노출됐다. 또한 정부로부터 극심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주요 가정교회는 대부분 폐쇄되었다.

이슬람 무장 조직인 탈레반의 경우 폭력과 박해 행동 유형이 대담해지면서 사하라 사막 이남의 서아프리카 지역의 무슬림 무장 세력의 박해지수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 박해가 심화하는 어려운 상황 가운데 희소식도 있다. 기존 폭력지수가 높았던 이라크(11위→14위), 시리아(12위→15위), 이집트(16위→20위), 터키(25위→45위)는 폭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오픈도어는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박해의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고 말했다. 또한 “IS에 의해 훼손됐던 이라크 지역에 교황이 방문한 것은 이라크 재건을 위해 더 많은 그리스도인이 이라크 땅으로 돌아오도록 격려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콜롬비아의 글로리아 아고티(Gloria Agoti) 수녀는 이슬람 무장 세력에 납치돼 5년 가까이 포로생활을 하다, 지난 2021년 10월 말리(Mali)에서 석방됐다. 그녀는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시련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말해 많은 이에게 믿음의 도전을 주었다.

2022 세계 기독교 박해 보고서 ‘월드와치리스트’ 기자간담회
▲한국오픈도어 신현필 공동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한국오픈도어 공동대표 신현필 목사(임마누엘교회)는 코로나 팬데믹이 박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묻는 질문에 “나라별로 다르겠지만, 인도의 경우 힌두이즘에 의해 외국의 원조를 기독교인들에게는 나눠주지 않기도 한다. 또 팬데믹으로 방문할 수도 없어 적극적인 복음전도가 막히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또 “성경의 다니엘서, 요한계시록 말씀 등을 통해 보면 박해는 끊임없이 증가한다고 한다”며 “우리 시대의 이 박해에 대해 주도면밀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오픈도어 공동대표 김성태 목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픈도어가 매년 WWL을 발표하는 목적은 세계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히 오픈도어의 주요 사역 대상인 ‘박해 받는 교회’의 형편과 처지를 이해하고, 이들로부터 무엇을 배우며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돌아보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한국오픈도어와 CGNTV가 공동주관했다. WWL 발표에 앞서 함태경 CGNTV 경영본부장은 ‘During Corona 시대, 변화하는 세계 환경 속의 WWL과 디지털 미디어 선교’란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WWL은 한 해 동안 전 세계 기독교 박해감시국가를 대상으로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국제오픈도어 월드와치리서치팀(WWR)이 직접 개발한 분석 방법론을 활용해 박해지수를 산출하는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조사 결과다. 가시적 조사가 비교적 용이한 ‘폭력’ 영역과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압박’ 영역을 5가지(개인, 가족, 사회공동체, 국가, 교회)로 세분화해 총 6가지 영역을 깊이 파악할 수 있는 84개 설문 항목으로 나누어 세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WWR팀과 외부 전문가의 조언, 국제종교자유연구소(IRF)의 감사를 거쳐 매년 초에 결과를 발표해 왔다. 내년에 30년째를 맞는 WWL은 기독교 박해 실태를 국가 간에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 왔으며,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