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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과제 세 번째 주제로 ‘현재 지배적인 관리 시스템을 정립하라’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듯 피터 드러커는 그의 책 ‘변화 리더의 조건’에서 기업이 직면하는 모든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잘못된 기업 이론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성과가 나지 않은 기업은 ‘기업 이론’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피터 드러커가 제시한 ‘기업 이론’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지배적인 관리 시스템

MIT 대학교수인 피터 센게는 그의 책 ‘학습하는 조직’에서 현재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관리 시스템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사람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기업 이론으로 짜인 관리 시스템은 낮은 성과를 만들어 낼 뿐 아니라 기업의 자산인 사람을 망가뜨리고 있다. 사람을 망가뜨리는 기업의 지배적인 관리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지배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일곱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평가 중심 관리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단기적인 평가 기준에 집중하고 있다. 단기적인 평가 기준에 집중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단기적 성과에 초점을 맞춘다는 뜻이다. 단기적 성과란 주로 눈에 보이는 매출액, 영업 이익 등이 주요 측정 지표들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측정이 불가능하면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 에드워드 데밍 박사는 “중요한 것 가운데 측정 가능한 것은 겨우 3%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피터 드러커도 기업의 성과는 여덟 가지, 즉 마케팅, 혁신, 인적 자원, 재정 자원, 물적 자원, 생산성, 사회적 책임, 이익 영역에서 반드시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처럼, 기업의 ‘지속 가능성’으로 볼 때 단기적 평가 기준에 집중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둘째, 순종이 강조되는 성과 관리 문화이다. 상사를 기쁘게 하는 것으로 성공에 이른다. 또한 상사는 두려움을 이용하여 부하 직원들을 관리한다. 피터 센게는 ‘학습하는 조직’에서 본래 사람은 내재적 동기, 자부심, 존엄성, 학습에 대한 호기심과 배움의 기쁨을 지니고 있다고 전제한다. 이를 파괴하는 힘은 유년 시절에 시작되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계속된다. 이후 직장에 들어가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개인, 팀, 부서에 점수가 매겨져서 높으면 상을 받고, 낮으면 처벌이 따른다. 처벌은 인력 자원에 상시 구조 조정체제를 도입하여 필요 이상의 긴장감을 과도하게 조성함으로써 사람의 두려움을 이용하는 것이다.

목표관리, 할당제, 인센티브, 사업계획 등은 개별적으로도 그렇고 종합적으로도 심각한 피해를 야기시키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회사의 경영 사이클이 순종을 강조하는 문화가 지배적이다. 상향식(bottom-up)으로 세운 목표나 사업 계획은 순식간에 뒤바뀐다. 탑(Top)이 내려준 목표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오로지 경영진이 정한 목표를 충족시킬 의무만을 지닌다. 탑의 목표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합당한 의견 제시나 논리적 설득 과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권위적 경영 프로세스가 조직원들을 힘들게 한다. 조직 안에서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와 문화가 존재한다.

셋째, ‘정답’ 대 ‘오답’이다. 기술적 문제 해결이 강조된다. 그것에서 벗어난 시스템 문제는 무시된다. 시스템 사고의 결핍에서 야기되는 문제이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날이 흐리고 나뭇잎이 위로 말려 올라가면 우리는 곧 비가 오리라는 것을 안다. 또한 폭풍우가 지나가면 땅속 깊은 곳에 지하수가 보충되고 내일쯤 하늘이 다시 청명해지리라는 것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각각의 사건은 시간과 공간 면에서 서로 떨어져 있지만 모두가 동일한 현상 안에서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사건은 나머지에 영향을 미치는데, 보통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이다. 현상의 개별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고 생각해야만 폭풍우라는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다. 기업 활동을 포함한 여러 인간 활동 역시 시스템이다.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직물의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정답과 오답을 기술적 시각으로 다루는 것은 아주 위험한 결정이 될 수 있다.

넷째, 획일성이다. 해결해야 하는 하나의 문제로 다양성을 인식한다. 표면적인 합의를 우선시하고 갈등을 억누른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자고 말해놓고, 상사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먼저 말한다. 속내를 터놓고 말하기도 전에 상사의 의중에 맞춰 결론을 만들어 낸다.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그룹의 멤버들을 신입 사원 때부터 함께 일해 온 자칭 로얄 멤버들로 구성을 해 놓고 다양한 의논을 논의할 수 있겠는가! 혹시 다른 배경을 가진 임원이 외부에서 합류한 후 기존 멤버들과는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 수용할 수 있을까? 아마도 집단적으로 왕따를 시킬지 모른다. 

다섯째, 예측 가능성과 통제 가능성이다. 관리란 통제하는 것이다. ‘관리의 성스러운 삼위일체’는 계획, 조직, 통제하는 일이어야 한다. 조직을 관리의 대상으로 본다. 물론 조직원들도 관리의 범위에 있기 때문에 통제의 대상으로 관리하려 든다. 지식기반 조직에서 개별적 통제가 가능할 수 없다. 특히 전문성을 가진 조직일수록 조직장의 고민은 한결같다. 조직원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알 수가 없다.

예측 가능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자신이 계획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 조직은 예측 가능하도록 일을 시키기 위해서 통제를 강화한다. 즉 상사에게 보고하는 문화이다. 보고는 왜 하는가? 통제하기 위해서이다. 조직의 통제 가능성을 높여야 사고가 없고, 조직의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위험성이 따르는 군대나 제조 현장에서는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창의적 사고와 논리적 접근성이 필요한 조직에서는 상명 하달의 위계질서만 가지고 조직의 생산성을 높여갈 수 없다. 통제의 수단으로 지시한 것만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한 일이다.

