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의 구성요소 1: 포용(embracement)
포용이란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을 수용하고 감싸주며, 관대함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사랑은 모든 허물을 가린다고 하였고(잠언 10:12),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라고(에베소서 4:2) 성경은 이야기한다. 기독교인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경영을 해서는 안 되며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구성원들의 실수에 대해서 냉혹한 배제보다는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 필요하다.
포용의 경영이란 나와 다른 자를 이해하고, 약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감싸주고 관대함을 보이는 경영이다. 종업원을 평가함에도 단 한 가지의 기준만이 아닌 여러 측면을 고려하는 다면적 평가, 한 번의 실수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냉혹한 평가보다는 ‘패자부활전’과 같은 기회를 주는 것이 포용하는 경영이다. 기업이 힘든 가운데서도 직원을 품는 경영도 필요하다.
보상에 있어서도 관대함이 필요한데, 능력이나 성과보다는 필요에 의한 보상이 여기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가족수당’의 경우 능력이나 성과에 관계없이 그 사람의 필요에 따라, 많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자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하는 것이다. 장애인 등 고용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일자리를 할애하는 것도 포용의 사례이다. 장애우를 일정 부분 고용하는 것은 법 규정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기업은 존경을 받는다. 그런 기업의 직원들은 자존감이 높아지고 애사심도 증가한다. 직원 100명 모두를 장애우로 고용한 ‘베어베터’는 창업 2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였다.
최근 광범위하게 전파되고 있는 공정무역(fair trade) 또한 약자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정무역이란 취약한 생산자가 손실을 보지 않도록 매입가격을 결정해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기업은 취약한 고객들을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수익이 많이 나지 않더라도 그들을 품을 수 있는 상품과 비즈니스 개발이 필요하다.
포용의 태도를 가지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 오셔서 누구와도 친구가 되셨던 그리스도를 본받아 우리는 모든 사람을 관용(빌립보서 4:5)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가진 편견으로 다른 사람을 대해서는 안 된다. 나와 모습이 다르고, 배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때때로 기독교인은 편협하고, 비타협적이며, 배타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기독교의 진리와 사랑은 세상의 모든 것을 덮을 수 있어야 한다. 포용하지 않으면 남을 진정으로 배려할 수 없다.
배려의 구성요소 2: 호혜(reciprocity)
호혜란 조직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상호협력하며 상생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누가복음 6:31)’는 성경의 황금률을 실천하는 것이다. 호혜란 상호이타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같이 한 사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호혜를 통한 상호이타주의는 최근 비즈니스에서 중요해 지고 있는 개념이다.
남을 배려해서 도와주려고 하면 나에게도 결국은 이익이 된다. 스위스의 사회적 기업 베스터가르드 프란드센사는 깨끗하지 않은 물로 매일 6천 명의 어린이가 사망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라이프스트로라는 휴대용 정수기를 개발하였다. 이 제품은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캠핑비상용품으로 팔렸다. 남의 문제를 해결하고, 남을 좋게 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하였는데 결국 나에게도 큰 이익이 돌아왔다.
고객을 먼저 배려하고 혜택을 주면, 그들은 우리 브랜드에 로열티를 구축해 준다. 로열티가 높은 고객은 지속적으로 우리 제품을 구입할 뿐 아니라, 우호적인 구전을 퍼뜨려 다른 고객을 불러오게 된다. 최근 빅데이터 분석과 고객맞춤화(customization) 전략을 통해, 고객이 생각하지도 못한 구매 제언, 혜택, 그리고 문제해결을 제시하여 고객을 감동시킨다. 감동한 고객은 충성스러운 고객이 되어 생애가치와 객단가를 증대시킬 뿐 아니라 적극적인 구전 전파자가 된다.
내부고객인 직원들도 먼저 배려해 주면 그들도 기업에 보답하는 호혜적 관계이다. 친환경 세제업체인 비엔디생활건강은 2012년 설립 이래 매년 여름휴가 때 전 직원을 부부동반하여 해외여행을 보내주었다. 수고한 직원들과 가족을 배려하여 여행비 전액을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 회사가 먼저 배려하니 종업원들도 사기가 오르고, 선진문물을 배워서 업무에 활용하는 등 기업에게도 이익이 돌아왔다. 교촌치킨은 그들의 가맹점과 원자재 공급업체와 상생경영으로 유명하다. 추구했더니 상호유익이 되었다는 교촌치킨의 배려 경영의 사례이다. 가맹점을 1,000개 전후로 유지하여 그들의 상권을 철저히 보호해주고, 영세한 육계업체에게는 100% 현금 결제를 해주고 있다. 이렇게 먼저 배려해 준 결과, 가맹점의 충성도가 높고 양질의 닭고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남을 배려해 주면 나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호혜, 즉 상호이타주의는 자연과 인간세계에서 증명되고 있다. 하지만 왜 어려울까? 그것은 바로 ‘불신’이다. 상대편에게 내가 잘 해주었을 때, 상대방도 과연 나에게 잘 해줄까라는 의구심이 인간의 죄성에 뿌리박혀 있다. 호혜가 작동되기 위해서는 먼저 나만 잘되겠다는 이기적 욕망을 없애야 한다. 때때로 상대방에게 선을 베풀고 낙심할지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거둘 수 있다(갈라디아서 6:9)는 말씀을 새겨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협력하고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 협력과 상생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믿음과 신뢰를 가져야 한다. 성경에서도 협력하면 패하지 않는다(잠언 4:12)고 가르치고 있다. 크리스천 경영자들이 솔선수범하여 상대방을 믿고 협력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배려의 구성요소 3: 나눔(sharing)
나눔이란 기업의 자원이나 수익을 사회의 필요를 위해 기꺼이 내어놓는 것을 말한다.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나니(신명기 10:18)’의 말씀과 같이 그리스도인은 사회적 약자와 나누는 생활이 기본이다. 자신의 소유를 주장하지 않는 청지기적 경영자는 결국 자신의 소유를 나누는 자이다. 자신이 가진 자원이나 수익을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곳에 기꺼이 베푸는 경영은 결국 사랑받는 브랜드(기업)를 만들 것이다.
