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열등감에 대하여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해왔다. 과연, 열등감이 무엇이기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열등감 때문에 고통과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소용돌이에 휘말려 빠져 나오지 못하는 걸까. 반대로 어떤 사람은 열등감 덕분에 과거를 극복하고 오히려 더 많은 용기와 도전으로 새로운 꿈을 펼치는 것은 무슨 일일까.
똑같은 열등감인데 한 사람은 열등감을 극복하여 성공과 행복의 디딤돌로 삼았다. 그러나 열등감이 실패의 걸림돌이 되어 결국은 넘어질 수밖에 없는 패망의 지름길을 걷고 있는 것을 더 많이 봤다. 열등감 관련된 <성공을 부르는 열등감 펼치기>, <열등감, 성공의 디딤돌인가, 실패의 걸림돌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왔다. 고백하건대 저 역시, 온통 열등감의 종합세트였다. 어느 날인가, 이 열등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열등감은 하나둘씩 벗어지고, 오히려 그 열등감 덕분에 저 자신이 더 당당해졌음을 발견하였다.
자신감이 넘치고, 더 이상 열등감 때문에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초라해하는 자신의 모습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열등감은 감추는 것이 아니라, 펼치는 것임을 깨달았다. 속담에 ‘병은 자랑하라’고 한 것처럼 제아무리 중병이라도 감추기보다 자랑하면 온갖 치료법을 알게 되고, 마음의 힘과 용기를 얻어 훨씬 더 빨리 회복된다는 의미이다. 심리적인 열등감이나 신체적인 병이나 마찬가지로 언제까지나 부끄럽게 생각하고 자기 속에 가둬두면 결국은 스스로 일어설 수 없어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내 몸에 어떤 영양소가 필요한 것인가를 알려면 평소에 뭔가 유별나게 먹고 싶은 입에 당기는 음식이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라고 했다. 오래전부터 열등감에 유별나게 관심을 두고 있었기에 심리학을 전공했다. 프로이드를 비롯한 많은 심리학자를 연구했지만 그 중에서 아들러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정작 그때는 저도 몰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 속에 숨겨진 열등감이란 괴물을 떨쳐버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프로이트와 융과 더불어 심리학의 3대 심층심리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태생적으로 열등감이란 모두 갖고 태어났다고 할 만큼이나 열등감 종합세트 그 자체였다. 신체적인 열등감이나 형제간의 비교의식의 열등감, 학교성적 열등감 등 평생을 개인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인본주의 심리학자였다. 그는 열등감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며 열등감을 핵심 주제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심리 관련 책 중에는 ‘열등감’이란 이미지가 많이 빠져있다. 사실 아들러에서 열등감을 빼버리면 내용 없는 찐빵처럼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가 빠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꿈을 통한 인간 이해를 강조했으나 다양한 심리 분야에서도 열등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그렇게 대중적으로 열등감을 활성화를 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확신컨대 ‘열등감’은 숨겨진 심리학의 키워드 중에 핵심 키워드이고,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해결의 열쇠이자, 문제를 만드는 모든 배경이기도 하다. 어쩌면 심리학의 보물 중 보물이요, 신체의 허리와 같은 디스크와 같아서 자신을 지탱시켜주는 마음의 디스크와도 같다. 이렇게 중요한 마음의 허리가 열등감인데, 대부분은 자존감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정작 열등감은 소외되어 있었다.
최원호 서울한영대학교 겸임교수, <열등감, 예수를 만나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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