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은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그런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 가는 것 같았습니다. 묵념을 마칠 즈음 누군가가 분노와 적의를 담아 제게 상상할 수 없는 폭언을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유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온갖 험악한 욕설을 듣고 멱살을 잡히기도 했습니다. 그저 눈을 질끈 감고 모욕과 매 맞음을 견디고 또 견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았는데, 제게는 마치 천 년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일부 유족과 저희 회사 직원들의 만류로 겨우 폭언이 그치고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병원을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데, 천근만근 무거운 몸과 마음을 추스를 틈도 없이 회사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경영 정상화를 이룬 회사가 또 한 번 휘청거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제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속사정을 조금이나마 더 붙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위해 하늘 보좌 위에서 내려와 3년간 공생애를 사시고 무리의 환호성을 받으며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습니다.
하지만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온갖 수욕과 침 뱉음과 채찍을 당하시면서도 도수장에 잠잠히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모든 고난을 묵묵히 받으셨습니다. 고난 앞에서 보이신 주님의 침묵과 인내를 깊이 묵상하게 되었고, 후에 회사 직원들과의 성경공부방 모임에서 하나님의 마음과 예수님의 마음을 전보다 더 명확하고 힘있게 증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밑바닥에서 경험한 진흙 체험은 후에 회사가 축복을 받아 성장할 때에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과 사람 앞에 두려움과 떨림으로 순전한 믿음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이장우 일터사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