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는 한국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습니다. 내수 부진과 수출 위축으로 체감 경기는 10년 전 IMF 사태를 떠올릴 정도로 매우 어려웠습니다. 많은 기업이 벼랑 끝 위기로 몰리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도 영업 부진으로 매출이 하락했고, 사내 협력업체들까지 곤경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절체절명의 위기 가운데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했습니다.
기도 가운데 지혜를 얻어 시작한 것이 바로 사내 협력업체 사장님들과의 성경공부방 모임이었습니다. '화평방'이라 이름 붙인 이 모임은 2009년 11월 첫 모임을 가진 이후 일주일에 한 번, 1시간씩 점심시간에 진행되었습니다. 이듬해인 2010년 1월에는 회사 서울 사무소에 성경공부방 모임 '사랑방'이 생겼고, 음성 공장의 리더들을 위한 '온유방' '희망방'도 주님의 은혜 가운데 시작했습니다. 많은 인원이 모인 것은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각자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한편, 힘든 일은 서로 기도해주는 모임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성경공부방 모임은 다음의 순서로 진행하였습니다. '거룩하신 하나님' '나의 반석이신 하나님' 등 가사만 따라 불러도 하나님을 쉽게 알 수 있는 찬양을 부르면서 시작합니다. 모임 인도자가 시작기도를 한 후엔 매월 일터와 직원 개인, 가정, 나라를 위해 A4 한 페이지로 정리한 '한마음기도문'을 놓고 함께 기도합니다.
성경공부방의 성경 본문은 인생의 지혜가 가득 담긴 잠언을 가장 먼저 택했습니다. 인도자가 홀수 절을 읽으면, 사원들이 짝수 절을 읽고, 두 번째는 본문 전체를 합독한 뒤 각자에게 나눠주는 유인물의 질문에 답을 하도록 했습니다.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하나님이 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무엇인가' '하지 말라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해 각자 기록한 답을 팀원들과 나누고, 인도자는 팀원들이 충분히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부분은 다시 한번 짚어주게 됩니다. 그다음 한 명씩 한 주간 중보기도 제목을 내놓고 함께 기도한 후, 인도자가 이날 공부한 내용으로 기도하고 주기도문으로 마무리합니다. 말씀이 아는 데에만 머물지 않도록 사소한 일이라도 삶에서 어떻게 적용했는지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무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웠다든지, 도움이 필요한 동료를 도왔다든지 등 말입니다. 피드백 시간은 새로운 성경 본문을 읽기 전,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나니'(히 4:12)라고 했습니다. 몇몇 믿지 않는 이는 성경공부방 모임에서 상당 기간 마음을 잘 열지 못하고 어색해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음을 열고 자신과 가족의 크고 작은 중보기도 제목을 내놓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함께 기도하여 기도응답이 오면 모든 팀원의 믿음이 자라났습니다.
말씀은 우리의 보이지 않는 영역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보이는 삶의 영역까지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팀원들이 어려운 이웃을 섬기기 위해 자발적으로 헌금을 모으는 성경공부방이 생겨났습니다. '화평방'은 지금까지 호스피스 기관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직원들과 잠언 31장을 모두 공부하는 데에는 1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 기간 우리는 가시밭, 돌짝밭, 길가밭 같은 우리의 심령을 옥토밭으로 갈아엎는 작업을 했습니다. 말씀의 씨를 뿌리면 풍성한 열매를 거둘 수 있는 옥토밭으로 바뀐 많은 이가 예수님을 영접하여 구주로 모시고 구원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장우 일터사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