인정을 베푸는 회사는 모든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다. 하형록 회장은 성경 잠언 31장에 나오는 현숙한 여인과 같이 주차빌딩 건축설계회사를 운영하였는데, 특히 잠언 31장 15절에서 여인이 집안 사람들을 챙기듯이 직원들을 먼저 섬기고 배려하며, 수익을 나누면 직원들의 사기와 능률이 올라가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최근 식품회사 오뚜기는 옥(玉)뚜기로 회자되고 있다. 오뚜기는 1992년부터 어린이 심장병 환자 4,000여 명의 수술을 해 주었고, 창업자인 함태호 회장은 밀알복지재단에 사재 주식 3만 주(375억 원 상당)를 기부했다. 최근에 정직한 상속세 납부, 라면 가격 비인상, 비정규직 직원 감소 노력 등으로 오뚜기의 주가는 상승하고 매출액은 오르고 있다. 나누고 배려하는 경영은 결코 손해보는 것이 아니며 결국 성공으로 이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많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물질적인 기부, 재능기부, 사회봉사 활동을 통해서 기업이 가진 것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이러한 기업의 기부행위를 잘 알지도 못하고 알아도 감동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기업이 일회성이나 이벤트성으로 기부하거나 기업의 잘못을 덮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공헌 활동에서도 진정성이 중요한데,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부의 지속성과 일관성이 필요하다. 나에게 남아도는 것이라서 시혜성으로 주기보다는 진정으로 배려하는 자세로 꾸준히 일관되게 하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나눔’을 아예 비즈니스 모델 속에 구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1+1로 유명한 탐스슈즈(Toms Shoes)도 기부, 즉 나누는 비즈니스의 좋은 예이다. 선진국의 소비자가 탐스슈즈 한 켤레를 사면 그 가격 안에는 개도국 어린이들에게 기부할 신발값이 포함되어 있다. 탐스슈즈를 사 신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는 기부를 할 수 있는 모델이다. 여기에 동조하는 착한 소비자들이 SNS를 이용하여 이를 홍보하여 탐스슈즈는 금방 유명해졌고, 세계 30여 개국에 신발기부를 하고 있다.
나누는 행위를 위해서 우선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실천이다. 배려해야 할 대상에 대한 일관되고도 지속적인 나눔이 필요하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복음 10:8)는 성경말씀처럼 우리가 가진 것은 다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신 것이므로 우리도 남에게 내어줄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남에게 나누어 줄 것을 생성하는 과정에서도 악하거나 해를 끼치는 것이 없어야 한다.
배려의 경영을 위하여
배려를 위해서는 타인과의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공감이란 기업이 고객과 사회의 감정, 의견, 사정 등에 대해 같이 느끼고 함께 하는 것을 말한다. 크리스천 경영자는 종업원과 고객의 감정, 의견, 사정에 대해서 같이 느끼고 함께 할 때 그들을 진정 배려할 수 있다.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리는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형제의 아픔과 곤란을 못 본 체 하지 말고(신명기 22:1)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 관심을 가져야 이웃과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경청해야 한다. 하나님께서도 우리에게 귀를 기울이시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신다(시편 77:1). 이웃의 문제와 아픔을 잘 듣고 소통해야 그들을 진정으로 배려할 수 있게 된다.
배려를 경영에 적용하기 위해서 경영자는 배려에 대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배려를 실천하다 보면 몸에 배지 않아 어색하거나 귀찮기도 하고, 당장은 손해 볼 것 같은 마음에 쉽게 포기하거나 회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려가 가진 여러 가지 힘을 늘 마음속에 상기시켜볼 필요가 있다. 또한 무엇이 진정한 성공인지 되새겨보고, 당장의 이익보다는 인생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려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특히 크리스천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희생을 당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우리도 다른 사람을 위해 더 희생하고 사랑하는 배려의 삶을 살고, 경영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독경영은 경쟁자를 어떻게 해서든지 짓밟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비정한 경제적 행위가 아니라, 기업경영을 통해서 공감하고 관용하며 상생하여 이 사회를 섬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배려란 비록 기독교 정신에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실제 기업경영에서 적용하기란 쉬운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배려의 원리는 효율, 효과 등을 강조하는 책임의 원리, 형평과 공평을 강조하는 공의의 원리, 투명과 진실을 강조하는 신뢰의 원리와 갈등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려의 원리를 적용하려면 다른 원리들과의 상호유기적인 검토 및 균형이 필요하다. 즉 배려의 원리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기업의 생존이 어렵거나, 기업의 효율성만 강조하다가 사랑 없는 기업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본생존이 힘든 초창기 취약한 상태의 기업은 어떻게 보면 배려를 받아야 할 시기이다. 이때는 가능하면 책임이나 창조의 원리를 우선시하고, 이 단계를 넘게 되면 가능하면 배려의 원리를 더 구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기능별로 인사관리, 마케팅관리 영역은 배려의 원리를 더 우선시 하나, 생산운영관리나 재무관리의 영역에서는 효율과 효과성이 강조되는 청지기의 원리가 더 적용될 수 있다. 감사업무의 영역에서는 공의의 원리가, 회계에서는 신뢰의 원리가 더 우선시 될 수 있다.(끝)
박철 기독경영연구원장(고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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