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도, 개신교와 천주교를 잇는 역사적 공간

박신호 박사
▲박신호 박사
원산도에서 시작된 귀츨라프의 활동은 1832년 귀츨라프와 린지의 영문 기록, 1866년 다블뤼 주교의 역사 기록, 1874년 달레의 프랑스어 『조선천주교회사』, 1927년 백낙준의 역사학 연구, 2026년 박신호의 경영학적 학제 간 연구로 이어지며 시대와 국가, 언어와 교단을 넘어 계승돼 왔다.

원산도는 더 이상 한 선교사의 일시적인 방문지에 머물지 않는다. 이곳은 개신교와 천주교가 함께 기억하고 기록한 한국 기독교사의 공동 유산이자, 역사학·선교학·언어학·농업학·의료사·경영학이 융합되는 학제 간 연구의 현장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특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Seoul 2027)와 2032년 귀츨라프의 원산도 방문 및 한글 세계 소개 200주년을 앞두고, 원산도는 한국 기독교의 공동 순례지이자 국제학술연구와 한글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가 귀츨라프의 1832년 조선 항해 여정을 하나의 해양 선교·역사문화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귀츨라프 미션아일랜드(Gutzlaff Mission Islands)’ 구상도 주목받고 있다. 귀츨라프 일행은 1832년 7월 17~18일 백령도, 7월 21~22일 외연도, 7월 22~23일 녹도, 7월 23~24일 불모도와 동소도(東小島), 7월 25일부터 8월 12일까지 원산도를 거쳐 8월 7~8일 간월도와 안면도 주변을 탐방했으며, 8월 17일에는 제주도와 가파도 인근을 항해했다.

이러한 항해 경로를 따라 백령도·외연도·녹도·불모도·원산도·간월도·안면도·제주도·가파도를 연결하는 귀츨라프 미션아일랜드가 조성된다면, 각 섬에 남아 있는 기독교 선교사, 해양교류사, 한글문화사, 농업·의료·통상 활동의 흔적을 하나의 국제적 역사문화벨트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귀츨라프 미션아일랜드는 단순한 선교지 탐방을 넘어 한글문화, 해양관광, 생태환경, 지역농업, 국제교류, 순례 관광을 융합하는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이 될 수 있다. 또한 각 섬의 역사적 특성과 주민들의 삶을 연결함으로써 지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이를 교육·관광·문화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하는 지속 가능한 해양문화 네트워크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닌다.

특히 원산도는 이 미션아일랜드 네트워크의 중심 거점으로서 귀츨라프의 주기도문 한글 번역, 의료봉사, 감자와 포도 재배기술 전수, 그리고 대영제국과 조선 사이의 초기 통상 교섭이 이루어진 핵심 역사 현장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흥미롭게도 귀츨라프의 부인 메리 원스톨(Mary Wanstall)은 훗날 중국·일본·조선에서 영국 외교를 주도한 해리 스미스 파커스(Sir Harry Smith Parkes, 1828~1885) 가문과 친족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커스는 1884년 영국 정부로부터 조선 국왕에 대한 전권공사(Minister Plenipotentiary)로 임명돼 한영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초기 한영 외교관계를 담당했으며, 19세기 영국의 동아시아 외교정책을 이끈 대표적인 외교관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역사적 인연은 귀츨라프의 조선 방문이 단순한 선교 활동을 넘어 훗날 전개된 한영 외교와 동아시아 국제교류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도 재조명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다블뤼와 달레의 천주교 기록, 백낙준의 역사학 연구, 박신호의 경영학적 학제 간 연구가 더해지면서 원산도는 과거의 선교 현장을 넘어 한국 기독교와 한글문화, 그리고 글로벌 지식 창출의 역사를 연결하는 국제적 연구·순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따라서 2032년 귀츨라프의 조선 방문과 한글 세계 소개 200주년은 원산도와 서해·제주 연안의 여러 섬을 하나의 역사 문화권으로 연결하고, 개신교와 천주교, 국내외 학계와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국제학술대회·순례행사·한글문화축제·해양관광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끝>

박신호 박사(미국 캐롤라인대학교 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