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마음 이전에 지친 몸과 신경계가 보내는 ‘구조 신호’
에니어그램 유형별 신경계 반응 및 ‘몸→관계→개별화’ 회복 원칙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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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온라인 줌으로 열린 세미나에서는 IBPS 회원 임하정 박사(코헨대 Ph.D)가 ‘에니어그램을 통한 청소년 우울증의 뇌치유상담’를 주제로 발표했다. 임 박사는 “우리는 오랫동안 우울을 ‘마음의 문제’로만 다뤄 대화로 설득하고 생각을 고치고 의지를 북돋우는 데 힘을 쏟았다”며 “하지만, 뇌과학에 의하면 위협을 느끼는 순간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몸, 곧 신경계”라고 말했다. 곧 위협 앞에서 심장이 빨라지거나 근육이 굳거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멍해지는 일이 ‘판단’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것이다.
임 박사는 “결론적으로 생각보다 몸이 먼저”라며 “청소년 우울을 돕는 출발점도 우울한 마음을 말로 움직이려 하기 전에 몸이 먼저 안전을 경험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울은 마음 이전에 몸과 신경계가 보내는 신호
임 박사는 청소년기가 우울에 취약한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의 발달 순서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박사는 “감정과 위협에 반응하는 편도체는 일찍 성숙하지만, 충동과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은 20대 중반까지 성숙한다”며 “가속 페달은 힘껏 밟혔는데 브레이크는 미완성인 자동차와 같은 아이에게 ‘생각을 바꾸라’는 요구는 설치되지 않은 브레이크를 밟으라는 주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결국 “조절의 힘은 몸이 진정되는 경험이 반복될 때 길러진다”고 강조했다.
우울이 깊어질 때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스트레스 축(HPA 축)의 만성 활성화로 코르티솔 조절력 감소 △기억과 정서 조절을 돕는 해마 기능 저하로 무기력과 집중력 저하 △애착·사회적 보상 회로 약화로 인한 고립감 증가 △세로토닌·도파민 신호 저하로 즐거움과 동기를 느끼는 능력 약화 등이 있다. 임 박사는 “따라서 무기력한 아이를 ‘게으르다’, 짜증 내는 아이를 ‘버릇없다’고만 볼 수 없다”며 “그 행동은 지친 신경계가 보내는 구조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에니어그램으로 본 신경계의 9가지 얼굴
이날 임하정 박사는 위협 앞에서 몸이 반응하는 방식의 차이를 에니어그램으로 설명했다. 첫째, 본능(장) 유형은 몸이 먼저 반응하여, ‘8번 투쟁형’은 교감신경이 치솟아 행동이 앞서고, ‘9번 멈춤형’은 저각성 상태로 떨어져 감각을 차단하며, ‘1번 경직형’은 경보가 울리지 않아도 교감신경이 늘 살짝 켜져 있어 근육이 긴장해 있다고 말했다.
둘째, 감정(가슴) 유형은 ‘연결의 상실’을 가장 큰 위협으로 느껴, ‘2번 동조형’은 상대에게 맞추며 자기 필요를 누르고, ‘3번 성취형’은 멈추는 순간 자체를 위협으로 여겨 끊임없이 달리며, ‘4번 개성형’은 깊은 침잠과 감정 폭발을 반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 머리 유형은 불확실성, 곧 ‘안전의 부재’에 반응해, ‘5번 관찰형’은 몸과 정서를 절전 모드로 꺼 두고, ‘6번 충성형’은 ‘꺼지지 않는 경계 레이더’처럼 상시 안전을 확인하며, ‘7번 낙관형’은 불편한 감각이 찾아오기 전에 새로운 자극으로 주의를 옮겨 버린다고 했다.
