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모든 사람이 한 방향을 보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공동체의 모든 사람이 한 방향을 보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권성찬 선교사 제공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습니다. 계신 곳의 날씨도 견딜만하길 바랍니다. 모두가 배고픈 시절을 살아서였을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냇가의 미꾸라지를 잡았을 때도, 먹지라 불리는 통통한 개구리를 잡았을 때도 모두 먹어 치웠습니다. 심지어 군대에서는 뱀도 잡아먹었으니까요. 그래서 참새가 사정거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가까운 돌을 집어 들었고, 가끔은 재수 없는 참새가 맞아 역시 음식이 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에 야생의 동물을 보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 당연한 줄 알았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저같이 ‘야만적인’ 인간을 피해서 안전한 곳으로 간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동물을 보려면 ‘동물원’에나 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고요.

가끔 선교 훈련을 섬기느라 영국에 갈 일이 있는데, 그 장소가 에쉬번햄이라는 시골 지역의 리트릿 센터입니다. 그곳은 호수를 끼고 자연적인 숲이 있습니다. 강의 전 아침에, 그리고 점심 후 휴식 시간에 틈만 나면 그 호수를 끼고 숲을 도는데, 대략 1시간쯤 소요됩니다. 비교적 자주 간 편이어서 전에도 같은 장소를 다른 시간에 다른 동물들이 사용한다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최근에 갔을 때는 좀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한 사람 겨우 설득하니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삐뚤어집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한 사람 겨우 설득하니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삐뚤어집니다. ⓒ권성찬 선교사 제공
제가 숲을 걸어가면 여기저기서 놀던 동물들이 푸드덕 소리를 내며 움직입니다. 제게 다가오는 법은 없고 물론 피합니다. 그렇지만 멀리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5미터에서 10미터 사이, 어떨 땐 그보다 가까운 곳에서 제 할 일을 합니다. 야생인데 말이죠. 물론 저도 이제는 그 동물들을 보면서 돌 집어들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꿩이 근처에서 그러고 있을 때는 옛 습성이 약간 올라오는 것을 느끼지만 이내 평정심을 갖습니다.

우리 주위에 동물이 사라진 것은 동물을 먹이로만 생각한 인간의 문화, 더 정확히는 배고픈 사회와 관련이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 이 숲에서 이 작은 동물들과 가지게 되는 적당히 기분 좋은 긴장감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입니다. 우리가 함께 숲에 있구나라고 느끼는 그런 감정입니다.

이곳에 오기 며칠 전 사람들이 많은 공원에 갔었는데, 그 공원의 호수에는 오리와 거위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물가에 서자마자 수많은 거위가 멀리부터 날아 가까이 왔습니다. 왜일까요? 사람들이 먹이를 뿌려 주다 보니 제게도 그런 기대를 가지고 날아온 것입니다.

그래도 오래 인내하면 좋은 날이....
▲그래도 오래 인내하면 좋은 날이.... ⓒ권성찬 선교사 제공
도망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달려들지도 않는 적당히 기분 좋은 긴장감. 함께 있다는 그런 긴장감으로 인해 저는 좀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되고,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임을 숲속에서 느끼고 배우게 됩니다.

하루는 그 숲에서 재미있는 관찰도 했습니다. 거위 세 마리가 숲속에 몸을 감추고 머리만 내밀고 있는데 그 행동이 우스워 가만히 관찰하며 사진에 담았습니다. AI로 만든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인내로 찍은 사진입니다. 마치 선교지에 쏟는 여러분의 노력 같습니다.

선교지에서 섬기는 사람들을 너무 복음의 먹잇감으로, 선교의 대상으로만 여기면 마음이 멀리 갈 수 있겠습니다. 반대로 마구 달려드는 것은 복음에 대한 관심보다 뿌려주는 ‘어떤 것’ 때문일 가능성도 높고요.

그곳에 함께 살아가는 적당히 기분 좋은 긴장감을 유지한다면 우리는 서로를 진정한 사람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고, 시간이 가면서 그 거리가 가까워지고 더욱 인내한다면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겠죠. 이상 숲에서 얻은 생각이었습니다. 샬롬.

GMF 대표 권성찬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