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교회 부흥의 역사 이끈 존성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1828년 네덜란드선교회 소속의 독일 루터란 출신 칼 귀츨라프 선교사와 런던선교회 소속 영국인 제이콥 톰린 선교사에 의해 태국에서 개신교 역사가 시작된 지 190년이 흘렀다. 하지만 오늘날 태국 복음화율은 0.65%(여호수아 프로젝트 통계)로, 영적으로 여전히 척박한 상태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1938~1939년 사이 능력 있는 중국인 전도자에 의해 놀라운 부흥의 역사가 나타난 적이 있다. 중국교회 역사상 부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존성(송상절·宋常節, 1901~1944)은 중국뿐 아니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홍콩, 태국, 타이완,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9개국을 수개월씩 체류하며 전도집회를 열어 엄청난 회심자를 냈다.

태국 선교사로서 스텔렌보쉬대학교에서 조직신학, 교회사를 전공하고 존성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손승호 선교사는 “존성은 오직 영혼 구원과 복음을 위해 완전히 하나님께 헌신된 사람이었다”며 “놀라운 부흥을 일으킨 존성의 삶과 사역의 특징이 오늘날 진정한 부흥을 소망하는 한국교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고 말했다.

손 선교사는 불교권 선교를 위한 국제네트워크인 씨넷(SEANET·South, East, Southeast and North Asia Network) 코리아가 방주교회(반태효 목사) 비전센터에서 개최한 ‘불교권 이해 및 존성을 통한 부흥’ 일일 세미나에서 태국교회 부흥의 역사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손 선교사는 태국에서 1992년부터 2006년까지 17년간 고신총회세계선교회(KPM), OMF 이중 소속으로 교회 개척과 북부 파야오신학교 사역을 한 후, 2007년 고신선교훈련원장으로 사역하다 국내 교회 담임목회 및 다른 교회 사역자로 섬겼다.

2020년 1월에는 다시 선교사로 헌신하여 KPM, OMF와 함께 불교국가 디아스포라 귀국자 사역(Diaspora Returnee Ministries)을 하고 있다. 이는 인도차이나반도 5개 불교국가에서 한국에 와서 예수를 믿은 영혼이 본국에 돌아간 후에도 신앙을 잃지 않도록 지역교회에 연결해 주고 정착을 돕는 사역이다. OMF 내에는 10여 년 전부터 미국과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전도된 아시아 출신 영혼을 케어하고, 이들이 본국에 돌아가서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열매 맺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디아스포라 귀국자 사역이 계속되어 왔다. 현재 16개국 170여 명의 선교사가 이 사역을 섬기고 있다.

불교권의 척박한 영적 토양

손 선교사는 불교권 선교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복음이 왜곡되어 전달되는 것’을 꼽았다. 물이 담긴 유리컵에 젓가락을 넣으면 굴절돼 보이는 것처럼 민간신앙, 대승불교, 소승불교, 힌두교, 정령숭배, 조상숭배가 혼합된 태국인들에게 복음의 의미가 왜곡되지 않고 올바르게 전달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손 선교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변하지 않지만, 역사와 문화적 인과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 세계, 내적 세계를 깊이 이해한 뒤 복음을 전해야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며 “태국 사람의 내적 세계에 어떤 것을 담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복음을 전하면, 표적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손 선교사는 유명한 성경구절인 요한복음 3장 16절(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을 예로 들어 불교권 선교의 어려움을 전했다. 태국 상좌부불교권(소승불교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계관에는 ‘하나님’이라는 신적 개념이 없고, 자신이 해탈하여 완전한 경지에 이르러 자력으로 구원받는 것을 추구한다. 대승불교에서는 불교의 창시자 고타마 싯다르타(석가모니)에 신적 개념을 부여하지만, 상좌부불교에서는 자기 안에 완전성을 가진 인격이 있으니 자기 안의 신적 존재(불성)를 발견하고, 내가 깨달아서 신이 되고 나를 구원하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도 불교에서는 ‘욕망’의 또 다른 이름이다. 손 선교사는 “석가모니가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해 열반(해탈)에 이른다면, 열반에 이르기 전 고난의 원인인 집착, 욕망이 사랑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하나님이란 분이 세상을 사랑했다고 한다면 아직도 집착과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고타마 싯다르타가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 전 단계에 머물러 있는 불완전한 존재로 취급하는 것이다.

‘독생자의 십자가 사건’도 태국인들의 세계관으로는 ‘전생에 얼마나 죄가 많으면 저렇게 비참하게 죽을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내가 아닌 다른 인격체를 믿고 신으로 예배하는 ‘믿는다’는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 싯다르타의 유언이 ‘자등명법등명’으로 ‘너희는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법(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 이밖에 다른 사람이나 신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너 자신을 믿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태국인들에게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에 의지해야 한다”는 말을 이해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영생’을 얻게 한다는 것은 태국인들에게는 가장 큰 문제다. 손 선교사는 “열반에 이르기 전 수천 억겁을 돌며 남자, 여자, 짐승 등으로 태어나고 죽는 것을 반복하는 윤회를 믿는 이들에게 구원이란 바로 윤회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업보(카르마)를 많이 쌓아 열반하여 영원한 윤회에서 나오기 바라는 이들에게 요한복음 3장 16절은 좋은 소식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승호 선교사는 “언어를 잘 안다고 선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의 내적 세계를 가능한 한 많이 이해해야 복음을 전달할 때 왜곡되지 않는다”며 “그들을 이해하려면 민초 속에 깊이 들어가 함께 먹고 자고 살면서 모든 삶을 보고 충분히 경험해야 한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드러운 음식을 주듯 복음을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상황화하여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뼛속까지 불교를 믿는 불교권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때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손 선교사는 “미국 남침례해외선교부(IMB)가 불교권 사람들에게 가장 적절하게 전도하기 위해 만든 전도지 중 C2C(Creation to Christ)라는 것이 있는데, 먼저 하나님과 창조를 언급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방식이 있다”고 소개했다.

