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참배
▲신사참배 자료 사진. ⓒ크리스천투데이DB
우리나라에는 범죄인과 일정한 친족 관계에 있는 자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는 연좌제라는 제도가 있었으나, 1894년에 이르러 형사책임개별화원칙이 선언되면서 그 제도는 폐지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전쟁 이후에 소위 '사상범·부역자·월북인사'가 양산되면서 없어진 연좌제가 되살아나고 그들의 친족들은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예를 들면 해외여행이나 공무원 임용에 있어서 당하는 불이익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은 형법상 당사자책임원칙론에 반할 뿐만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기본권과도 충돌을 빚게 되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현행 헌법 제13조 3항에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누구든지 저를 믿으면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는다"(요 3:16)는 말씀과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다"(요 1:12)는 복음을 받은 자들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하나님과 화목 되게 하셨음을 굳게 믿는다.

기도하자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옷을 찢지 않고, 마음을 찢는 회개의 기도를 하자는데 어찌 토를 달겠는가? 모여야 한다. 사무엘의 소집령에 의하여 미스바로 모였던 그때 그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기도운동이 성경대로가 아니라면, 복음대로가 아니라면 누구든 뭐라고 한마디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등(我等)은 신사는 종교가 아니오, 기독교의 교리에 위반되지 않는 본의를 이해하고 신사참배가 애국적 국가의식임을 자각한다. 그러므로 이에 신사참배를 솔선 려행(勵行)하고 나아가 국민정신동원에 참가하여 비상시국 하에 있어서 총후(銃後) 황국신민으로서 적성(赤誠)을 다하기로 기한다.(소화13년·1938년 9월 10일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장 홍택기

한국장로교사에 기록된 씻을 수 없는 부끄러운 역사의 한 줄이다. 우상은 만들지도 말고, 절하지도 말고, 경배하지 말라는 계명을 주신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가 이 결의를 정당한 것이라고, 죄가 아니라고 말하겠는가? 그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그게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한국장로교회의 신학이고, 교인들의 신앙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일천만기도 대성회의 준비보고회가 있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알고 나서는 솔직히 기쁨보다는 우려되는 면이 더 컸다. 왜냐하면 그 기도회가 '신사참배 80년 회개 및 3.1운동 100주년을 위한 한국교회일천만 기도 대 성회'이기 때문이다. 이 기도회는 과거 지향적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초점이 80년 전, 100년 전에 맞추어져 있고, 내 탓이 아니라 조상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러하다. 우선 분명한 대답을 들어야 할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한국교회는 구약교회인가? 아니면 신약교회인가? 그리고 율법교회인가? 아니면 복음교회인가? 여기에 대한 성경적인 대답이 있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신약교회요, 복음교회임이 분명하지 않은가?

준비보고회에서 나누어진 이야기들과 유인물을 종합하면 대충 이런 내용으로 보여 진다. "80년 전에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결의한 그 행위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무서운 우상숭배 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회개하지 않았다. 조상이 범죄하면 그 자손 3, 4대까지 저주를 받는다는 말씀대로 이 땅에서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3.8선이 그어졌고, IMF도 겪었고, 사명자로서 예수 믿는 대통령을 두 분씩이나 주셨는데도 회개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사이비이단이 창궐하는 영적 고난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80주년을 맞이해서 1천만이 모여 회개하여야 한다."

이런 발상과 생각이 과연 성경적일까? 하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가? 연좌제라는 무서운 족쇄를 채워서 애매한 사람의 눈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리게 한 과거 실패한 정치제도가 마치 하나님의 방법이고, 원리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절대로 그런 하나님이 아니시다. 과연 하나님께서 신사참배를 결의한 그 죄만을 보시고 지난 80여 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서 그 후손인 우리를, 이 민족을 징벌하셨을까? 주기철 목사님, 손양원 목사님, 박관준 장로님, 안이숙 여사, 한상동 목사님 등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순교의 피를 아낌없이 쏟아 받친 그분들의 피의 호소에는 귀를 막으셨다는 말인가?

