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 폴린
▲폴린(왼쪽에서 두 번째)과 그녀가 양육하는 순교자들의 아내들. ⓒ한국 순교자의 소리
라미 폴린
▲라미가 운영하던 가자 지구의 유일한 기독교 서점. ⓒ한국 순교자의 소리
라미 폴린
▲남편과 작별하고 있는 폴린. ⓒ한국 순교자의 소리

2007년, 팔레스타인 가자(Gaza) 지구의 유일한 기독교 서점을 운영하던 남편은 여러 차례 살해 위협을 받다 결국 거리에서 납치돼 고문을 받고 총살당했다. 뱃속에는 셋째 아이가 있었다. 남편을 떠나보낸 후 시간이 흐른 뒤 남편을 죽인 살해범을 용서한 이 순교자의 아내는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순교자 아내들을 영적으로 돌보고 지지하며, 복음 안에서 강인하게 세우는 사역을 하고 있다. 폴린 아야드(Pauline Ayyad)의 이야기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VOM)는 "폴린 아야드는 남편 라미 아야드(Rami Ayyad)를 잃은 후 복수하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찼다"며 "그러나 지금 폴린은 가자 지구의 다른 순교자 아내들에게 그들의 남편을 죽인 사람을 용서하고 구원받도록 기도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것은 폴린이 남편을 잃고 고통당하면서 배운 것"이라고 1일 밝혔다.

라미 폴린
▲성경 말씀은 폴린에게 범인을 용서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남편의 순교 후 폴린은 안전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직계 가족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떠났다. 그러나 새로 이주한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직업은 시간제 일자리고 급여도 적었다. 당국도 그녀의 남편을 죽인 범인의 신원을 감췄다. 범인이 무장 테러 단체인 하마스(Hamas)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폴린은 외로움과 상실감을 느꼈고, 무력하고 우울했다.

폴린은 특히 "어떤 사람은 라미를 죽인 범인이 기독교인이 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했고, 그것이 라미를 위해 복수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저는 그렇게 기도하고 싶지 않았다. 저는 살인범이 끔찍하게 죽어 지옥에서 고통당하기를 원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살인범을 위해 기도했다. "주님 제가 주님의 딸이기 때문에 남편을 죽인 범인을 용서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그들을 용서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폴린은 "지금은 제가 아주 연약해지는 순간에도 주님께서 마음의 의심을 걷어내 주신다"며 "주님께서는 '바로 그거야. 넌 용서받았고 용서했어'라고 말씀하신다"며 "저는 살인범을 용서한 때부터 주님께서 저에게 주신 십자가에 감사하기 시작했다. 저는 주님의 멍에가 가벼울 뿐 아니라, 그 멍에를 짊어질 힘도 주신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미를 죽인 범인은 이후 하마스 고위 관리를 암살한 혐의로 기소돼 신원이 공개됐다. 이때 폴린은 페이스북에 범인의 사진을 올리고 "이 사람은 용서받았다"고 기록했다.

라미 폴린
▲라미를 잊지 않는 폴린과 세 자녀 ⓒ한국 순교자의 소리

폴린은 남편의 순교 후 12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자신과 비슷한 시련을 겪은 순교자 아내들을 모아 함께 기도하고 찬송하고 말씀을 읽으며 영적 성장을 돕고 있다. 폴린은 여성들에게 "여러분은 모두 왕의 딸"이라고 말해준다.

현숙 폴리 한국 VOM 대표는 "폴린의 남편은 죽기까지 신실하게 그리스도를 증언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었다면, 폴린은 믿음으로 살면서 용서를 전함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며 "하나님이 폴린에게 그런 사실을 깨우쳐 주셨다"고 말했다.

폴린은 지금은 기독교 순교자들의 아내들을 보살피고 있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남편을 잃은 무슬림 여성들도 돕고 싶어한다. 폴린은 "모든 여성이 순교자의 아내로 불리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폴린과 순교자 아내들의 모임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 VOM은 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성경을 공부하고 훈련받으며 서로를 일으켜주고, 우울증이나 용서, 트라우마 같은 문제를 이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순교자 아내 사역에 동참하기 원하면 온라인(www.vomkorea.com/donation)이나 계좌 이체(국민은행 463501-01-243303 예금주: (사)순교자의소리, '폴린 사역'이라고 기입)로 후원할 수 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