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시각장애인센터 대표 추영수 목사
▲추영수 목사가 예광제일교회에서 설교 말씀과 함께 주님을 만나고 시각장애우들을 위한 새로운 사명에 눈뜨게 된 자신의 간증을 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믿음이 순종으로 이어져 일어난 '실로암의 기적'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 할 수 있어
영적 장애가 가장 어려워...먼저 나를 내려놓아야

1983년 4월 30일 토요일 임진강이 펼쳐진 서부전선. 전자공학을 전공하여 방공포병 부대에 자원한 20세의 청년은 전우들과 진지를 돌면서 레이더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었다. 정비를 마치고 막 돌아서는 순간, 레이더 시스템이 갑자기 폭발하며 수백 개의 파편이 강한 충격과 함께 날아와 그를 공격했다. 얼굴이 갈기갈기 찢기고 뜨거운 피가 폭포수와 같이 눈, 코, 입과 목덜미를 타고 온몸에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죽는구나!' 의식이 희미해지는 가운데 전우들에게 "미군 적십자병원에 나를 이송해달라"고 말한 후 정신을 잃었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은 건졌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짙은 어둠뿐이었다.

불의의 사고로 두 눈을 잃었으나 깊은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거쳐 주님을 만나고, 자신과 같은 시각장애우들의 재활과 선교, 봉사 사역에 평생을 바친 목회자가 있다. 미주 유일의 시각장애우를 위한 선교기관인 비전시각장애인센터(HSMA, Hope Sight Mission Association) 대표 추영수 목사(56)다.

비전시각장애인센터 대표 추영수 목사
▲정대규 목사(왼쪽)가 추영수 목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의료법인 주사랑 의료재단 노아병원(대표 도말순 권사) 초청으로 4월 30일부터 5월 13일까지 찬양집회, 간증 사역 차 방한한 추영수 목사는 12일 서울 예광제일교회(정대규 목사) 주일 오후 예배에서 말씀을 선포했다. 추 목사의 딸 지영 씨와 정대규 목사의 막내딸이 신학대 동기로 특별 초청 예배를 드리게 됐다.