태국에서 존성 사역의 특징

존성은 1938~1939년 사이 태국에 두 차례 방문해 총 3개월 3주를 머물며 많은 태국 영혼을 예수 그리스도께 인도했다. 손 선교사는 존성의 태국 사역의 특징으로 ①오직 예수 그리스도로만 인한 구원 강조 ②회개의 필요성 강조 ③어디를 가든지 전도 강조 ④성화 강조 ⑤하나님과 성경만큼 관심을 가지는 것이 없는 점 등을 들었다.

존성의 설교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죄인을 구속하신 것’이었다. 또 설교를 마치면 간음, 음주, 흡연 등의 죄를 청중이 그 자리에서 인정하며 고백할 시간을 주었다. 분막 끼띠산 목사와 함께 존성의 통역을 맡았고, 후에 2차 세계대전의 위기 속에서 끼띠산 목사와 함께 태국교회를 이끈 지도자 숙 퐁노이 목사에 따르면 “존성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예수께서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셨는지를 증거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숙 퐁노이 목사의 남동생 미엔 퐁노이는 “존성의 집회 전에는 태국 기독교인들이 교회 안에서만 신앙생활했으나, 존성이 밖으로 나가 전도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친 후 우리는 전도하러 나갔다”고 말했다. 존성도 1939년 태국에서 285개 전도대를 조직했다고 기록했고, 자유주의 신학적 배경을 가진 사회복음주의 전도방식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뿐 아니라 존성은 ‘죄로부터 멀리하고 기도와 성경읽기를 통해 하나님과 가까워져야 한다’ ‘몸은 하나님이 거하시는 하나님의 성전인데 마약에 중독되는 것은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게 만드는 것’이라며 성화를 강조했다. 또 천국과 지옥을 강조하면서 오직 복음의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고 성경에 충실한 설교를 했다.

손승호 선교사는 “존성의 집회 때 나타난 현상, 특징, 강조점 등을 볼 때 그의 집회는 진정한 부흥이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라며 “존성의 설교 스타일과 독특한 성격,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강력한 비판, 하나님의 말씀을 너무나 선명하게 강조하는 특성 등은 미국 선교사들에게는 장애물로 인식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메시지는 메신저의 손에 들려 전달되는데, 같은 메시지라도 누구의 손에 들리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며 “존성의 독특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당시 2차 세계대전 가운데 하나님이 그의 마음에 불을 부어 일하셨다. 그만큼 존성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사로운 마음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존성이 집회를 인도하면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불필요한 만남을 갖지 않았고, 한 번에 몇천 명씩 모이는 기도회를 다닐 때마다 참석자들의 사진, 가족, 기도제목을 기록한 기도카드를 받아 몇 만 장의 기도카드를 들고 다니며 기도했다”며 “이 시대에도 존성처럼 단순하고 완전하게 하나님께 헌신된 사람이 있다면 그를 통해 복음의 능력이 놀랍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 되는 곳에서 부흥 기대할 수 있어”

이날 강의 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연합의 중요성이 언급됐다. 손숭호 선교사는 “교회 개척을 하면서 부흥을 연구하는 가운데, 교파를 초월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것이 중요하고 그곳에 하나님이 성령을 부어주셔서 전도의 열매가 맺힐 수 있음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손 선교사는 방콕에서 교회를 개척할 당시 CCC, WEC 등 인근 지역 내 모든 선교사와 현지인들이 모여 함께 기도하고 식사하고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교파색이 강한 미국 선교사들을 통해 한국에 복음이 전파되면서 한국에도 교파적 교회가 다양하게 형성되어 좋은 점도 있으나, 연합이 쉽지 않은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령은 하나 되게 하는 영이다. 우리 교회만, 우리 교단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하늘나라를 향해 가는 그리스도인이 서로 사랑함으로 예수의 제자로서 모범을 보이고, 하나님 나라의 관점을 가지고 살아갈 때 세상에서 교회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줄고 하나님의 영광을 더 크게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EANET은 1998년 불교권 선교를 위해 스티브 스폴딩(Dr. Steve Spaulding), 알렉스 스미스(Dr. Alex Smith), 덕(Dr. Duc) 박사 등이 시작한 국제네트워크로 21년째 태국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불교권 서적을 출판, 보급하고 있다. SEANET 코리아는 코디네이터 이용웅 선교사를 비롯하여 김정배 선교사, 김승호 선교사, 손승호 선교사, 정우철 교수가 위원으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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