여섯째, 과도한 경쟁과 불신이다. 원하는 성과를 얻으려면, 사람들 사이의 경쟁은 필수이다. 경쟁 없이는 혁신도 없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조직 내 구성원들 간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후계자를 세우는 과정에서 아들들의 경쟁을 부추기는 경우까지 있다. 조직은 릴레이 경주에서 바통을 갖고 자신의 목표 지점까지 최선을 다해 뛰고,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릴레이 경주와 같다. 조직은 개별적으로 경쟁함으로써 성과를 내는 구조가 아니다. 오로지 협력만이 조직의 성과를 탁월한 수준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일곱째, 전체성의 상실이다. 분열과 파편화다. 조직 일부의 혁신이 전체로 확산되지 못한다. 프로세스 중심의 조직이 아닌 기능 중심의 조직에서 회사 전체 목적을 위해 각각의 기능 조직이 유연한 톱니바퀴처럼 돌아갈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이유가 무엇인가?

우선 조직원이 공유할 수 있는 ‘공유 목적’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공헌 의지’를 지닌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경영자의 리더십이다. 또한 전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실질적인 ‘협력 규칙’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 과정은 실험적 정신이 필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반드시 피드백 체계를 통해 실현되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지배적인 관리 시스템’에 대한 현실적 대응은 어떠한가? 너무 빠른 사회적 변화 때문에, 기업들은 과도한 피로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건 아닌가! 변화를 따라가자고 마냥 속도를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다른 관점에서 돌아보고 생각할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의 세계화와 산업 발전 덕분에 많은 이의 물질적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 위기를 포함한 다양한 부작용이 야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전환기다. 무언가가 사라지는 동시에 다른 무언가가 탄생하는 시기이다. 어떤 것이 무너지고 쇠퇴하고 지쳐 나가떨어지면 한편으로, 아직 형태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다른 어떤 것이 무너진 잔해 속에서 탄생하는 그러한 형국이다. 변화하는 현실에 부단히 적응할 능력을 갖춘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새로운 사고와 운영방식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조직이 끊임없는 기능장애 해결에 매달리느라 혁신할 시간이나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은 가치 중심 경영문화의 토대를 약화시키고, 이를 틈타 개인의 권력과 부를 좇는 기회주의 풍조가 생기고 있다.

피터 드러커의 조언에서 얻는 통찰

드러커 교수에 따르면 아주 강력해서 꽤 오랜 기간 효력을 발휘한 기업 이론이라 할지라도 사회 변화로 인해 ‘진부해진다’는 것이다. 어떤 조직의 기업 이론이 진부해졌을 때 조직 내에 나타나는 첫 번째 반응은 거의 언제나 방어적이다. 다음으로는 미봉책을 쓰는 것이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업 이론이 진부해졌음을 알려주는 징후가 나타났을 때는 기업의 환경과 사명, 그리고 핵심 역량에 대한 가정들이 지금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지고 철저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성공의 기반이 되어주었지만 이제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 가정들에 대해서 말이다. 조직의 행동을 새로운 현실과 사명에 대한 새로운 정의에 부합할 수 있도록 바꾸어나가고, 새로운 핵심 역량을 개발하고 습득해야 한다.

기업이 견지해야 할 3가지 지침을 정리해 보자.

첫째, 문제를 빨리 발견하라. 문제의 발생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 경영자들은 언제나 상황 변화에 따른 이상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기업 이론은 항상 조직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면서부터 진부해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목표 달성은 축복받을 일만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기업 이론을 생각하기 시작해야 함을 의미한다.

둘째, 체계적 폐기(Abandonment)이다. 모든 조직은 3년을 주기로 모든 제품, 서비스, 정책, 그리고 유통망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만약 우리가 이미 이것을 채택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이것을 채택해야 하는가?” 이미 채택된 정책이나 관행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조직 스스로 자신의 기업 이론과 가정들을 재검토하는 것이다. 이는 조직으로 하여금 다음과 같이 질문하게 한다. “5년 전 우리가 시작했을 때는 그렇게도 유망해 보이던 것이 왜 지금에 와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일을 잘못 수행했기 때문인가, 애초에 잘못된 일을 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올바른 일임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는 것인가?” 체계적이고도 의도적인 폐기를 하지 않으면 그 조직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에 치여 꼼짝할 수 없게 되고 만다.

ha1.jpg셋째, 기업 외부를 관찰하는 것이다. 특히 고객이 아닌 자들, 즉 ‘비고객’을 관찰하는 것이다. 언제나 고객보다는 비고객이 많은 법이다. 월마트가 최고의 시기를 보낸 때 미국 소비재 시장의 14%를 점유하고 있었다. 이는 미국 시장의 86%는 월마트의 고객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병든 조직을 구제해 줄 마술 지팡이를 가진 기적의 경영자를 찾고 싶은가? 한 가지 기억해둘 것은 ‘기업 이론’을 만들고 유지하고 재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천재적 능력이 아니라 고된 작업이다. 영리하기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최고경영자는 항상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최고 경영자가 회사로부터 높은 급여를 받는 이유이다.

하영목 교수(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국제물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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