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K-POP 케이팝
▲2018년 인도 뉴델리 최대 공연장 시리포트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된 창원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 인도 참석자들. ⓒflickr
지금 전 세계 정치는 먹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문화적인 영역에서는 한류 열풍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7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까지 수상하는 등 북미와 유럽 등에서 70여 개 영화상을 휩쓸고 있는데요. 이와 더불어 방탄소년단은 이틀이라는 최단기간에 유튜브 조회 수 1억 뷰를 달성한 신기록과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에는 3년 연속 1위 등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현재 인도의 본토에서도 한류의 인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인도 본토와 떨어져 있는 동북부 일부 지역에서만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인도 본토에서도 많은 젊은이에게 어필하기 시작했습니다. 인도 대학을 방문해보면 상당수의 대학생이 한국 드라마와 K-POP의 팬이라며 보지도 못한 한국 드라마에 대해서 질문을 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인도에서 구글을 검색하면 항상 맨 위에 한국 드라마와 K-POP 가수를 소개하는 기사가 뜨는 것을 작년 말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인도 사회에서도 한국문화에 대한 인기가 그 파급력과 지속성에서 있어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 10년간 한류가 인도에서나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게 된 외적·내적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IT 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의 발전을 들 수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의 영향으로 대중문화를 접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개인 간의 거래 방식으로 이뤄지게 되는데요. 이 중에서 가장 선두주자를 달리는 것이 유튜브입니다. 유튜브는 2018년 한국의 안드로이드폰 사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되었습니다. 유튜브 특유의 빠른 호흡과 친절한 자막, 핵심요약편집으로 전 세계 수많은 1인 창작자를 불러모았는데요. 유튜브는 북인도 시골구석에 사는 어느 이름 모를 아줌마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춤솜씨를 자랑하는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한국문화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이 인터넷을 통해서 공유되면서 전 세계로 확산하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둘째로, 인터넷을 통한 다른 문화에 대한 공유는 다양성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였습니다. 아시아 문화는 20세기까지 음식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장악하였죠. 그런데 정형화된 문화의 공간에서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욕구가 생기게 됩니다.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중국 남자의 이미지는 쿵후 마스터로 표현될 때가 많습니다. 할리우드는 심한 노출과 베드신 때문에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 속에 나오는 한국 남자들의 이미지가 여성들에게 얼마나 부드러운지 세상의 여자들이 마법에 걸린 듯 한국 남자들을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문화에 대한 욕구로 인해 한국의 드라마와 KPOP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셋째로, 한국문화에 자긍심이 높아지면서 한국문화의 잠재력이 표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경제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한국의 잠재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가운데 수천 년 동안 축적되어 온 한국문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뿌리 깊은 나무'나 '나랏말싸미,' '천문'과 같은 세종대왕 관련 드라마와 영화가 쏟아져 나온 것은 이러한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기고, 문화의 공간 속에서 경쟁한다면 한국의 문화가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넷째로, 한국 정부의 지원과 협력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한류를 소프트파워이자 국가적 평판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보고 문화 확장을 지원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도 외국의 정상들과 한국드라마 얘기를 많이 한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요. 인도에도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이 13곳이나 되고, 수도 델리에 세워진 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항상 왁자지껄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영역을 확장하는 데 한국 정부가 공을 들이는 것은 국제적인 위상뿐만 아니라 한류가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017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중 13명에 1명은 BTS 때문이었고, BTS가 지금 같은 인기를 유지한다면 2023년까지 한국 경제에 주는 추가적인 이익이 5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러한 한류의 폭발적인 성장이 해외에 있는 한국 선교사들에게는 선교의 접촉점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은 명지적견(明智的見)과 같은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yoonsik.lee201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