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선교KMQ 포럼
▲2019 한국선교KMQ 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성남용 한국선교KMQ 편집인, 김활영 GMS 원로선교사, 김종성 주안대학원대학교 교수, 사회를 맡은 김성욱 총신대 교수. ⓒ이지희 기자
'선교지 재산'의 소유권은 기본적으로 하나님께 있다. 선교사들은 한국교회의 후원을 통해 선교지에서 형성한 유형(동산, 부동산), 무형(지식재산권 등)의 선교지 재산을 사용하고 이양하는 데 청지기로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 파송 교단이나 단체, 선교사, 후원교회 모두 이 점에 이견이 없지만, 실제로는 선교지 재산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 이양되지 않아 종종 긴장과 갈등이 발생한다. 선교사가 은퇴하면서 대학, 신학교, 병원 등 선교지의 전 재산을 가지고 교단을 이탈하거나, 타 교단 선교사에 매도한 일례도 있다. 반대로 2010년 예장통합에 속한 필리핀 선교사 50가정이 '선교지 재산 포기각서'를 작성하여 투명한 선교지 재산 이양을 시도한 좋은 사례도 있다

최근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2019 한국선교KMQ 포럼에서는 '선교지 재산권 관리와 이양'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주최하고 선교 전문 계간지 한국선교KMQ(이사장 조영래)가 주관한 이날 포럼에서 성남용 한국선교KMQ 편집인(삼광교회, 한국SIM국제선교회 이사장)은 영국교회선교회(CMS)의 헨리 벤이 식민지 시대였던 1855년 발표한 '자립, 자치, 자전'의 3자 정책과 역시 그가 처음 사용한 '선교의 안락사'(euthanasis of a mission) 등의 개념을 소개했다. '선교의 안락사'란 선교회나 선교사가 선교지에 한시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 표현으로, 선교지의 재산권뿐만 아니라 선교 사역이나 선교지 신학 등을 모두 현지인에게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 목사는 "국제 선교단체들의 정책 속에는 선교의 안락사 정신이 들어 있으며, 교회의 3자 전통도 지키도록 한다"며 "세계 선교계가 오랜 역사를 통해 얻은 원칙과 원칙이 만들어진 배경을 통해 지혜를 얻고, 열매 있는 포럼이 되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2019 한국선교KMQ 포럼
▲2019 한국선교KMQ 포럼 참석자들. ⓒ이지희 기자
김종성 주안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상호 이해 선교 패러다임 속에서의 선교지 재산권에 대한 선교신학적 응답'에 대한 발제에서 "선교사, 선교단체, 선교 본부, 후원교회는 선교지 재산에 대해 겉으로는 이구동성으로 하나님의 뜻을 외치지만, 현실에서는 각자 소유 의식을 갖는 동상이몽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989년 세계복음화전도위원회(CWME) 대회의 핵심 키워드인 '창조적 긴장'은 선교를 이해, 실천하는 데 긴장들이 있음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그리스도의 성육신에 충실한 삶의 방식과 행동의 형태로 발전시키려 시도했다"며 "선교지 재산과 관련된 긴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적, 물질적으로 이러한 창조적 긴장이 절실히 요청되며, 그 부분에서 선교 신학적 응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선교지 재산권의 공공성에서 선교사는 우선순위를 재물이 아닌, 사역에로의 부르심에 두어야 하며, 선교 사역과 재정, 재산 보고에 대한 정직성을 가지고 선교 재정에서의 투명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교사의 삶과 노후 보장, 개인 선교사 의존의 선교에서 탈피하여 현지교회나 교단과의 협력선교, 단체나 교단 선교부, 현지 선교사회의 협력선교 등으로 선교지 재산권의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종성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말을 인용해 "하나님이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어떤 선교사, 선교 헌신자, 교회를 원하시는지 되돌아본다면 선교지 재산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며 "선교지 재산의 사유화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선교지 재산을 투명하고 신뢰할 만한 책무 구조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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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세션 발제 후 질의 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이지희 기자