추영수 목사는 이날 요한복음 9장에서 예수님이 시각장애우를 치유하는 장면을 소개하며 차분히 간증을 이어나갔다. "예수님이 날 때부터 소경된 형제를 보시며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함이라'고 하신 말씀에 굉장한 위로를 받았다"고 말한 추 목사는 "성경 본문에서 시각장애우 형제는 믿음과 순종으로 육신의 눈을 밝히 떴을 뿐 아니라, 예수님을 발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알게 되는 믿음의 눈까지 열렸다"고 증거했다. "더 나아가 내 속에 계신 구원의 주이신 예수님을 발견한 그가 이제 주님을 다른 사람들에게 증거하기 시작하는 놀라운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비전시각장애인센터 대표 추영수 목사
▲추영수 목사는 “육신의 눈은 잃었지만 믿음의 눈, 영적인 눈을 뜨게 됐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추영수 목사도 육신의 눈을 잃고 깊은 절망 가운데 있었으나, 새로운 눈을 뜨게 됐다. 믿음에 눈뜨고, 사명에 눈뜨게 된 것이었다. 그는 "4~5년 정도 하늘도 원망스럽고 모든 사람이 다 원망스럽고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지 분노와 괴로움으로 참으로 끔찍하고 힘든 나날을 보낸 기억이 지금도 역력하다"며 "시각장애인에 대한 멸시와 천대의 눈빛을 느낄 땐 정말 여기서 인생을 끝내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여러 번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혼과 함께 '인생의 의미를 되찾아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눈을 제거하라는 권유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조금이라도 눈을 떠보고 싶어 수술을 받고 노력해보기도 했다. 결국 눈을 뜨진 못했지만 '눈이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시각장애인 사업가로 10년 가까이 열심히 노력하여 넉넉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살아갈 힘을 키웠다. 그러나 평온하고 순탄한 삶도 잠시, 욕심을 내 투자를 했다가 그동안 이루었던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고통과 원망의 나날 속에서 방탕한 삶을 살던 그는 한밤중 홀로 있을 때, 심장마비 증세로 극심한 고통과 마주하게 됐다. 그 순간 거래했던 기독교백화점에서 받은 성경테이프가 생각나 말씀을 트는데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엡 5:18) 등 성경구절들이 살아서 그의 가슴에 꽂히는 경험을 했다. 추 목사는 "우리는 세상의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번뇌하고 고민하고 방탕한 삶을 역력히 드러내고, 작은 일이나 큰 일이나 너무 빨리 요동친다"며 "저 역시 흔들렸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말씀의 능력이 임하니 지나간 잘못들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세상이 주지 못한 고요한 평화가 찾아오면서 삶의 놀라운 전환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비전시각장애인센터 대표 추영수 목사
▲비전시각장애인센터 찬양단이 오카리나 연주를 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미국으로 공부하러 오라"는 누나의 전화통화를 받고, 또 고 강영우 전 백악관 차관보를 만나 미국 유학과 이민에 대한 많은 자문을 얻고 모든 짐을 정리하여 두 어린 자녀와 조화자 사모와 함께 1997년 10월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 추 목사는 이제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는 영적 사역자로서 소명을 받는다. 그때 강력히 다가온 말씀이 바로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빌 4:13)였다. 이후 신학공부를 하면서 시각장애우를 위한 선교적 사명을 깨달았고, 수많은 장애우의 애환과 소원을 통감하며 비전과 사명을 구체적으로 키워갔다. 특히 복지 최강국이라고 하지만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시각장애우들이 겪는 삶의 어려움을 접하고 1999년 12월 HSMA를 창단했다. 이후 2005년 10월 재활교육을 위한 비전시각장애인센터(Vision Blind Center), 2010년 3월 치료사역을 위한 원열치료연구소(Natural Thermal Therapy Institute) 등 부속기관을 증설하여 시각장애우의 재활과 자력 생활을 위한 양질의 의료선교와 봉사, 실제적인 사회복지 정보와 혜택을 제공해왔다. 추영수 목사는 "5~6천 명 정도 추산되는 시각장애우를 대상으로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재활교육, 음성컴퓨터교실, 한글영어 점자교실, 원열대체의학치료 교육, 신앙공동체로 세워진 비전장로교회 사역 등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전시각장애인센터 대표 추영수 목사
▲비전시각장애인센터 찬양단과 조화자 사모(가운데), 딸 지영(오른쪽에서 두 번째) 양 등이 함께 찬양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실로암의 기적은 성경에서만이 아니라 HSMA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시력을 대부분 잃게 된 한 형제는 말씀을 듣고 기도하면서 함께 사역을 섬기게 되었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고침을 받고 신학을 배워 전도사가 되었다. 원인 모를 병으로 죽음 직전에서 남편의 기도로 13일 만에 생명을 되찾았으나 시력을 잃은 여성 사역자는 열심히 재활하여 다른 장애우들을 교육하는 데 크게 쓰임 받고 있다고 했다. 열병으로 시각을 잃은 남성 사역자도 하나님이 주신 재능으로 찬양과 음악 사역으로 많은 이를 가르치게 되었고, 음대 교수로 쓰임 받게 된 형제도 있었다. 추영수 목사는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예수님 당시 바리새인들은 안식일에 병을 고친 이유로 예수님을 죄인으로 몰고 가려고 했다. 추 목사는 "주님은 '내가 심판하러 이 세상에 왔으니 보지 못하는 자들은 보게 하고 보는 자들은 맹인이 되게 하려 함이라'(요 9:39)고 하셨다"며 "영적인 장애는 어떤 장애보다 더 어려운 장애다. 주님을 믿지 않고 맡기지 않는 것이 교만이며, 교만하면 하나님의 복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이 원하는 대로 풀어지지 않고 문제 해결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대부분 내 안에 교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주님께 맡기면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이 말이 응하게 될 줄 믿는다"고 말했다.

추 목사는 마지막으로 "오직 성령이 임하시면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처럼 복음의 증인이 되어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을 심는 일에 온전히 쓰임 받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 원한다"고 당부했다.

비전시각장애인센터 대표 추영수 목사
▲예광제일교회 찬양팀이 설교에 앞서 찬양을 인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이날 함께 방한한 비전시각장애인센터 찬양단은 오카리나와 하모니카, 색소폰으로 찬양하고, 혼성중창으로 큰 감동과 은혜를 더했다. 정대규 예광제일교회 목사는 "추영수 목사님의 귀한 사역과 한국교회의 선교를 위해 함께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