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한국(상임위원장 한철호) 제12회 대회가 8월 2일(월)부터 7일(토)까지 안산동산교회와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 열릴 예정이며, "그러므로 너희는...!"이란 주제를 갖고 약 5000명 가량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88년 이후 매 2년마다 개최되어 온 선교한국 대회는 참석하는 한국의 청년 학생들이 영적각성을 통해 그들의 세대에 세계복음화에 대한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나누고, 도전해 왔다. 또 세계선교를 위한 헌신자 배출과 선교동원가 발굴, 나아가 한국교회의 부흥과 전세계적인 학생선교동원운동이 일어나도록 진력을 다하고 있다. (사진 : 선교한국)
1988년은 서울올림픽을 통해 한반도가 온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해이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선교한국 운동이 시작되고 북미주에서는 세계한인선교대회(KWMC)가 출범함으로써 한민족 선교운동이 바야흐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원년이기도 하다. 지난 20여 년 힘차게 달려온 선교한국 대회의 의의는 두 가지 빼어난 특징으로 축약될 수 있다. 첫째는 한국교회 선교부흥의 연료인 청년학생운동의 본류라는 점이고, 둘째는 지상명령 완수에 필수불가결한 협력과 동역의 모델 및 견인차라는 점이다.
선교적 부흥의 불쏘시개 청년학생선교운동
교회역사상 부흥운동 및 선교운동에는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다. 하나는 기도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청년학생운동이다. 교회의 부흥은 교회 스스로를 위한 것이기보다 교회의 궁극적 사명인 선교를 위한 원동력으로서, ‘기도-회개-부흥-선교’의 주기는 역사적 정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세기 초 독일 경건주의운동에 의해 무려 백 년을 지속한 겨자씨 기도운동이 모라비안 선교공동체를 낳았고, 그들의 영향으로 일파만파 번져간 회개와 경신운동이 유럽과 미국을 뒤흔든 대각성운동으로 이어지면서 윌리엄 캐리를 필두로 개신교선교운동이 본격화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선교의 중심축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감당한 사건으로 청년학생선교운동의 대명사인 학생자원운동(SVM)을 꼽는데, 이 역시 무디와 피어슨의 인도로 젊은이들 가운데 시작된 헐몬산 기도운동의 결과였다.
우리시대에 지상명령이 완수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선교적 부흥이 필수적인데, 선결조건으로 세계선교를 위한 중보운동과 청년학생선교운동이 먼저 본격화되어야 한다. 청년학생선교운동은 선교적 부흥이라는 거대한 불길을 일으키기 위한 불쏘시개인 셈이다. 선교한국 대회가 갖는 시대적 의의는 한민족 청년학생선교운동의 본류라는 위상에서 찾을 수 있고, 같은 이유로 향후 이 운동이 더욱 활성화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최근 한국교회의 양적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현실이 우리의 선교적 미래를 어둡게 하는 면이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청년학생선교운동에 승부수를 걸게 된다. 한국교회의 부흥을 위해서나 세계선교의 남은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청년학생들이 영적 잠에서 깨어나 세계를 품고 중보하며 땅끝 잊혀진 미전도종족을 향해 구름처럼 몰려가는 비전을 확산하는 선교한국 대회의 행보는 앞으로도 더 힘차게 지속되어야 한다.
선교한국운동은 단순히 한반도 청년학생선교운동에 머물지 않는다. 21세기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는 한인디아스포라 젊은이들의 선교한국 참여가 이 운동을 ‘한반도’의 테두리를 뛰어넘어 ‘한민족’ 청년학생선교운동 차원으로 자연스럽게 발전시켰다. 그래서 지난 2004년 대회 직후 원근각처에서 모여든 동원가들을 중심으로 한인디아스포라 선교네트워크(KODIMNET)가 발족되었고, 그 여파로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한민족 선교운동이 싹트게 되었다.
