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테크놀러지
회사 법인을 설립한 지 10여 년이 다 되어가는 1990년대 초. 저희 제품을 써 본 업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 각지로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경기 판교와 용인으로 공장을 확장했습니다. 덩달아 직원들도 늘어났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일과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다 보니 벌써 밤 10시가 훌쩍 넘어 있었습니다. "따르릉, 따르르릉...." 정적을 깨고 큰 소리로 울리는 전화벨에 깜짝 놀라 얼른 전화를 받았습니다.

"서초경찰서인데요, 회사 직원이 교통사고를 내서 모녀가 크게 다쳤어요. 그러니 어서...." "네? 바로 가겠습니다."

정신없이 달려가 경찰서에 들어서니, 한쪽에선 저희 회사 영업사원이 어쩔 줄 몰라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본인도 큰 충격을 받았는지, 다가가 말을 걸었지만 초점 없는 눈에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경찰로부터 전후 사정을 들어 보니, 영업사원이 트럭을 몰고 운전하다 신호를 보지 못해 그만 횡단보도를 건너던 어머니와 딸을 친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곧바로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지만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저 역시 경찰서에서 오랜 시간 초조하게 기다리다 새벽녘에 겨우 조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밤샘 조사로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다음날 오후 시신이 안치된 Y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병원 영안실에는 유치원 학사모를 쓴 아이와 어머니의 생전 사진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을 바라보며 너무 마음이 무겁고 당혹스러워 한 마디도 꺼낼 수 없었습니다. 두 볼 위에 조용히 눈물만 흘러내렸습니다. 그리곤 속으로 명복을 빌었습니다.

회사는 회사대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사고 난 차량은 1년 전 새로 마련한 트럭으로, 구입하자 마자 임시번호판을 단 상태에서 1년 기한의 종합보험에 가입했었습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종합보험 재불입 날짜를 트럭 구입 후 5~7일이 지난, 차량번호판이 나온 날로 잘못 생각하여 관리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사고가 난 날은 실제 종합보험 기한이 막 끝나고 재불입하기 직전인 시점이었습니다. 피해보상금 전액을 회사가 고스란히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러한 데다 사고 후 피해자 가족들의 항의와 공격은 무척 거셌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회사 사무실로 불시에 찾아와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공갈, 협박을 했고, 일부 직원은 가족들에게 잡혀 질질 끌려다니며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제가 없는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수모를 당해 힘들어하는 직원들에게 저는 "다 내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내 기도가 부족했다" "사건이 마무리되면 다시 괜찮아질 거다"고 다독여 주었습니다. 저 역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으로 인해 눈물이 앞을 가리고 깊은 한숨을 쉴 때,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구하며 위로하고 힘주실 주님께 간절히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계속>

이장우 일터사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