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테크놀러지
제주도에는 풀숲이 많아 예로부터 뱀이 많이 삽니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엔 뱀이 훨씬 많았죠. 여러 색깔과 무늬를 가진 녀석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을 보면 웬만한 사람은 두려워 조심하게 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저와 상관도 없고 관심도 없고, 마주치면 피해 다니던 녀석들이 우리 집안의 모든 불행의 단초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눈에 띄는 대로 뱀을 죽였습니다. 낚싯대로 고리를 만들어 숨은 놈도 끄집어내고 악착같이 따라가 죽여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나중에 성경공부를 하다 보니성경에서는 뱀을 사단이라고 하더군요.

점점 괴팍한 성미로 변해가자 보다 못한 동네 선배의 추천으로 중학생 때 교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말씀을 통해 은혜받는 것보다 교회에서 나눠주는 선물과 간식이 좋아 나갔었죠.

손재주가 좋은 저는 부산에서 금형기술을 배워 일했고, 제대 후엔 서울의 대기업 협력회사에 스카우트 되었습니다. 결혼도 하고, 4~5년 후에는 금형기술사가 됐습니다. 월급도 많고, 경쟁사 간 스카우트도 많은 시절이었는데 사회 선배를 통해 1988년 2월 18일 향상공업(현 3G테크놀러지)을 소개받았습니다. 처음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이장우 회장님(당시 향상공업 사장)은 "이것 할 수 있느냐" "저것 할 수 있느냐"며 꼬치꼬치 따져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천연덕스럽게 "잘 못 합니다"라고 거짓말을 했지요. 밑에 수십 명을 데리고 금형 일의 책임을 맡아 봤던 저로서는 이 일이 얼마나 힘든 줄 알기에 혹여 일을 더 시킬까 봐 일부러 못한다고 둘러댔습니다.

월급이 아주 적었는데도 제가 향상공업으로 오게 된 이유는 이장우 3G테크놀러지 회장님(당시 향상공업 사장) 때문이었습니다. 대화할 때 숨기지 않고 진실하게 말씀하시고 성실하셨기 때문에 됨됨이가 바른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6개월 정도만 다녀볼 심산으로 제품 개발 업무를 맡았습니다. 거짓말은 금방 들통이 났죠. 이장우 회장님께서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일을 시켜 보니 책임감 있게 일 잘하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고영구 3G테크놀러지 사내 협력업체 일출정밀 대표
▲고영구 3G테크놀러지 사내 협력업체 일출정밀 대표
지금도 첫 출근 날이 생생합니다. 월요일이었는데, 이장우 회장님은 저를 깜깜한 지하실로 데려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폭이 좁은 계단을 넘어질세라 조심스레 내려갔는데, 사람들이 모여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함께 예배를 드리고, 성경공부를 한 뒤 이 회장님은 저를 다른 직원들에게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회사 지하실은 교회였고, 기도하고 하나님을 영접하는 곳이었습니다.

회장님과 저는 성향이 정말 잘 맞았습니다. 제가 방향을 설정하고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면 회장님께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그 조언을 참고하여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나갔습니다. 회사 이름처럼 기술이 계속 '향상'되었고, 품질과 기능도 더욱 좋아졌습니다. 월급도 올랐고, 덩달아 회사에서 책임도 커졌습니다. <계속>

고영구 3G테크놀러지 사내 협력업체 일출정밀 대표(64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