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에서 아스라이 들려온 소리에 눈을 뜬 그때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12시가 조금 넘은 한밤, 이웃집에서 난 불은 삽시간에 제가 자취하는 방까지 번졌습니다. 저는 중학교 졸업과 함께 고향인 충북 음성을 떠나 서울 독산동에서 9년째 살고 있었습니다. 안양공고를 마치고 금형 관련 직장을 다니다 전투경찰로 병역을 마친 후였죠. 불은 야속하게도 얼마 안 되는 전 재산마저 몇 분 만에 삼켜버렸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전날은 주일이었습니다. 저는 주일예배를 드리고, 저녁 9시에 군대 동기들을 만나 시간을 보낸 뒤라 무척 피곤한 상태였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문틈 사이로 연기가 막 들어올 시점에 깨어나 하나도 다친 곳 없이 목숨을 건졌습니다. 순간 하나님께서 저를 깨워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감사가 밀려왔습니다.
시커먼 잿더미로 변한 현장을 둘러보는데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때 제 눈에 유일하게 거의 타지 않은 솜이불이 보였습니다. 진화 작업 중 사용한 물에 솜이불이 젖으면서 불 속에서 살아남은 것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정말 희한하게도 젖은 이불 안에는 그대로 보존된 성경이 들어 있었습니다.
분명 성경이 꽂혀있던 책꽂이는 한쪽 벽면에, 이불은 다른 쪽에 있었는데 성경이 이불 속에 들어가 있었던 것입니다. 성경 안에는 제가 평소 교회에 헌금하기 위해 조금씩 끼워둔 돈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 돈은 불이 난 집에서 유일하게 건진 전 재산이었습니다. 온몸에 전율이 왔습니다. '아, 하나님은 여전히 살아계시는구나!' '앞으로 하나님을 열심히 믿어야겠구나' 하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충북 음성 맹동교회에서 주일학교를 다녔습니다. 서울에 올라온 후 고등학교 시절에는 셋째 형님이 다닌 여의도순복음교회 한경옥 집사님의 인도로 교회에 출석했습니다. 그리고 교회 전도사님이 독산동에 순복음전도교회를 개척하시게 되자, 당시 18살이었던 저는 함께 따라 나와 일주일 내내 개척교회에 살다시피 했습니다. 교회에 가면 마음이 너무 편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교회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 도왔습니다.
김신기 3G테크놀러지 생산부 부장(52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