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들도 선교지에서 동료, 부부와의 갈등, 자녀 문제, 사역적 어려움, 질병 등을 경험하는데, 특별히 타문화권에 있어서 스트레스에 노출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선교를 건강하게 꾸준히 해나가기 위해 필수적인 선교사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길 기대합니다.”

타문화권을 경험한 선교사, 목회자 및 가족들의 정신건강을 지원하여 건강한 선교와 목회활동을 돕기 위해 ‘선교상담전문가 네트워크’(실행위원 백은영·안은숙·이현숙·황정신, 자문위원 이재진·김영옥)가 정식 출범했다.

선교상담전문가 네트워크는 지난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제주 서귀포 켄싱턴리조트에서 열린 방콕포럼에서 출범을 결의한 이후 두 달여 간 준비기간을 거쳐 4일 켄싱턴호텔 여의도(구 렉싱턴호텔) 1층에서 발기인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실행위원인 백은영 선교사(터닝포인트 회복상담센터 상담사), 안은숙 선교사(브니엘상담센터 소장), 이현숙 선교사(터닝포인트 회복상담센터 소장), 황정신 선교사(오아시스 힐링센터 대표)가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타문화를 경험했던 선교사인 동시에 상담을 전공했으며, 최소 10년 이상 공식, 비공식적으로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상담사역을 해 온 전문가다. 무엇보다 타문화에서의 선교 경험을 바탕으로 동료 선교사들의 현실과 마음을 가장 잘 공감할 수 있는 사역자들이라 선교사 정신건강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1.jpg
선교사상담전문가 네트워크가 4일 켄싱텅호텔 여의도점에서 발기인 모임을 가졌다. 왼쪽에서부터
 실행위원 백은영·안은숙·황정신·이현숙 선교사.    사진=이지희 기자

이날 안은숙 선교사는 “교회 내에도 일반 상담전문가들은 많은데, 타문화선교 상담전문가는 많지 않다”며 “타문화권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와 자녀뿐 아니라 목회자 가정 중에도 타문화를 경험한 이들 중 상담이 필요하면 ‘선교상담전문가 네트워크’가 적극 돕기 원한다”고 말했다. 안 선교사는 특히 “선교사들이 가족 갈등, 자녀 교육, 탈진, 파송 본부와의 갈등, 은퇴 문제 등으로 정신건강에서 어려움이 발생한 후 치유, 회복 차원의 ‘사후 상담’도 중요하지만, 사전 교육과 예방 차원에서의 상담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필요하면 현장 선교사들을 찾아가는 방문상담 사역도 하면서 필요한 상담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팔에서 두 번째 강진이 발생한 지난 5월 12일, 태국에서 네팔로 입국해 한국선교사들을 위한 위기디브리핑 사역을 진행한 황정신 선교사는 “지진을 계기로 선교사들의 마음속에 또 다른 큰 트라우마들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한국교회가 선교사에게 간증만 바라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와 가족에게 정말 필요한 ‘힐링’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현숙 선교사는 “선교사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면서도, 선교단체나 교회는 물론 본인 자신도 상담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잘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선교사들에게 정신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서, 이들이 적절한 시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 8일부터 15일까지 이현숙 선교사와 함께 네팔에 들어가 한인 선교사 가족과 현지인을 대상으로 상담, 교육 사역을 진행할 예정인 백은영 선교사는 “네트워크를 통해 상담이나 도움을 받기 원하는 선교사들에게 실질적인 정보와 상담 기회를 제공하여, 선교사 가족이 회복되고 건강한 선교사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선교상담전문가 네트워크는 선교사 상담센터들의 사역과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파송 본부, 선교단체, 교회, 선교사들에게 적극 알려서 필요에 따라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정기적으로 상담저널을 발간해 선교사 정신건강 문제를 한국교계에 공론화하고, 원론적인 영역에서부터 선교사 회복 사례, 구체적인 실천 과제까지 다뤄 선교사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로 했다.

선교상담 자원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네트워크 하기 위한 모바일 및 인터넷 커뮤니티도 운영하여, 와이파이 지역이라면 전 세계 어디서든 선교사들이 정신건강 관련 정보와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웹에 실린 내용은 핸드북으로 엮어 선교단체, 교회, 선교사들에게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 외 선교사 상담센터들이 협력하여 교육, 세미나, 워크숍 등을 운영해 시너지 효과도 낼 계획이다.

타문화 선교를 경험하고, 복음주의적 입장에서 선교사와 선교사 가정의 정신건강을 세우는 일에 헌신하기 원하는 상담전문기관이나 관련학과 학사학위 이상 개인 등은 누구나 선교상담전문가 네트워크에 가입할 수 있다. 안은숙 선교사는 “방콕선언문의 목적과 방향에 합하는 기관과 개인은 얼마든지 협력하여, 후방에서 하나님 나라와 선교지상 명령 시행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며 “특히 인본주의적 심리학 관점이 아닌 하나님 안에서 복음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기관, 개인들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