김활영 GMS 원로선교사는 '한국교회의 선교지 재산 관리와 이양'에서 "재산권 정책은 청지기 의식에 기반을 두고 입안, 추진되어야 한다"며 "특별히 선교사는 청지기 의식이 투철해야 하며, 이를 위해 기도하며 말씀을 좇아서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는 것이 모든 문제를 예방하고 문제를 바로 해결할 가장 기본적인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선교사는 선교지 재산 관리를 위해 "먼저 본부가 아니라 현지 선교부가 정책 입안을 하고 실시하는 성숙함을 보여주고, 현장 동역자가 같이 약속하고 협력하여 추진하는 관리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리 정책은 "명확성, 투명성, 융통성의 원칙을 갖춘 효율적인 정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재흥 기성 해외선교위원회 국장은 '선교지 재산권 관리와 이양에 관한 정책 -기독교대한성결교회를 중심으로'에서 선교사가 현지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건축할 때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공산권이나 아프리카 등에서는 외국인이 부동산을 매입할 수 없어 선교사가 양육하거나 파트너십으로 사역하는 현지인 명의로 등록한다"면서 "후에 현지인과 관계의 어려움이 생겼을 경우 재산권 소유의 문제가 일어나고, 현지인이 승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지인과 선교사가 공동명의로 재산을 등록하는 경우에도 "앞선 경우보다 공공성을 담보하지만, 역시 관계에서 문제가 있을 때 예상되는 갈등 요소가 있다"며 "아예 현지 공공법인, NGO로 등록해 재산권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 경우도 법인이사 구성 시 현지인, 외국인 비율이 6대 4가 많아 갈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이상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송재흥 국장은 기성 해외선교위원회의 운영규정을 들어 "선교지에서 재산 소유 시 정부가 요구하는 등록을 마치고, 재정보고 등 정부 규정에 의무를 이행하며 선교사들도 그 나라의 일반인들처럼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해외 취득 재산과 부동산은 반드시 정부에 등록되는 법인을 통해 취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현지 선교부나 현지 총회에 등기해 재산권 보호를 받도록 하고 있다. 건축, 센터 프로젝트를 할 때는 현지인 교회가 부지 등 일부 준비가 될 때, 나머지 건축비용을 부담하는 자립적 선교 지향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송 국장은 "선교운영규정이 모든 다양한 선교지의 상황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선교사는 매뉴얼과 더불어 성경적인 선교신학에 기초한 상호이해가 필요하다"며 "선교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적 선교신학과 그 실천, 정직하고 충실한 청지기적 의식과 실천, 개인적이거나 개별적이 아닌 공유적 사역 지향"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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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세션 발제 후 질의 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이지희 기자
김경술 한국SIM국제선교회 대표는 '선교지 재산권과 그 이양에 관한 SIM의 정책과 사례'에서 "하나님께서 공급하신다는 믿음 위에 SIM의 재정정책은 선교사들로 책임감 있고 선한 청지기가 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며 "하나님께서 공급하신 모든 재정이 내 것이 아니라는 기본 인식 위에 하나님과 자신, 후원자들과 현지인, 동료들에 대해 부끄러울 것 없는 책임의식과 투명성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께서 후원자들을 통해 모든 필요를 채우실 것을 기대하는 것은 주어진 모든 자원에 대해 소유주가 아니라 청지기라는 사고 위에서만 가능하다"며 "이것이 모든 SIM 현장과 파송 본부 리더들이 정해진 규정에 따라 청지기의 자세와 적절한 내부시스템을 확고하게 유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SIM의 모든 재정은 목적, 사명, 비전, 후원자의 지원 목적을 위해 SIM 시스템 하에서 관리 운영 되며, 사역비로 동산이나 부동산을 구입한 경우 소유권은 선교단체, 혹은 궁극적으로 현지인에게 귀속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중도에 선교지 변경이나 사임, 은퇴 시 동산, 부동산의 소유권은 현지인, 선교단체에 귀속된다. 