아니다. 하나님은 사랑이 무한하시다. 회개하는 자를 용서하시고 죄를 기억도 하지 않으신다. 이것이 성경의 일관된 주장이고, 변함없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우리가 지은 진홍보다 붉고, 먹보다도 더 검은 그 죄를 용서하시려고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매단 하나님의 그 사랑을 조롱거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성경에는 어떤 형태의 연좌제가 없으며 그것을 용납하지도 않으신다.

우리는 회개해야 한다. 80년 세월이 지난 지금, 이제 와서 장로교 제27회 총회에서 우상숭배를 공인한 그 죄를 회개할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부끄러운 죄가 얼만데 조상 탓을 하자는 걸까? 한국교회는 지난 80년 세월 동안 그 죄를 기억하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는지 모른다. 해방 후 남부총회에서 신사참배 취소결의를 하였고(1946년), 이후 1954년 제39회 총회 때는 남북한 노회의 총대들이 참석한 가운데 권연호 목사의 제안으로 제27회 총회의 신사참배 결의가 불법인 것으로 취소하는 정식결의를 하고, 총회 기간 중에 회개의 성찬과 3시간 특별기도회를 열었고, 6월 한 주일에 전국교회가 회개하는 의미로 연보하여 신사참배를 거부한 순교자들의 가족을 위로하는 일을 실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인 2016년 7월에는 산정현교회당에서 평양노회에서 분립한 7개 노회가 과거 신사참배에 앞장선 노회결의를 무효로 선언하는 취소결의를 한 바 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제 새삼스럽게 총회가 우상숭배의 죄를 범한 80주년을 맞이하는 이해에 다시 회개해야 한다면 앞으로 20년 후에는 신사참배 결의 100주년이 되었으니 회개하자 할 것이 아닌가?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저항하다가 순교하신 우리 선배들의 신앙을 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지금 우리가 회개할 죄는 순교의 피로서 한국교회를 지킨 순교자들의 고귀한 신앙을 본받지 못하고, 정치세력에 야합하고, 거룩한 교회를 공영방송 PD 수첩의 웃음거리로 전락시킨 그 죄를 회개해야 한다. 김영삼, 이명박 두 장로를 대통령으로 앞세워 교회의 황금기를 꿈꾼 어리석은 그 죄를 회개해야 한다. 한기총, 한교연, 한교총으로 갈라져서 세력싸움에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미몽에 빠져 있는 교회지도자들의 죄를 회개해야 한다. 정치세력과 야합했거나 야합하려는 어설픈 시도를 끊임없이 계속해 온 그 죄를 회개해야 한다. 나라를 위하여, 대통령을 위하여, 모인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만천하에 무엇을 보여주고, 무슨 소리를 들려주었던가? 선지자적 안목으로 국가 장래를 직시하고 세례 요한처럼 회개하라고 외치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국민을 잘 섬기고, 나라지킴이의 역할을 바르게 하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는 간곡한 당부 한마디쯤은 함직한데 낯이 뜨거울 만큼 아부와 아첨의 찬사 외에 무슨 메시지를 선포했던가? 그것을 묻고 싶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80년 전에 신사참배를 결정한 그 죄를 회개하자니 어찌 이런 일이 있다는 말인가?

황호관 목사
▲황호관 목사(예장개혁교단 증경총회장)
고장 난 시계를 80년 전으로 돌려놓으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은 이제라도 중단하든지 아니면 과감하게 궤도를 수정할 것을 주문한다. 내 탓이고, 우리 탓이다. 조상 탓이 아니다. 우리 하나님께서 주기철 목사님, 손양원 목사님, 박관준 장로님, 안이숙 여사, 한상동 목사님 등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순교의 피를 아낌없이 쏟아 받친 그분들의 피의 호소에 귀를 막으셨을까? 아니다. 우리가 지은 진홍보다 붉고, 먹보다도 더 검은 그 죄를 용서하시려고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매다실 수밖에 없었던 하나님의 그 사랑을 조롱거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황호관 목사(예장개혁교단 증경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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