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들의 대이동(The Flight of the Prisoners)’, 제임스 티소(James Tissot)
▲‘포로들의 대이동(The Flight of the Prisoners)’, 제임스 티소(James Tissot) ⓒ위키미디어
성경: 역대상 16장 23~30절, 스가랴 2장 1절 제목: ‘하나님 역사의 흐름과 디아스포라’

열왕기서가 솔로몬왕 즉위 후 분열된 남북 왕국의 역사를 다루었다면, 역대기서는 오로지 유다 왕국만을 다루고 있다. 또한 역사를 보는 데서 전자가 선지자적 관점에서 기술했다면, 후자는 제사장적 관점에서 다윗 왕국을 긍정적으로 다룬 점이 서로 차이가 있다.

역대기를 라틴어본으로 ‘크로니콘’(Chronicon), 영역본을 ‘크로니클스’(Chronicles)라고 부르는데, 이는 ‘흐름의 사건들의 책’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역대기는 유다 왕국에서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역사의 큰 흐름을 통해 여호와 중심의 신앙관과 역사관을 제시하고 있다. 역대기의 저자에 대해서도 여러 주장이 있지만 권위 있는 학자들에 의하면 에스라가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엔 역대기와 더불어 같은 저자에 의해 이어진 내용인 에스라서, 이 두 책을 동시에 보면서 ‘하나님 역사의 흐름과 디아스포라’라는 제목으로 묵상하고자 한다.

먼저 역대기의 주제는 하나님 역사의 큰 흐름을 따라 여호와를 진정 경외하는 자에게 임하는 은총과 축복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이야기의 중심은 다윗과 솔로몬에게 집중하고 있다. 다윗은 군사적인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그보다도 그의 종교적인 업적에 더 초점을 맞춘 것이 본서의 특징이다. 그는 레위인과 제사장 제도의 재정비(대상 23~26장)를 비롯해 법궤의 예루살렘 안치(대상 15장~16장), 비록 하나님의 성전 건축은 못 했지만 사실상 성전 건축의 제반 준비(대상 22장, 28장, 29장)에 많은 힘을 썼다.

그다음 인물은 솔로몬이다. 그는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하여 하나님께 봉헌하였다(대하 2장~7장). 이러므로 이스라엘을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든든한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그들에 이어 역사의 위기 가운데서도 유다 왕국을 수호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신앙을 전수키 위해 힘써왔던 여러 왕에 주목하고 있다(대하 14장~35장). 이럼으로써 역대기 저자는 열왕들의 악행과 우상 숭배와 거짓 종교가들의 행악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 한편,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역사의 면면한 큰 흐름에 따라 그분을 두려워하고 경외하는 자들만이 놀라운 은총과 축복을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하나님의 역사의 큰 흐름의 수혜자인 유대인들 이외에 또 다른 수혜자가 포함되어 있음을 보여준 것이 바로 오늘 본문의 내용이다. 그러니까 이스라엘 신앙의 상징인 법궤를 예루살렘에 무사히 안치한 내용(대상 15장)에 이어서 16장은 다윗이 백성들과 더불어 하나님께 기쁨과 감사제를 드리는 장면이다. 이 과정을 보면, 그는 먼저 감사제를 드리며 하나님과 맺은 영원한 언약을 찬양했다. 그래서 8절에서 ‘그가 행하신 일을 만민 중에 알릴지어다’라 했는데, 여기서 하나님의 기사를 만민에게 알린다는 것은 온 인류로 하여금 하나님의 권능과 위엄을 깨닫고, 친 백성이 되게끔 하려는 선교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또한 다윗은 23절에서 ‘온 땅이여’, 24절에서 ‘모든 민족’과 ‘만민’, 28절은 ‘여러 나라의 종족들’, 그리고 30절에서 ‘온 땅’과 ‘세계’라고 했다. 이와 같은 표현들은 모두 이방 세계를 지칭하는 말로써 다윗은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저들에게 하나님의 놀라운 영광과 위엄을 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그는 그리스도의 전 우주적인 구원 사역을 내다보면서 찬양하고 있다. 이는 훗날 이사야 선지자가 예언한 대로 장차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성취하게 될 세계 복음화를 시사해 주고 있으며, 선교적 사명과 확대를 강조한 것이다(사 9:2~6).

