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상임공동대표 박재형)는 최근 헌법재판소가 "초기 배아는 인간으로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면서 우려의 뜻을 전하고, "인간의 생명은 수정이 이루어진 때에 시작된다는 입장이 생물학적으로나 유전학적으로, 그리고 인간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근거를 가진 진리"라고 밝혔다.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배아 실험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고, 배아 실험과 배아 폐기는 반생명적이고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임신을 목적으로 부득이 인공수정배아를 생성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시술에 필요한 최소한의 배아만을 생성함으로써 남는 배아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등 제도적으로 적극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배아는 인간 생명입니다”

- 배아 관련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의 입장 -

‘초기 배아는 인간으로 볼 수 없다’는 등 내용의 2010년 5월 27일 헌법재판소 결정은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1. 착상이나 원시선 발현 이전의 배아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 생명의 시작점이 생물학적으로나 유전학적으로 보더라도 수정이 이루어진 때라는 상식을 외면한 것일 뿐 아니라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의견을 무시한 비윤리적인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인간의 생명은 수정이 이루어진 때에 시작된다는 입장이 생물학적으로나 유전학적으로, 그리고 인간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근거를 가진 진리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힙니다.

착상이나 원시선 발현은 배아가 수정된 이후의 성장 과정과 관련된 것이지, 착상이나 원시선 발현을 전후해서 생명체의 본질이 달라진다거나 연속성이 끊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착상이나 원시선 발현 과정 등 성장단계의 특성을 가지고 배아가 인간 생명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원시선도 어느 순간에 즉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에 걸쳐 점차적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이므로 그 발현 시점을 단계적으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도 없고 개체에 따라서는 원시선의 발현 과정에 시간차가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생명체의 자연적 연속성에 대한 인위적 조작이나 차단, 환경의 변화는 생명체의 동일성을 본질적으로 다르게 하는 것이 되지 못하므로 인공수태시술 후 남은 배아나 체세포복제배아도 생성된 이상 인간 생명체로서 보호받아야 합니다.

2. 인간의 성장단계에 있어 아직 자신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배아에 대해 그 생명권을 법적으로 보호해 주지 않고 오히려 배아 생명의 조작과 파괴를 수반하는 배아 실험을 허용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지극히 반생명적이고 비윤리적인 것으로서 국가의 생명보호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며 우리 사회에서 먼저 출생한 이른바 ‘독립된 인간’들의 이기심에 의한 횡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법적 판단은 건전한 윤리적 근거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더욱이 인간의 생명은 절대적인 가치임을 고려할 때 인간의 생명에 대한 판단을 보편적인 도덕 의식에 근거하지 않고 사회적 승인이라는 모호하거나 불투명한 근거 위에서 내릴 수는 없습니다.

배아는 수정된 때로부터 그 부모와도 다른 새로운 생명체로서 고유한 정체성과 영혼을 가진 독립된 인간 생명이므로 법적으로도 생명의 존엄성과 고귀한 가치를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먼저 출생한 사람들의 편의나 사정을 이유로 배아의 생명을 박탈하거나 훼손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체세포복제배아 실험은 배아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체세포복제배아를 인위적으로 생성한 후 다시 죽이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죽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생명체를 만든다고 하는 또 다른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지니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마땅히 금지되어야 합니다.

배아줄기세포는 배아 생명의 박탈이라는 윤리적 문제 이외에도 분화능력을 통제하기 어려워 인체에 이식하는 경우 암세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임상용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배아 실험을 허용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으며, 이와 달리 배아 생명의 박탈이라는 윤리적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이미 국내외적으로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임상 시험 결과 상당한 효능이 입증되고 있는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성체세포를 이용하는 유도만능형 역분화줄기세포 연구 등 대안이 있으므로 이러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합니다.

3. 배아의 생명은 배아에게 고유한 것이므로 배아를 생성하게 된 부모에게도 배아의 생명을 박탈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배아 생명의 박탈을 초래하는 배아 실험이나 배아 폐기에 대한 동의권을 그 부모에게 인정한다는 것은 반생명적이고 비윤리적인 것입니다.
 
배아 생명의 박탈을 수반하지 않을 수 없는 배아 실험이나 배아 폐기에 대해, 배아가 성장단계상 아직 현실적으로 의사를 표시할 능력이 갖추어진 상태가 아니지만 배아는 자신에 대한 실험이나 폐기를 반대할 것이라고 쉽게 예상됩니다. 그러므로 그 부모가 배아 실험이나 폐기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본인인 배아가 반대할 것이라는 점만 보더라도 배아 실험이나 폐기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배아 생명을 박탈하는 데 대한 부모의 동의권이라는 것은 인정될 수 없는 것입니다.

4. 임신을 목적으로 부득이 인공수정배아를 생성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시술에 필요한 최소한의 배아만을 생성함으로써 남는 배아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등 제도적으로 적극 보완해야 합니다.

인공수정배아를 생성함에 있어 그 숫자를 제한하지 않으면, 난자 제공자와 관련된 여러 문제 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잉여배아의 대량 보관 문제, 보관 비용 증가 문제, 보관 기간의 제한 문제, 보관중인 배아의 폐기 즉 배아 생명의 박탈 문제로 결국 악순환이 반복되게 되므로, 근본적으로 처음부터 인공수정배아의 생성 단계에서 배아 숫자의 제한 등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사실상 실험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임신의 목적을 빙자해서 배아를 다수 생성할 위험이나 소지도 차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보관중인 냉동배아도 인간 생명으로서 자궁에 착상되면 신생아로 출산될 수 있으므로 폐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인공수태시술 후 남은 배아도 생성된 이상 자연적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보존되어야 하며 보존에 필요한 재정적 부담이 배아 폐기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5.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생명윤리의식을 더욱 높이고 건전한 윤리적 근거에 입각한 입법정책적 해결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 또한 절실히 필요합니다. 우리 협회는 올바른 생명존중 문화와 제도의 확립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2010년 5월 28일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공동대표 박재형


김규진 기자 kjkim@missio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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