이제 선교한국운동은 한민족의 담장도 뛰어넘고 있다. 21세기 기독교계의 중심축이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서구에서 비서구로 옮겨오면서 이른바 ‘2/3세계교회’가 선교운동의 모델로 선교한국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수 차례 선교한국 대회에 참여했던 아시아 몇몇 나라의 지도자들이 자국 최초의 선교대회를 준비하면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미국의 어바나대회나 다른 서방교회의 선교대회가 아닌 선교한국을 벤치마킹 한 일이나, 새롭게 세계선교에 동참하기 원하는 2/3세계 교회들이 한국선교를 배우기 위해 선교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현상이 이 대회의 시대적 의의와 사명을 실감케 한다.
협력과 동역의 모델 및 견인차
21세기 세계선교의 화두는 단연 ‘협력과 동역’이다. 2천 년의 장구한 역사를 통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세계교회는 모래알처럼 흩어진 각개전투만으로는 선교의 남은 과업을 결코 완수할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뒤늦게 체감한 셈이다. 지상명령 완수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단순한 선교외형의 증가가 아니라 선교공동체의 연합을 통한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시너지 창출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선교적 동역과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가 최근 부쩍 잦아지고 다양해지는 경향이다.
세계선교를 위한 동역과 협력의 분야가 실로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교회에 내재한 잠재력을 선교적 동력으로 일궈내는 동원사역에 교계와 선교계가 적극적으로 동역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선교한국 운동은 지난 20여 년간 한반도 및 한민족 신앙공동체의 선교동원에 거의 독보적인 역할을 감당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교한국 운동이 그간 그토록 효과적으로 쓰임 받을 수 있었던 비결도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연합의 정신으로 꾸준히 협력과 동역을 일궈내었기 때문이다. 초기의 선교한국 대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북미주 선교동원의 견인차 역할을 감당해온 어바나 선교대회를 모델로 출범했지만, 협력과 동역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앞서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바나 선교대회는 기독학생회(IVCF)가 주도하고 다른 단체들이 협력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데 반해, 선교한국은 35개 회원단체들의 공동책임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선교분과 모임에서 만난 어바나 선교대회 기획책임자 폴라 해리스(Paula Harris)는 전 세계의 다양한 청년학생 선교동원운동들 중 선교한국이 가장 발전된 형태의 연합운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 미미한 한국교계의 참여를 부추겨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선교의 시행자인 교회의 참여 없이는 선교한국 운동에 아무리 많은 학생선교단체와 해외선교단체가 참여한다 해도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선교한국 운동의 성공을 위해 교회의 참여가 필요한 게 아니라, 한국교회의 효과적인 선교동원과 참여를 위해 선교한국처럼 바람직한 연합선교운동의 물결에 합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이 더 적합할 것이다. 지역교회가 선교의 시행자요 모판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그 역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감당해야 할 것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수행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선교단체는 선교적 전문성을 확보하여 지역교회 옆에서(parachurch) 효과적인 선교를 지원하는 도우미인 셈인데, 선교동원의 관점에서는 선교한국이 바로 그런 역할을 감당해줄 수 있다. 지역교회의 선교동원을 어떻게 시작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인지, 선교에 관심을 갖거나 헌신하고자 하는 지역교회의 젊은이들을 어떻게 격려하고 도와줄 것인지, 헌신 이후의 후속조치는 무엇이며 어떻게 관리해주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선교의 장으로 나아가기까지 어떻게 교육하고 준비시켜줄 것인지 등 초기동원 전반에 관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축적해온 선교한국 운동에 합류하고 활용하는 것은 결국 지역교회에게 유익한 일이라 믿는다.
전통적으로 한국교회의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취약점은 연합과 협력의 부재였고, 그 결과 한민족 교계에서는 연합운동이 불가능하다는 패배주의가 팽배했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지속된 선교한국 운동은 우리도 공동목표인 선교를 위해 손잡고 동역할 수 있다는 새로운 자신감과 소망을 심어주었다. 선교한국을 통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선교에 헌신하는 일도 귀하지만, 이러한 연합운동을 경험하는 그들의 마음 속에 선교란 다양한 지체들과 공동체들의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인식을 각인하는 것은 선교한국이 우리네 교계와 선교계에 기여하는 진정한 공헌이라 믿는다.
정민영 성경번역선교회(GBT) 선교사, 국제위클리프(Wycliffe International)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