이뿐만 아니라, 역대기에는 여호와를 위한 제단, 곧 훗날에 세워질 예루살렘 성전의 터전인 오르난의 타작마당을 매입하는 사건이 나온다(대상 21:18~26). 성경은 오르난이 ‘여부스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는데(18절), 여부스 사람은 예루살렘 성의 원주민이었고(대상 11:4), 가나안 일곱 족속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하고 있다(창 10:15~16). 또한 오르난의 타작마당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희생 제사로 드렸던 모리아 산이고(창 22:2, 9, 대하 3:1), 솔로몬의 예루살렘 성전이 들어선 장소이다(대하 3:1).

그러니까 역대기 배경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다윗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용서와 화해의 장(場)으로 오르난의 타작마당이 선정되어 여호와의 제단을 쌓는 장소가 된 것은 결과적으로 진노의 장소가 은혜의 장소로, 섬김의 장소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의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의 그림자로, 오늘날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인해 죄인이 구원받아 의인이 되는 일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죄인이던 인간이 진노의 대상에서 하나님의 거룩한 나라로 옮겨져 그와 영원토록 교제를 나누게 되는 신약시대의 은혜의 역사, 그리고 선교의 역사를 상징해 주는 것이다. 할렐루야!

또한 성전 건축에 이방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있었음을 보게 되는데(대하 2:12~16, 17~18), 이는 장차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가 하나님 나라와 통치 속에 연합될 것을 예표한다. 즉 하나님의 선교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온 인류가 하나가 될 것을 말해 주는 얘기이다.

그리고 성전 완공 후 솔로몬이 드린 봉헌기도 가운데서도 이방인들을 위한 기도를 발견할 수 있는데, 역대하 6장 32절에서 그는,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 속하지 않은 이방인에 대하여도... 먼 지방에서 와서 이 성전을 향하여 기도하거든 주는 계신 곳 하늘에서 들으시고 모든 이방인이 주께 부르짖는 대로 이루사 땅의 만민이 주의 이름을 알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처럼 경외하게 하시오며...’라고 기도했다(대하 6:32~33). 그러므로 이 모든 일들을 통해 역대기는 하나님의 큰 흐름의 역사 가운데서 이방인에 대한 당신의 지대한 관심과 그들에 대한 선교적 사명과 역할을 일깨우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역대기에 이어 동일한 저자가 쓴 에스라서는 이방의 바사왕 고레스의 마음을 감동시켜 바벨론의 포로인 유대인들을 귀환시키는 장면을 본다. 그런 역사 가운데 특별히 주목하게 되는 구절은 ‘사로잡혀 갔던 자손들’이라는 말이다. 이 구절이 에스라서에서 여러 번 기술되고 있다(스 2:1, 4:1, 6:16, 19, 8:35, 10:6, 16). 이들은 바벨론 포로로 잡혀갔던 유대인 디아스포라를 가리킨다. ‘디아’(dia)는 ‘여러 지역’이란 뜻이고, ‘스포라’(speirein)는 ‘흩어지다’의 뜻이다. 그러므로 디아스포라는 ‘여러 지역에 흩어진 유대 민족’이란 뜻이다. 또한 이는 파종을 받은 자들, 즉 파종한 자의 목적을 이루는 자들이란 뜻을 가진다. 그러니까 유대 디아스포라인들은 그들을 흩으셨던 하나님의 원래의 목적을 이루어야만 하는 자들이란 말이다. 그래서 돌아온 그들은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의 주역들이 된 것을 보게 된다(스 8:35).

따라서 오늘날에도 흩어진 디아스포라를 통해 하나님의 큰 흐름의 역사의 주인공들로 사용하시어 왕 같은 거룩한 제사장이 될 것을 미리 보여주신 것이다(벧전 2:9). 이런 면에서 우리는 이 시대에 하나님의 역사의 큰 흐름을 알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흩어진 디아스포라들에게 거룩한 제사장의 역할을 감당해 나아가야 할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벧전 2:9~12).

김영휘 목사
▲김영휘 목사
[말씀묵상기도]

1. 오늘도 우리는 하나님의 큰 역사의 흐름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하면서 그 역사에 동참하는 주인공들이 되어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성도들이 되게 하소서.

2. 우리는 세계 여러 곳에서 온 디아스포라 인들에게 제사장의 사명과 역할을 잘 감당하는 자들이 되게 하소서.

김영휘 목사/선교사
KWMA 운영이사
시니어선교한국 실행위원
서울남교회 은퇴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