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섬기는 일산교회는 1933년 4월 16일, 일산골에 개척되었습니다. 교회 역사를 보면 1944년 6월부터 1945년 8월까지 일본제국주의의 신사참배 강요로 교회가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해방되지 않았다면, 아마 문을 닫은 기간은 더 늘었겠지요. 그 당시를 사셨던 어른들이 또 다시 코로나로 예배당 문을 닫아야 하는 충격은 젊은 목회자인 제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어른들께서는 이번 코로나로 인한 영상 예배를 흔쾌히 동의해주셨고, 오히려 담임목회자인 저의 마음을 위로해 주시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어른의 역할, 곧 리더십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2월 23일 주일부터 모든 예배를 영상 예배로 전환하였습니다. 아직 일각에서는 문을 닫는 것은 마귀에게 굴복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할 때였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한가지 신념이 있었습니다. 한국 교회는 이전의 리더십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 5대 학원가에 위치한 교회의 특성으로 인해 더욱 빨리 영상 예배를 결정해야 했습니다(물론 처음에는 의견이 다른 장로님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첫 영상 설교에서 풀러신학교 총장으로 섬기셨던 리처드 마우 교수님의 『무례한 기독교』라는 책을 인용했습니다. "시민교양이란 우리가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우리 자신도 기꺼이 변화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 교회가 처음으로 문을 닫은 2월 23일 주일 이른 아침, 모 공중파 방송국에서 저를 인터뷰하고 저녁 뉴스 시간에 내보내면 좋겠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한국교회의 대표가 아니고, 저희 교회가 한국교회의 대표가 아닙니다. 한국교회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목사님의 교회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라며 사양했습니다. 저도 잘 압니다. 그날 인터뷰했으면, '의식있는 목사' '의식있는 교회'로 이웃 사회에 알려졌겠지요.
그래서 저는 교회에 찾아오신 PD님께 거듭 당부했습니다. "이 일로 영상 예배로 전환하는 교회와 현장 예배를 드리는 교회로 한국교회를 편 가르기 하지 말아주십시오." 물론 PD님도 기꺼이 동의해주셨습니다.
저는 철저하게 방역당국의 7대 원칙을 존중하면서 현장 예배를 드리는 교회 역시 주님께서 기뻐하실 교회라고 분명히 생각합니다. 영상 예배로 전환하거나 현장 예배를 진행하거나, 그것은 모두 드러난 현상일 뿐 실제로 어떤 모양으로든 성도들이 드리는 예배를 통해 주님께서 영광 받으신다는 것과 그 예배의 결과 교회와 교우들이 이 세상의 리더로 세워져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마음에 두고 기도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난리인 이 순간에도, 주님께서 기뻐하신 몸된 교회가 참으로 고요히, 진정성 있게 온 세상과 선교지에서 리더 역할을, 어른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오픈도어선교회>
윤상덕 목사(일산교회 담임, 한국오픈도어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