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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 해 동안 폐업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1559곳, 병원급 의료기관까지 합치면 2000곳이 넘는다. 경영에 사활을 건 병의원들도 문 닫는데 무료진료에 사활을 건 의료기관이 7년째 문을 활짝 열고서 환자들을 맞고 있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에 위치한 ‘이주민의료센터’(구 이주노동자전용의원)는 이주민과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이다. 이 병원은 돈 없는 이주민 환자를 쫓아내지 않는 무료병원이다. 그래서 전국 각지는 물론 외국의 환자들이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온다. 

2004년 설립된 이주민의료센터는 지난 7년 동안 자금난과 폐쇄위기를 반복해 왔다. 매년 10억 원의 운영비가 필요한데 환자에게선 돈 나올 곳이 없고 정부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니 운영난은 당연하다. 그런데 7년째 무료진료를 하고 있다. 

이주민의료센터를 설립한 김해성(51) 목사는 3명의 상근의사를 비롯해 방사선기사와 물리치료사, 간호사 등 모두 13명의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임금이 체불되면 김 목사도 노동청에 불려가야 한다. 7년 동안 운영비 때문에 애를 태웠지만 노동청에 불려간 적은 없다고 한다.

이주민의료센터의 '힘'은 후원이다. 그 힘은 세 갈래서 나온다. 하나는 외환은행과 국민은행, 대한산업보건협회 등의 '든든한 힘', 둘째로는 생활비와 용돈을 아껴서 돕는 '개미의 힘', 셋째로는 이름도 빚도 없는 '익명의 힘'이다. 

한 익명의 후원자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2억 원을 후원했다. 그는 '여호와이레'라는 별칭으로 후원 통장에 입금했을 뿐 자신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김 목사도 후원 담당자도 그가 누군지 전혀 알지 못한다. 다만 '여호와이레'가 '하나님이 준비하셨다'는 뜻으로, 이를 볼 때 기독교인으로 추측할 뿐이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 모르게 한 기부자는 또 있다. '샬롬'이란 별칭의 익명 기부자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수 백 만원을 후원하고 있고, '오병이어'는 수 십 만원을 꾸준히 후원하고, '헌금드립니다'와 '몽당연필' 등은 100만원과 10만원을 각각 익명으로 기부했다. 


20년째 이주민 돕는 일을 하고 있는 김해성 목사는 "저는 의사도, 사업가도 아니고, 대형교회 목사도 아니다. 능력도 돈도 없는 제가 병원과 학교, 이주민 쉼터와 상담기관 등을 세우고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후원자들의 참여 덕분이었다"고 한국의 역동적인 기부문화가 27만 명의 이주민 환자들을 살렸다고 밝혔다. 이주민의료센터는 2011년 9월말 현재 중국, 몽골, 스리랑카, 베트남, 필리핀, 파키스탄,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 30개국 환자 270,334명을 무료진료했다.

김 목사는 이주민의료센터 주인은 자신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 병원의 진정한 주인은 후원에 참여한 기업체와 기관, 개미 후원자, 익명 후원자"라면서 "7년째 이어지고 있는 후원이 힘이 낯선 나라에서 어려움을 처한 이주민들에게 희망을 나누어주고 있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사회엔 이주민을 차별하고 냉대하는 기류도 있지만 그보다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이 있으면 발 벗고 나서는 역동적인 기류가 훨씬 강하다”면서 “한민족의 역동적인 후원의 힘으로 만든 병원이 ‘이주민의료센터’이고 깊은 정에서 생겨난 후원의 힘이 7년째 병원을 지키고 있다”

한편 이주민의료센터는 10월 6일(목) 오후 4시부터 서울 구로구 가리봉에 위치한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5층 강당에서 7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등을 초청하게 될 이날 행사에선 지구촌어린이집, 지구촌국제학교, 지역아동센터의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노래 공연을 선보인다. 특히, 익명의 기부자인 '여호와이레'에게 특별감사패를 증정, 주인 없는 감사패를 이주민의료센터에 부착해 뜻을 기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