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jpg무슬림들에게 우호적이라고 자부하는 유럽인들에게 프랑스에서 일고 있는 무슬림 여성의 두건에 대한 논쟁은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다. 프랑스에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5~6백만 명의 무슬림이 존재하는데 프랑스 정부와 사회는 자국의 무슬림들에게 주류 사회의 방식을 따를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1994년부터 프랑스 정부는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를 포함한 종교적 상징을 공립학교에서 착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2004년에는 공립학교와 공공 건물에서 무슬림 두건을 포함한 확연하게 드러나는 종교적 상징물의 착용이 금지되었다. 2010년에는 모든 공공 장소에서 무슬림 두건의 일종인 부르카(burka)의 착용을 금지할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의 집권당은 지난 2010 1월 공공 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복장이나 물건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의 초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물론 종교적 축제 기간과 같은 예외는 존재할 수 있다고 여당의 대표는 말했다. 하지만 그러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거부할 경우 750유로(한화 약 1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이 법안은 규정하고 있다. 여당의 대표는 지방 의회 선거를 치른 직후인 2010 3월 말경 의회가 이 법안에 대해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무슬림 두건 금지에 대한 논쟁은 정부가 아닌 국회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사르코지(Sarkozy) 대통령은 2009년 부르카는 프랑스 땅에서 절대 환영 받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필롱(Fillon) 총리 역시 2010 1월 이 무슬림 두건 금지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여당의 지도자들도 국회 의원 220명이 이미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무슬림 두건 부르카는 눈 주변을 망으로 가린 아프가니스탄(Afghan)() 두건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아프가니스탄식 두건을 찾아볼 수 없다. 프랑스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무슬림 두건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가려져 있고 눈 주변만 좁고 길다란 틈을 낸 니캅(niqab, 위 사진 참조)이며, 이 두건은 중동의 걸프만() 지역에서 유래한 것이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니캅은 프랑스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프랑스의 무슬림은 대부분이 북아프리카 출신이며, 이들은 전통적으로 머리만 가릴 뿐 얼굴은 가리지 않는다. 최근의 프랑스 정보국의 추정에 의하면, 프랑스에서는 단지 1,900명의 무슬림 여성들만이 얼굴을 가리는 니캅을 착용한다고 한다.

 

이렇게 미미한 숫자의 무슬림 여성이 착용하는 니캅에 프랑스 정부가 그토록 집착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프랑스 사람들이 수백 년 동안 고수하여 온 정교(政敎)분리의 세속주의 전통을 반드시 지켜내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다.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은 종교적 색채가 두드러지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성경에 선서하지 않으며 공립학교에서는 성탄절 연극을 공연하거나 캐롤을 부르지도 않는다. 최근 스위스에서 이슬람 사원의 첨탑 건축에 반대하는 국민 투표가 실시될 때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의 모든 종교인들에게 종교적 행위를 표현하는 데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역사적으로 종교적 권위에 맞서 오랜 투쟁을 한 프랑스 사람들은 종교가 개인의 사적 영역 안에 머물러 있어주기를 바란다.

 

최근의 프랑스의 무슬림 두건 논쟁은 사실 세속주의 논의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9년 무슬림 두건 부르카는 종교적 사안이 아닌 여성에 대한 억압과 굴종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파리에 위치한 한 이슬람 사원의 지도자는 부르카나 히잡이나, 혹은 다른 어떤 무슬림 베일도 이슬람의 종교적 관습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무슬림이자 인류학자로 이슬람 두건에 대한 국회 조사위원회를 이끈 두니아 부자르(Dounia Bouzar) 박사는 프랑스에서 니캅을 착용한 대다수가 매우 젊은 여성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보국의 자료에 의하면, 니캅을 착용한 여성의 90% 40세 이하이며, 이들 중 2/3는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는 이주민들이고, 절반은 이민 2~3세대이며, 1/4 정도는 이슬람으로 개종한 여성들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프랑스에서 니캅을 착용한 여성들은 중동의 걸프만 출신이 아닌 젊은 무슬림 여성들로, 그녀들의 어머니 대부분은 베일을 착용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의 무슬림 지도자들은 이런 현상이 발생한 저변에는 극도로 엄격하고 급진적인 이슬람 종파인 살라피즘(Salafism)이 침투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정치인들은 한 목소리로 무슬림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살고 있는 구역이 발생하는 데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부르카 조사 위원회의 위원장이자 공산당 소속인 의원도 2010 1월 위원회 결과 보고회에서 부르카 금지에 찬성을 표했다. 사회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는 현() 국가정체성 및 이민성 장관도 찬성을 나타냈다. 여성학대 반대운동가이자 무슬림 지도자도 부르카는 감옥이라는 의견을 표명하며 부르카 금지에 뜻을 같이 했다.

 

국가 안보 논리로 부르카의 금지를 정당화할 수는 있으나 부르카 금지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많다. 프랑스의 야당인 사회당은 부르카는 반대하지만 과도한 법적 제재는 비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 단체인 프랑스 무슬림 위원회(French Council of the Muslim Faith)도 부르카 금지 조치는 이슬람이 나쁜 종교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민성 장관이 주도로 프랑스인의 정체성에 대한 국가 자문 위원회를 출범시키자 무슬림에 적대적인 의견들이 쏟아져 나와 프랑스 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 한편에서는 무슬림 두건 금지 조치가 강경주의자들의 정치적 노선의 선전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가족의 압력에 의해 부르카를 착용하는 여인에게도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자유주의 성향의 잡지의 편집장은, 경찰이 범죄자라기 보다는 피해자에 가까운 젊은 여성에게 제재를 가하는 일이 발생할 세계에서 유래 없는 국가가 바로 프랑스라며 부르카 금지 반대 법안을 비난했다.

 

부르카 금지로 인해 향후 프랑스는 외부의 비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슬림 두건 착용 금지 법안은 반()자유주의이며, 표현의 자유의 구속이고, 여성의 억압에 대한 서구적 해석을 강요하는 것일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오바마(Obama) 대통령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행한 연설에서, 서구의 국가들은 무슬림들이 자신들의 욕구에 맞는 종교 활동을 하도록 방해하지 말아야 하며, 특히 여성들의 옷차림에 관해서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두건 금지 시도가 이슬람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자신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항변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출처 : The Economist, 한국선교연구원(krim.org) 파발마 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