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공항을 떠나 저녁에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 내린 저희는 우간다 공항의 기상 하룻밤 스키폴 공항에 머물렀습니다. 이튿날 우간다에 무사히 도착한 목사님과 저는 사역 현장을 둘러보고 현지 학생들에게 준비해 간 학용품을 선물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점심으로 특식인 고깃국도 제공되었습니다.
그다음 목적지인 르완다로 이동했을 때는 이미 사방이 어두컴컴해져 있었기 때문에 바로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라고 하지만 건물 내부는 흙 바닥이었고, 얇은 모포 한 장이 올려진 침대가 덩그러니 놓인 조촐한 곳이었습니다. 모포를 덮고 잠을 청하는데, 갑자기 매트리스를 받치는 합판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며 침대가 내려앉았습니다. 다친 곳은 없었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동안 잠을 못 이루다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녘에 일어났습니다.
이튿날 열린 학교 건축 후원금 전달식은 현지 군수를 비롯하여 교육기관 관계자, 지역 유지,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마을 축제 분위기로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르완다 현지 선교사님의 댁을 방문하고 케냐로 출발하는 날, 선교사님이 말씀했습니다. "방문 예정 지역에 원인불명의 전염병이 발생해 지금 여행 철수권고인 3단계 적색경보가 내렸어요. 위험 요소가 많으니 바로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날 저녁 저는 '한국으로 철수할 것인가, 비전트립 일정을 끝까지 완수할 것인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며 기도했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지난 50여 년의 인생을 반추하면서 예수님을 믿게 된 것도, 크고 작은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이 성장∙발전한 것도, 지구 반대편인 아프리카까지 온 것도 하나님의 크나큰 은혜이고 축복임을 고백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하나님 앞에 지은 죄를 회개하고, 혹여 하나님께서 부르신다면 하나님 앞으로 가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만일 그 시각 한국에 있었더라면 틀림없이 업무로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프리카로 떠나 왔기에, 마침 여행지역에 적색경보가 발령 났기에 하나님 앞에 두렵고 진지한 마음으로 지난 세월을 반추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목사님도 저와 같은 마음이셨던 것 같습니다. 이튿날 저희는 만류하는 선교사님을 뒤로하고 소형 비행기에 몸을 싣고 빅토리아 호수를 건넜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저희를 이 땅에 보내신 목적에 따라 케냐에서 2박 3일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장우 일터사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