김경술 대표는 "선교사들은 현재 사역의 일부가 되어 있는 재산 관리와 이양에 대해 현지인 동역자들의 역량 강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현지인들에게 참여 기회를 열어 주고, 일정 감독하에 권한을 갖고 직접 운영할 수 있게 하며, 권한을 부여한 만큼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권위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그 팀이 솔선수범하여 정책을 지켜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구 빌리온선교회 대표는 '국내 자생 선교단체의 선교지 재산관리 정책'에서 "한국선교계는 이미 2006년 선교지 재산문제를 이슈화하고 단체별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현재 교단선교부는 상당 부분 규모 있는 정관, 운영규정, 세칙, 매뉴얼이 구비되었지만, 선교단체들은 소수를 제외하고 정관에 한두 조항이 있거나 그조차 없었다"고 보고했다. 김종구 대표는 "선교사가 허입되고 선교단체에서 파송을 위한 훈련, 교육 시 분명하게 단체의 정관, 규정 등을 교육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며 "KWMA같은 상위기관은 선교지 재산 분쟁을 지도할 전문가를 보내 점점 복잡해지는 선교지 재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선교 사역의 필요에 따라 부동산 구입을 청원한 때부터 모금, 계약, 등기, 관리, 이양 등 단체의 흐름도를 작성해 매 단계 확인하고 정기 점검을 하며, 선교지 재산 현황과 변동에 대한 본부 파악이 정기적이고 정례적이어야 하고, 연약한 선교사들의 양심을 보호하고 스스로 욕심을 제어하는 하나의 장치로 선교지 재산과 관련한 서약서 작성, 선교사 자녀의 사역 계승과 선교지 재산의 자녀 이양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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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중 KWMA 사무총장이 개회예배에서 설교를 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한편, 질의응답 시간에도 선교지 재산권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의견이 쏟아졌다. 김마가 GO선교회 대표는 "선교지 재산권에 대한 주제가 불편하다. 사도행전의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문제는 사역 이양기에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나타나기도 한다"며 "재산권 이양에 관한 논의가 성경적 주제인지, 선교신학적으로 왜 합법적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병수 고신대 교수는 "개개인의 선교 경험과 영성, 선교사 책무의 윤리성, 도덕성을 고양시키면서도 제도의 완성도를 높여 조화롭게 집행을 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은퇴 선교사가 상당히 많고, 강제추방 사례도 많아 선교지 재산권 이양에 대한 좀 더 정교한 매뉴얼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지역 현지 선교부에 최대한 자율성과 융통성을 부여할 경우 본부의 위치와 한계, 지역 본부와 파송 본부의 상호 신뢰와 협력의 중요성, 선교사 파송 때부터 은퇴 이후까지 종합적인 부분을 논의해야 하며, 선교사 개인도 편안하고 공정하게 은퇴할 수 있도록 제도, 재정을 현실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을 말했다. 이교남 예천전원교회 목사는 "목회자도 사유재산을 검증하는데, 선교사도 이를 위해 사유재산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조용중 KWMA 사무총장은 "은퇴 보장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현장 선교사에게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놓으라고 이야기하려면, 우리 자신이 먼저 우리가 가진 것을 내어놓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며 "하나님이 주신 물질이 있는 분들이 교회와 현장 선교사들에게 강요하기 전에 겸손히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섬길 수 있길 원한다"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또 "재산의 소유권이 분명히 하나님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청지기 사명을 바르게 사용하고 책무성을 더 키우기 위해 제도를 마련해야 할 때"라며 "우리의 참 소유권이 내게 있지 않고 하나님께 있다고 고백하는 한국선교와 모든 선교 동역자들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김성욱 총신대 교수의 사회로 '재산권 관리의 역사적 신학적 의미와 성찰', 장은경 PCK 선교사의 사회로 '재산권 관리의 정책과 실제'에 대한 두 차례 세션과 최형근 서울신대 교수의 사회로 종합토론, 강승삼 목사의 인도로 포럼 총평 등이 진행됐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