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통일부는 남한에 정착했다가 북한에 돌아간 탈북자가 12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탈북민 사회는 재입북 탈북자가 1백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재입북 이유 중에는 남한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있다고 알려졌다. 국내 정착 탈북민의 0.09%가 자살로 사망(데일리NK, 2012)하고, 총 탈북민 중 26명이 자살하고 796명이 실종 상태(국회대정부질문 자료, 2013년)이며, 탈북 여성 중 43.5%는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했다(사회복지연구, 2013년 여름)고 답하는 등 탈북자의 남한 부적응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오픈도어선교회 북한선교연구소는 ‘북한개발소식’ 최신호에서 탈북민 청소년, 청년, 성인이 남한 정착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소개하고, 탈북민 정착을 위해 남한 사회의 준비와 남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2년, 2013년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은 각각 1천5백여 명으로, 2000년대 후반의 절반 수치지만 전체 탈북민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탈북민을 위해 한국교회가 기울여 온 노력에 대해 “2000년 이후 대형교회 중 일부가 탈북민 사역을 시작하고, 몇몇 뜻있는 목회자가 탈북민을 위한 교회를 개척했다”며 “2000년대 후반에는 탈북민 출신 목회자들이 나와 탈북민 사역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탈북민에 대한 관심과 분위기가 아직 한국교회 전체와 일반 성도들에게까지 확산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탈북민을 위한 섬김교육으로 ‘이웃사랑 계명’과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는 것이, 실제 탈북민의 정착에 도움이 된 사례가 드러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예로 기독 대한학교로 탈북 어린이들이 모이고, 탈북 청소년들이 일반학교에 비해 더 많은 배려와 관심이 있다는 이유로 신학교 계통의 대학을 우선하여 선택하며, 기독교인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탈북민 직원의 적응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는 점 등을 들었다.

탈북민들이 남한 정착 과정에서 부딪히는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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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여개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의 대부분은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이다 보니
 정부가 운영하고 원불교 법인의 한겨례 중고등학교에 비해 교육환경, 여건이 뒤쳐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은 영호남 지역 최초의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장대현학교 학생들. 장대현학교는 평양 장대현교회의
 신앙을 계승하고, 통일세대를 위한 기독인재 양성을 위해 지난 3월 세워졌다.    사진제공=장대현학교

연구소는 탈북 청소년, 청년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학교생활의 부적응’을 꼽았다. “모든 탈북민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 대학 역시 재외국민전형 등 특혜로 일반학생에 비해 쉽게 입학할 수 있다”며 “그러나 입학 후 대다수 학생이 북한생활과 탈북 과정의 중국생활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경쟁체제의 한국교육에서 살아남기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어려운 문제는 영어다. 영어 이외의 전공에서도 영어 원서를 사용하고, 수업시간에도 영어 단어가 많이 사용되며, 최근 대다수 학교가 졸업 최소조건에 토익, 텝스 성적 등을 요구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인 탈북민은 남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안정적 정착을 위한 필수인 ‘취업’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정부가 탈북민 직업교육을 지원하고, 탈북민 고용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탈북민의 전문직 고용을 늘리려 하지만 대다수 탈북민이 전문고용시장에서 밀려나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어, 노동 관행, 극심한 영양실조 후유증에 인한 건강문제 등도 남한 정착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연구소는 이어 탈북민의 남한 정착률을 높이기 위한 탈북민 교육은 있지만, 남한 일반 시민은 거의 교육을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탈북민 정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남한 사회의 준비와 기존 남한 주민의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남한 사회에서 탈북민을 부를 명칭이 확정되지 못한 것과 탈북민 수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는 탈북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연구소는 “주로 공적 문서에서 사용되는 ‘북한이탈주민’, 지난 정권 말 통일부를 중심으로 쓰인 ‘탈북민’을 비롯해 ‘새터민’, ‘탈북자’ 등 남한사회가 이들을 부를 명칭을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대다수 전문가도 남한 내 탈북민의 수를 모르고 잘못된 통계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3월 현재까지 국내에 입국한 총 탈북민은 2만 6,483명이지만, 사망, 공식 실종을 제외하고 2013년 12월 현재 주민등록상에 등록된 탈북민은 2만 3,986명이다. “사람들이 ‘2만 6천 탈북자 시대’라고 하지만 이는 한국전쟁 이후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인원”이라며 “등록된 탈북민은 2만 4천여 명이며, 이 중 망명신청을 위해 해외에 거주하는 인원, 중국이나 북한에 돌아간 인원을 제외하면 실제 남한에 정착해 거주하는 인원은 이보다 더 줄어든다”고 연구소는 말했다.

탈북민의 성공적 정착 위한 우리의 노력

탈북민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연구소는 “정부, 시민사회, 교회가 지혜로운 정책과 전략으로 탈북민 정착을 돕도록 기도할 것”을 요청했으며, 기독교인 개인은 “탈북민이 믿고 의지할 친구, 동료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쟁과 차별의 땅 남한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한 탈북민들 곁에는 늘 좋은 친구가 있었고, 그 가운데는 많은 기독교인이 있다”면서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의 시대 사명에 부응한 이들의 대열에 합류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유시은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조교수는 탈북민의 남한 정착을 위한 한국교회의 노력 방안으로 △탈북민의 적응과 믿음생활을 위한 균형 잡힌 접근(김일성에 대한 신격화와 하나님에 대한 차이점을 성경공부 및 대화를 통해 인지적으로 접근하는 방법 등) △탈북민과 영육간의 지속적인 교제 △탈북민을 먼저 이해하고 사랑하는 목회자, 성도의 자세를 강조했다.

또 홍성주 한꿈교회 교목은 △탈북민을 포기하지 않고(기도로 주체와 무신론의 사상을 벗겨내는 노력과 인내 필요) △실제적인 일자리와 교육기회 제공 △탈북민 자녀와 무연고 탈북민 청소년 교육(대안학교의 상시 연합 모임 구성 등)에 적극 나설 것을 제안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