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내 분쟁의 빈도와 정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이를 예방, 관리하기 위한 매뉴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 교회분쟁을 남의 일로 생각하다 막상 닥치고 나서야 우왕좌왕하며 주먹구구식 대처를 하지만 이미 때는 늦다.

이 같은 시점에서 한국교회의 분쟁 예방, 관리, 해결 방안 등에 대한 생생한 사례를 담은 책이 발간됐다. 분당중앙교회가 한국교회에 교회분쟁 사전예방 및 위기관리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교회위기관리’(최종천 목사 외 저/이지프린팅/8,000원/165쪽)다.

분당중앙교회는 교회분쟁을 가장 이상적으로 극복한 데서 더 나아가 모범적 정관을 제정하여 한국교회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종천 목사는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 “20년 가까이 열심히 달려왔던 목회가 한순간에 흩어지는 현상을 보고, 스스로 붕괴에 빠지고 말았던 목회자로서 그 원인과 회복에 대한 길을 반추한 것”이라며 “길지는 않지만 지난한 과정을 거쳐 겨우 회복, 승화를 이룬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한국교회 분쟁극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최종천 목사의 ‘한국교회 위기의 본질과 대응-분당중앙교회 사례가 주는 시사점’, 이송배 분당중앙교회 장로의 ‘분당중앙교회 사태의 시작에서 종결까지’가 담겨있고 송영호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의 ‘교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형사법 문제 고찰’, 오세창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의 ‘교회분쟁으로 인한 법적 소송의 유형’, 소재열 한국교회법연구소장의 ‘교회법과 국가법의 조화와 균형을 위한 교회정관법’이 함께 수록되었다. 각 집필진은 대부분 분당중앙교회 분쟁 해결 당사자이거나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각계 전문가로, 생생한 현장경험을 통한 교훈과 노하우를 담았다.

부록으로는 이억주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의 ‘한국 기독교의 언론에 대한 대처’와 분당중앙교회의 운영정관, 재무회계 시행세칙, 규칙, 규정, 지침 및 기준 등 각종 교회법규가 총 27쪽에 걸쳐 수록됐다. 분당중앙교회 정관은 특히 교회를 보호하는 데 있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교회정관 제정, 개정에 참고하고 싶을 때 유용하다.

교회분쟁으로 어려움을 당하지 않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예방’이다. 최종천 목사는 “준비를 하면 (문제를 사전에 해결해) 준비한 것이 필요 없게 되지만, 준비하지 않으면 준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회 내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사실과 그에 대한 입증, 자료들이 가장 중요하다”며 “더불어 이 사실이 적법성, 절차의 정당성, 공지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분당중앙교회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한 조언으로 시스템 구축, 법적 근거 확보, 제도적 보완, 보존자료 유지, 함께 가는 목회, 책임 분산 등을 꼽았다.

최종천 목사는 “필요치 않을 책이 필요하게 되었지만, 이왕이면 이 책을 통해 상처 입은 성도들과 교회가 하루빨리 회복되는 데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다”며 “한국교회가 속히 갈등과 분쟁, 위기에서 벗어나 진정한 영적 회복을 이루고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선포하며 복음의 흥왕을 향해 달려가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한편, 책에 게재된 글은 분당중앙교회가 국민일보, 기독신문과 공동 주관으로 작년 9월 30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과 대강당에서 ‘위기의 한국교회,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 원고들을 정리한 것이다. 당시 세미나에서 분당중앙교회는 분쟁의 종결을 선언하며, 앞으로 한국교회 위기극복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했었다.

분당중앙교회는 2010년 말 최종천 목사의 도덕성과 교회 재정관리에 대한 악의적 의혹 제기로 분쟁에 휩싸였으나, 6년 치 재정장부 열람과 그에 따른 외부 회계감사 및 세부항목 등 수천 건에 달하는 사회법 소송 결과 일체 무혐의 판결과 함께 건전성을 입증받으며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지희 기자 jswe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