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예수 그리스도, 세상의 희망
표어 : “일어나 함께 ‘생명·희망·평화’를 노래하자!”
1. 주제의 성경적 근거
이번 8·15 대성회의 주제선정은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신앙고백에 근거한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우리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히 13:8) 지구상 모든 인류와 만유의 주님이시고, 그가 생명과 희망 그리고 평화의 주님이심을 새 시대에 새롭게 증언하고자 한다. 이 신앙고백은 그 무엇보다도 신약성경 요한복음에 근거해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생명의 근원이시다. 왜냐하면 이 세상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요 1:3). 그리고 그 안에 “생명이 있었다”(요 1:4).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인데, 그 빛을 태초에 하나님이 창조하셔서 혼돈하고 공허했던 우주에 질서가 생겨났다(창 1:3-5). 그리고 우주의 흑암 속으로 빛이 들어왔다. 그 빛은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 근원이 되었다.
생명의 근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드러났다. 그 사랑은 이렇게 나타났는데,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저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시고 (...) 우리 죄를 위하여 화목제로 그 아들을 보내셨다”(요일 4:9-10). 하나님의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죄 용서를 통해 우리를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 놓으셨다. 죄 용서는 치유사건과 화해역사로 이어지는데, 이것이 생명의 역사이다. 생명사건을 일으킨 하나님의 사랑이 이제 우리들에게 서로서로 사랑의 끈으로 연결하도록 하신다.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한데,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룬다.” 이를 위하여 “그의 성령을 우리에게 주시므로 우리가 그 안에 거하고 그가 우리 안에 거하시는 줄 안다”(요일 4:11-13). 하나님의 사랑에서 유출된 성령의 역사는 싸늘하게 죽어 있는 세상을 다시 살리시고 따뜻하게 소생시키신다.
생명의 근원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이시다. 그러면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정체가 드러내고 또 어둠의 세력이 이 빛을 견디지 못해 쫓겨 나간다. 따라서 이 빛은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이다. 이 빛이 비치는 곳에는 어둠이 물러갈 수밖에 없고 어둠의 세력이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한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이다. 어둠의 힘이 지배하던 죄악의 세상을 그리스도가 이기셨다. 세상을 지배하던 사망 권세를 그리스도 예수가 부활하심으로써 완전히 이기셨다. 이것은 세상을 치유하고 생명을 회복시키신 그리스도의 구원승리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세상의 희망이다. 부활하신 그 분은 이미 죽은 지 나흘이 지난 나사로를 다시 살아나게 하시는 과정에서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고 선포하셨다(요 11:25-26). 이 생명사건이 세상의 희망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이 주는 그릇된 희망(예, 물질, 명예, 권력)에 현혹되지 말고, 항상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근거한 생명의 희망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영생을 주시는 “생명의 떡”이며,(요 6:48-51) 이것이 세상의 유일한 희망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다.(요 14:6) 오직 그 분을 통해서만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다. 이 세상에서 또 다른 구원의 길은 없다.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 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다. 그 분 만이 생명의 빛이시다. 때문에, 한국교회는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다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시다. 둘로 하나를 만드사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원수 된 것 곧 의문에 속한 계명의 율법을 자기 육체로 폐하셨다.”(엡 2:14-15) 그 분은 “원수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 우리 둘이 한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나아감을 얻게” 하셨다. (엡 2:16,18)
2. 실천으로 부르심
이번 ‘8·15대성회’는 한국의 교회와 사회 현실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그동안 하나님의 은혜로 이룬 부흥을 바탕으로, 한국교회는 이제 전 세계 기독교를 섬기는 시대적 소명을 자각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교회와 사회의 소통이 단절되다시피 소원(疎遠)하다는 최근 여론은 우리에게 신앙윤리를 각성하게 했고 또 교회의 도덕성과 공공성 회복을 일깨웠다. 교회에서 청년의 기운이 쇠하여 이대로 가다간 미래 세대의 교회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교회지도자들은 올해 2010년이 -특별히 100년 전(1910) 한일병합 민족비극의 역사를 돌아보며- 한국 근·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우리 민족 고난과 기쁨의 역사에 동참해 온 교회전통을 새롭게 의식하였다. 그러면서, ‘세상의 희망이신 그리스도를 진심으로 따르는 교회’가 되고자 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죄 용서를 통한 화해사건으로 일어나고, 크고 작은 모든 폭력을 극복하는 능력으로 나타나며, 경제적 양극화로 말미암아 심화되는 온갖 차별대우가 해소되는 역사로 드러나도록 우리가 증언해야 한다. 물신주의 우상이 지배하는 세상을 물리치고 그리스도의 생명이 지배하는 새로운 사회가 오도록 교회가 솔선해야 할 것이다.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데 있지 않다.”(눅 12:15)는 예수의 말씀을 깨달은 우리가 나눔과 돌봄으로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한 자”(눅 12:21)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반(反)생명적 문명이 초래한 지구 온 생명체의 생존위기에서 교회는 생명의 주인이신 그리스도를 선포하여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고 생명공동체를 이루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의 유일한 희망임을 우리가 선포하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 역시 세상의 희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리스도가 교회의 몸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몸이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의 지체가 많으나 한 몸임과 같이 그리스도”(고전 12:12) 안에서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은 지체의 각 부분으로 서로 연합되어 있음을 확인한다. 분열된 한국교회가 마땅히 연합하고 일치해야 하는 근거가 이 말씀에 있다. 이 말씀이 사회의 ‘누룩’으로도 확산되어서, 우리나라가 여러 지역으로 갈라져 대립하는 남남갈등과 세대차이와 생각차이로 말미암은 세대갈등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화평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화평이신 그리스도가 교회와 세상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온 세상에 임하도록 우리가 증언해야 한다. 이 평화는 하나님의 공의가 세상 속으로 강물처럼 흐르는 가운데 정의구현으로 나타날 것이다(암 5:24). 이 평화는, 단지 전쟁을 멈춘 상태의 평화가 아니라, 지극히 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의 영광이 땅에 임하되 당신이 기뻐하신 사람들 가운데 임한다(눅 2:14). 이러한 평화를 위하여, 한국교회는 분단된 민족이 화해하여 평화통일을 이루고 또 새로운 통일국가가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계속해서 다양한 문화들이 서로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다문화 사회의 형성에 이바지할 것이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민족의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는데 여러 종교들이 함께 참여해 온 전통을 기반으로, 교회는 이웃 종교인들과 함께 생명과 평화의 사회를 위해 그들과 화평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과 평화는 교회와 세상의 희망이고, 이 땅에 임하는 하나님 나라의 능력이며, 다음 세대의 교회가 이어가야 할 신앙유산이다.
구체적으로 당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새로이 연대하고 연합하여 분열된 한국교회를 갱신과 일치로 나아가게 하고, 사회의 약자와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신음하는 지구 온 생명체의 창조질서회복을 위해 일하고, 민족복음화와 세계 선교에 계속 힘쓰며,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세계평화 그리고 인류의 번영과 행복을 위해 섬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