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박사 과정 중인 인도인 크리스천 A 자매는 어느 날 선교사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이 기르는 개에게 복음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자신이 기르는 개가 다음 세계에는 좋은 인간으로 태어나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세계관, 종교 가치관인 힌두교의 윤회관을 그대로 가진 채 예수님을 믿은 A 자매가 신앙의 중요한 행위인 전도를 사랑하는 개에게 한 것이었다.

사례2. 동말레이시아의 한 교회 건축 현장을 찾아간 선교사가 교회 지붕이 급경사인 것을 보고 현지인 사역자에게 이유를 물었다. 유럽교회가 급경사 지붕 구조로 짓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선교사는 유럽에서 왜 이같이 짓는지 아느냐고 물었고, 그는 북유럽에는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지붕이 무너지지 않도록 경사를 급하게 짓는다고 대답했다. 선교사가 “여긴 유럽이 아니지 않느냐. 열대지방에서 지붕 경사를 급하게 지을 필요가 있느냐”고 다시 물었고 현지인 사역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타문화 현장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은 항상 효과적인 선교전략을 고민한다. 신앙의 본질인 복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선교 현장의 문화, 가치관, 세계관, 사회제도 등에 적합한 복음 전달 방식을 찾기 위해서다. 위의 사례들은 선교 현장에서 보다 진지한 비판적 상황화, 곧 자신학화의 작업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위기 상황에 처한 한국교회에도 자신학화, 자선교학화는 요청되고 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7월 14일부터 16일까지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VI) 6차 대회, 16일부터 18일까지 권역별선교전략회의(RCOWE) 1차 대회를 ACTS29 비전빌리지에서 진행한다. 각 주제는 선교관점에서 본 ‘한국 자신학화와 자선교학화 정립’과 ‘선교지 자신학과 자선교학으로의 적합한 선교전략개발’이다.

