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환 교수 "화해와 용서의 선교 관점으로 국내외 통합적,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정지웅 교수 "기독교 신앙 강요 아닌 삶으로 전하고 교회는 부담 아닌 힐링 줘야"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제96차 정기학술대회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제96차 정기학술대회가 30일 주안대학원대학교에서 열렸다.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회장 김광성, 부회장 소윤정)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가운데 선교학적 관점에서 한반도 통일과 북한 복음화를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30일 인천 주안대학원대학교에서는 '한반도 주변 정세의 변화와 선교통일'을 주제로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제96차 정기학술대회가 개최됐다. 60여 명이 참여한 이날 학술대회에서 박영환 서울신대 교수는 '선교적 관점에서 본 통일과 선교', 정지웅 아신대 교수는 '북한 주민의 기독교 재인식을 통한 선교 전략 연구'에 대해 각각 발제했다.

박영환 교수는 "남한 기독교의 북한선교는 한기총(CCK)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의 '북한교회 재건론'과 NCCK를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의 통일정책-민족-자주-자유를 표방하는 '통일운동'의 두 흐름이 배경"이라며 "20년 이상 통합적 통일 논의가 불가능하다가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거듭 치러오면서 지금은 북한선교 영역이 중도주의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양측 모두 내려놓음의 전조가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에 '북한선교'라고 하면 대화가 어려웠던 NCCK가 작년 8월 '한국교회 남북교류 협력단 발족 선언문'에서 갈등과 대립의 용어를 더 이상 강조하지 않고 선교적 과제를 제시하고 실천을 선포했다면, 기독교 구국기도회를 이끄는 보수진영 북한선교단체에서도 기존의 '북한선교'가 아닌 '통일기도회' '통일선교'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진영 교단에서도 북한선교를 '남북한교회의 선교협력'으로 보면서 남한 기독교와 교회의 갈등이 요인이 된 북한선교와 통일이 평화통일의 의미로 전화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제96차 정기학술대회
▲이날 학술대회 개회예배에서 윤순재 주안대학원대 총장이 설교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박 교수는 북한을 바라볼 때 '한반도 적화통일'과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 실제적인 위협이 존재하지만 북한선교를 위해서는 반공과 안보 차원을 넘어 선교대상으로 보고 지속적인 선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기본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화해와 용서의 선교적 관점으로 한반도 통일을 일구고, 통일사역이 북한선교가 되게 하며, 그 결과는 민족복음화로 나타나게 해야 한다"며 "북한선교의 시작은 사랑이고, 전체 과정은 평화이며, 그 결과와 틀 역시 통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 "선교적 관점만이 지난 70여 년 동안 남북 간 응어리진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통합적으로 분단의 땅에 평화와 화해·용서의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환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와 미사일 발사 중지가 국제적인 문제이자 국제적 관심사에서만 풀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선교에 대해서도 "이념적·안보적·외교적 남북관계를 넘어선 통합적 선교사역으로, 국내외적으로 통합적, 총체적으로 접근하여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교회와 중국교회, 일본과 러시아교회들과도 긴밀히 공조하는 등 남측교회와 해외 한인교회, 세계교회 단체들과 연대하여 북한선교 정책과 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며 "대한민국에서 6자회담에 관계된 교회연합체 회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성욱 총신대 교수는 이날 논평에서 "북한선교를 위해 하나님의 선교명령 앞에 순종하는 선지자의 선교사명이 필요한 시기"라며 "북한선교 현안을 해결하는 것은 오직 선교적 관점임을 전제하면서 북한선교를 민족복음화의 일환으로 여기고, 성경적 선교 이해와 그리스도의 사랑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인내와 기도, 다양한 선교적 접근 방법 등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한 발제"라고 평했다.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제96차 정기학술대회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제96차 정기학술대회 참석자 단체사진.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정지웅 교수는 50여 명의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바탕으로 선교전문가들과 토론 과정을 거쳐 '북한이탈주민 선교지침' 25가지를 발표했다. 정 교수는 "연구를 통해 느낀 것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강요하기보다는 우리 기독교인의 삶의 모범을 통해 그들이 신앙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종교 국가 형태를 띤 북한의 조직 생활과 집단 생활에 질린 그들에게 교회는 부담이 아닌 힐링을 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북한에 식량과 비료, 의약품과 보건의료 시설, 육아원의 급식이나 시설 지원 등 인도적 차원에서 주의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한에 내려온 북한이탈주민들과 접촉하는 모든 생활공간이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삶의 현장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랑실천 지침이나 사례'를 제작하여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탈북 후 중국의 교회에서 자신을 전도하려는 이들에 대한 대항 논리를 찾기 위해 성경을 읽다 뜨거운 성령체험으로 기독교에 귀의하게 된 한 북한이탈주민의 사연을 직접 들었다"며 "우리의 노력과 이성의 산물인 연구도 아닌, 선행도 아닌 오로지 성령에 의지하는 것만이 북한 주민들과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진정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해줄 수 있다. 북한선교에서의 성령 역사와 북핵 문제 해결,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힘써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최원진 침신대 교수는 논평에서 "본 논문에서와같이 북한 주민의 기독교 인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통일 이후를 준비하고 북한 복음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기독교 선교전략을 모색하는 연구가 향후 복음주의 선교신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개회예배는 회장 김광성 주안대학원대 교수의 사회로 증경회장 안희열 침신대 교수의 기도, 윤순재 주안대학원대 총장의 설교, 정흥호 아신대 총장의 축도로 진행됐다. 학술대회 주제 외에도 신진학자 김성옥 아신대 박사가 '한국이슬람교의 다음세대 다와(Dawah) 활동에 대한 기독교 대응방안 연구', 신진학자 김영선 주안대학원대 박사가 '결혼이주여성의 타자화 연구'에 대해 발제했다.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는 이날 임원 위촉장을 수여한 후 노윤식 박사, 이원경 목사, 김효태 대표에 후원운영이사 위촉패를, 최원진 전임 회장, 정기묵 교수에 공로패를 수여했다. 최근 아신대 총장으로 취임한 정흥호 총장에는 축하패를 전달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