임 박사는 “유형마다 반응은 달라도 공통점은 모두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치유의 순서도 인지보다 신체 감각의 이완과 자율신경의 안정이 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울한 청소년들도 늘 ‘슬픈 얼굴’이 아닌, 신경계 패턴에 따라 반항하는 아이, 늘 웃는 아이, 말이 없는 아이 등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슬픔과 반항이 분노로 터져 나오는 ‘분노로 오는 우울’(8번), 무감각해지고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사라지는 우울’(9번), 완벽 기준에 못 미치면 자기 비난과 무기력에 빠지는 ‘자기를 때리는 우울’(1번), 인정을 잃으면 무가치감과 돌봄 소진이 찾아오는 ‘소진되는 우울’(2번), 웃는 얼굴 뒤에 공허감이 쌓이는 ‘가면 쓴 우울’(3번), 깊은 슬픔과 정체성 혼란에 잠기는 ‘가라앉는 우울’(4번), 관계에서 철수하고 감각이 무뎌지는 ‘숨어드는 우울’(5번), 두려움과 걱정이 우울과 뒤엉키는 ‘불안이 섞인 우울’(6번), 늘 즐거워 보이지만 멈추는 순간 공허가 드러나는 ‘감춰진 우울’(7번) 등 저마다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치유의 순서는 ‘몸→관계→개별화’
임 박사는 청소년 우울의 회복 원칙으로 ①호흡·리듬·놀이·감각 활동으로 아이가 ‘지금 안전하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하게 하는 ‘몸의 안정’ ②한결같은 어른의 존재가 아이의 신경계 조절의 기반이 되는 ‘예측 가능한 관계’ ③유형마다 안정을 느끼는 방식이 다르므로 다가가는 방식을 달리하는 ‘개별화’를 제시했다.
에니어그램 유형별로 살펴보면, 자기 비난에 빠진 1번 아이에게는 “실수해도 넌 소중해”라는 말을 해주기, 남을 돌보다 소진된 2번 아이에게는 “너는 뭐가 필요해?”라고 마음을 먼저 물어보기, 웃는 가면 뒤에 공허를 숨긴 3번 아이에게는 성과 없이 그냥 머무는 시간과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허락이 약이 된다고 했다.
또 깊이 가라앉은 4번 아이에게는 슬픔을 그대로 들어준 뒤 지금 여기로 함께 돌아오기, 관계에서 숨어드는 5번 아이에게는 거리를 존중하며 짧고 예측 가능한 만남을 이어가기, 불안이 섞인 6번 아이에게는 일관된 약속을 지키며 “내가 여기 있어”라고 반복해서 말해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늘 즐거워 보이는 7번 아이와는 함께 잠깐 멈춰 서서 즐거움 뒤에 숨은 마음을 물어보기, 분노로 우울을 드러내는 8번 아이에게는 몸으로 에너지를 충분히 내보내게 한 뒤 분노 밑의 슬픔을 받아주기, 무기력한 9번 아이에게는 작은 자극과 작은 선택부터 건네며 “네 생각이 궁금해”라고 다가갈 것을 제안했다.
임 박사는 마지막으로 청소년 우울을 치유하기 위한 세 가지 뇌치유상담 원칙을 제안했다. 임 박사는 “첫째, ‘몸의 안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호흡·리듬·감각을 통해 안전을 먼저 느껴야 생각과 말이 들어설 자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 ‘예측 가능한 관계’가 필요하다. 한결같은 어른 한 사람이 아이의 신경계를 조절하는 가장 든든한 바탕이 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셋째, ‘개별화된 접근’으로, 아이마다 안전을 느끼는 방식이 다르므로 돕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며 “다만 자해나 죽고 싶다는 말, 2주 넘게 이어지는 무기력과 수면·식욕 변화가 보인다면 지체 없이 전문의나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 교사, 상담자는 청소년들을 먼저 몸으로 안정시키고, 관계로 지켜주고, ‘지금 네 몸은 괜찮니?’라며 그 아이에게 닿는 말로 다가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발표 이후 IBPS 상임이사 이은영 박사(코헨대 Ph.D)는 “청소년 개개인의 성격과 내면을 이해하는 것이 정서적 회복과 건강한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며 “에니어그램과 뇌치유상담의 접목이 청소년 우울증의 예방과 회복에 의미 있는 방향을 제시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병혁 박사(코헨대 Ph.D)는 “에니어그램 유형별 심리적 특성을 뇌신경생리학적 관점과 연결해 청소년의 다양한 우울 증상과 심리적 반응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오삼란 박사(코헨대 Ph.D)는 “청소년들이 겪는 우울증을 누구나 확인하기 쉽게 강의해 주셔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고, 권미선 박사(코헨대 Ph.D)는 “문 제행동 자체보다 그 이면의 신경생리학적 반응과 정서적 욕구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고, 심리적 안전과 안정적 관계가 정서 조절과 회복의 기반임을 다시 확인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IBPS(International Brain Psychotherapy Society)는 미국 코헨대학교, 코헨신학대학 상담대학원 뇌치유상담학 석박사 과정 학생들의 학문적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12년 손매남 박사(코헨대학교 국제총장, 한국상담개발원 원장)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코헨대학교 상담대학원, 코헨대학교 국제부 후원으로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 온라인 줌으로 월례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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