이를 준비하기 위한 프리컨설테이션이 20일 오후 2시 서울 방배동 방주교회(반태효 목사)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한 교단선교부 및 선교단체 대표, 선교사, 교회 선교 담당 목사 등 30여 명은 자신학과 자선교학의 이해와 필요성, 방향성을 논의하고 자신학화, 자선교학화를 통해 한국교회와 해외 선교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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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주최한 사무총장 한정국 목사는 인사말에서 “한국 선교계의 총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교적 해법으로 자신학화가 필요하다”며 “한국 자신학은 한국의 상황 속에서 한국 문화의 옷을 입은 복음적이면서도 에큐메니칼한 건강한 신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자립, 자전, 자치로 성장한 한국교회에 건전한 자신학이 개발되지 못해 기독교가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뿌리가 깊지 못했다”며 “그 결과 외부의 비바람에 일부 교회가 무너지고 힘들어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정국 사무총장은 “오는 7월 열리는 NCOWE 6차와 RCOWE 1차 대회를 통해 건전한 신학으로 한국선교의 흐름을 바꾸고 자신학과 자선교학이 개발되는 원년이 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7월 NCOWE 6차에서는 한국교회와 선교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신학, 한국자선교학을 모색한 후, 바로 이어 RCOWE 1차에서 18개 권역의 효과적인 선교전략과 현지에 적합한 자신학, 자선교학 제안, 현지 적용 가능성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20일 프리컨설테이션은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수렴하고 이를 본 행사에 보완,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에 앞서 ‘선교 관점에서 본 한국 자신학과 자선교학 리서치’에 대해 발표한 조명순 한국형선교개발원 원장은 이번 NCOWE 대회를 통해 “한국선교가 진일보하여 세계선교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섬길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조 선교사는 이날 “한국이 비기독교 국가에서 선교사 파송 2위까지 성장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뿐 아니라 지난 130년 간 한국교회가 성장한 ‘한국’만의 특별한 환경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제는 한국이라는 특별한 환경에 담긴 복음을 어떻게 정의하고 정리할지 돌아보게 한다”며 “이는 2만5천 한국 선교사들에게 재해석되어 그들이 활동하는 지역의 독특함에 복음이 제대로 담길 수 있는 통찰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한국 자신학과 자선교학 리서치는 문헌과 설문 중심으로 진행됐다. 특히 설문은 한국 자신학과 자선교학의 바른 정립과 방향성을 찾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목적으로 자신학, 자선교학에 대한 전반적 이해, 필요성, 내용, 현상 등을 다뤘다. 지역교회 목사, 선교단체장, 신학교 교수, 현장 선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지를 배포해 회수된 설문지 중 105매가 분석됐다. 조명순 선교사는 “한국 내에서의 자신학이나 자선교학 개념 정의와 앞으로 방향에 대해 정리되지 않은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앞으로 한국 선교계가 꼭 다뤄야 하는 자신학과 자선교학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선교사는 자신학에 대해 “각 나라가 처한 환경에서 해석하는 그들의 신학(자신학)이 있다”며 “주류로 자리매김하지 않았다 해도 그러한 노력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자신학화 시도가 주류가 되지 못한 여러 이유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소위 자유주의 진영에서 자신학화가 먼저 시도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명순 선교사는 또 “한국선교가 민족 위기를 극복하면서 사회 변혁을 이끌어 왔다”며 “이런 위기는 성경의 고난과 연결 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많은 고난 가운데서도 교회가 성장해 온 것은 고난과 함께하는 기쁨이 축복으로 표현된 한국만의 독특함일 것”이라며 “그러한 것들을 신학으로 정리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선교사는 한국 자신학의 큰 주제로 ‘위기와 변혁’ 신학을 들고 “위기를 극복하는 한국교회, 즉 ‘고난의 신학’도 한국 자신학으로서 계속 연구할 주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명순 선교사는 한국 자선교학에 대해 “한국 선교사는 한국에서 자라 한국인의 기질과 문화가 몸에 배어있는 가운데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선교지에 가서 전하는 것은 말씀이지만, 한국 선교사들만 갖는 특별함과 공통적인 형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자신학과 관련성을 갖고, 한국 자선교학으로 정리되면 현장에서 보다 심도 있는 사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한국 자선교학의 개념 정립, 내용 발굴, 방향성 제시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조 선교사는 “설문에서 한국 선교학에 들어가는 특유의 내용으로 ‘한국 선교 특유의 전략’, ‘한국 선교사들의 사역’이 많이 나타났다”며 “이는 한국 자선교학의 중심에 한국 선교사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조명순 선교사는 “한국사회의 압축 성장 25년 가운데 한국 선교사가 본격적으로 세계선교에 등장했다”며, “한국 선교사의 경쟁적이면서 특유의 열정으로 1인 다중역할을 하며 선교 현장에서 열매를 일군 것은 ‘다중사역선교학’이라 명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자신학은 NCOWE 이후에도 선교사들의 사역들을 지속적인 작업으로 학문화 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COWE 6차 프리컨설테이션에 대해 발표한 김연수 NCOWE 코디네이터(KWMA 국제협력총무, SMI 대표)는 자신학화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자신학화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그는 “선교사든, 목회자든 자신의 가치관, 정신세계, 세계관, 프레임이 바뀌지 않는 한 그 사람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며 “그 동안 한국선교와 한국교회의 모습, 대형교회의 수많은 문제를 들여다보면 넓은 범위에서는 인간의 죄성이 문제이지만, 결국 우리가 제대로 된 개념, 신앙, 가치를 갖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연수 선교사는 “한국신학, 한국선교학이라는 용어에 동의하지 않든 동의하든 이 주제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결국 가치관으로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번 자신학화는 우리의 가치관, 신앙을 다시 한 번 성경적으로 정립하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자신학화, 자선교학화의 큰 주제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하는 것이며, 계속 이 문제가 제대로 정립돼서 선교지 사람들의 자신학화, 자선교학화를 돕는 일까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자신학화는 일종의 신학의 상황화”라며 “복음주의 진영의 상황화는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복음의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문화적, 사회적 상황을 고려하고, 이를 보다 성경적으로 변혁시키는 비판적 상황화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김연수 선교사는 자신학화, 자선교학화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 시각의 원인으로 △자유주의 학자들에 의해 자신학화가 시작되면서 한국신학은 곧 자유주의 신학이라는 인식 △이전의 서구신학, 서구선교신학을 다 포기하고 새로운 한국신학으로 만들자는 말로 오해 △외국 신학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만의 독자적인 신학을 개발해야 한다는 인상 △나의 신학, 신앙은 온전하다는 순진한 인식론 등을 꼽았다.

그는 또 자신학, 자선교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서구의 역사, 문화, 현실의 영향을 받은 서구신학이 기독교의 주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남반구 나라들에서 갖는 한계 △계몽주의 영향으로 이성, 비판을 중시하는 서구신학이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의 세계관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는 점 △식민지 지배 시절 세속적 세계관에 순응한 서구신학에 대한 거부감 △성경을 배우는 것이 아닌, 성경처럼 사는 것이 중요한 유교, 도교 등 동양적 배경 △급속도로 쇠퇴하는 서구교회 등을 들었다.

한편 이날 전호중 RCOWE 코디네이터(KWMA 문화사역총무)는 RCOWE의 시작과 목적, 진행방식 등을 설명했다. RCOWE는 주요 주제에 대한 전체 발제, 신학, 선교학, 통합의 카테고리로 나눈 분야별 토론, 18개 전방개척지역과 권역을 13개 그룹으로 나눈 전략회의 등이 진행된다.

참가신청은 KWMA 홈페이지(www.kwma.org) 공지사항 게시판에서 등록하면 되며, 참가비는 각 대회별로 3만원, 두 대회 모두 참가할 경우 5만원(숙식 포함)이다. 자세한 문의는 전화(02-3280-7981)나 이메일(kwmakorea@gmail.com)로 하면 된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