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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그렇게 말고 손바닥에 당근을 올려놓는 거래요.”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용인 처인구 이동읍 송전교회 주차장은 승마체험과 말 먹이주기 체험을 하려는 아이들과 부모 40여 명으로 시끌벅적했다. 권준호 송전교회 목사가 당근스틱을 집어 말 입 쪽으로 가져가자 한 아이는 먹이 주는 방법을 알려줬다. 움직이는 말을 처음 타 본 조은성 군(10)과 심윤아 양(11)은 “말이 움직이는 느낌이 놀랍고 재미있다”며 한껏 들떠 연신 기념사진을 찍었다.

매년 어린이날이 되면 송전교회 앞마당과 주차장은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동산’으로 변신한다. 올해도 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 미꾸라지 잡기 등 아이들의 오감을 깨우는 체험부스와 병원, 경찰, 군, 소방 등 직업체험부스가 총 23곳이 준비됐다. 솜사탕, 팝콘, 분식 등을 파는 먹거리마당과 차광막을 설치한 피크닉존까지 교회는 가족 단위로 찾은 주민들로 넘쳐났다. 월드비전은 아프리카 가나의 자립마을 어린이들의 일상을 체험하는 3D VR 체험으로 관심을 끌었고, 용인시 지원으로 올해 처음 진행한 승마체험은 예상대로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이날 어린이만 650여 명, 어른들까지 1,800여 명이 송전교회 ‘어린이 꿈축제’에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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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군, 소방, 병원 등 직업체험부스에서는 아이들의 꿈을 키우기 위한 좋은 경험을 제공했다. ⓒ송전교회
송전교회는 매년 어린이날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더라도 지역 어린이들이 다양한 문화, 놀이, 직업 체험을 하면서 꿈과 비전을 키울 수 있도록 ‘어린이 꿈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4번째다. 꿈축제 총괄담당 정태인 집사는 “어느 해보다 지역 아이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굳이 도시에 가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충분히 체험하고 경험하면서 꿈과 소망이 훨씬 더 커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평신도 제자훈련과 함께 다음세대 사역에 집중해 온 권준호 목사는 “공부만 하는 아이들이 어린이날 하루만큼은 마음껏 놀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 목사는 “오늘날 기독교 문화가 자꾸 뒤처지는 면이 있는데, 이런 틈새를 잘 공략한다면 예전처럼 교회가 각 지역 문화를 선도하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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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 트램펄린, 에어바운스, 미꾸라지 잡기 등 아이들의 오감을 깨우는 체험부스
 등이 마련됐다. ⓒ송전교회
5년 전 이동읍에 이사 온 주민 황진성 씨는 자녀들과 자녀 친구들까지 데리고 꿈축제에 참여했다. 황 씨는 “제1회 꿈축제부터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인데, 아이들이 친구와 놀며 즐거워해서 좋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KTX를 타고 여동생 집에 놀러 와 5살 자녀와 참여한 한 주부는 “아이가 에어바운스와 페이스페인팅을 좋아했다. 애들 연령대에 맞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방문한 한 여자아이는 “페이스페인팅과 팔찌만들기가 제일 재미있었다”고 말했고, 엄마와 함께 참석한 다른 남자아이는 “미꾸라지 잡기와 풍선 터뜨리기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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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진행한 승마체험과 말 먹이주기 체험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송전교회, 이지희 기자
지역 인사들 “어린이 꿈축제, 지역축제로 정착하길…”

송전교회 어린이 꿈축제가 지역 주민으로부터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지역축제로 자리 잡아가는 분위기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송전 어린이 꿈축제가 용인의 대표적인 행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군기 용인시장 후보도 “어린이 여러분들은 집에서, 학교에서, 대한민국에서 최고이며, 미래이자 꿈”이라며 참석자들과 주최 측에 격려를 보냈다.

조창희 경기도의원, 신현수 시의원, 남홍숙 시의원 등은 “도농복합 도시 100만 용인에서 낙후된 농촌 지역 아이들을 위한 축제를 할 곳이 없는데, 어린이 꿈축제가 내용도 점점 알차지고 지역축제로 자리잡아가는 느낌”이라며 “송전교회뿐만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 어린이를 위한 용인 지역축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체험을 위해 봉사한 이동파출소 이중천 소장은 “장래 꿈나무들인 아이들을 위한 놀이 문화가 부족한데, 이곳에서 문화행사를 체험함으로 아이들이 성장하는 자양분을 얻을 것”이라며 기대했다.

꿈축제는 지역 교계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교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진상 용인기독교총연합회(용기총) 공동회장은 “송전교회가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큰 희망과 소망과 꿈을 갖게 하는 행사여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신동권 용기총 공동회장(중앙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교회마다 어린이행사가 있지만 송전교회처럼 대형 규모는 많지 않고, 특히 지역사회와 연합해서 진행하는 일은 드물다”며 “지역사회와 손을 잡고 꿈과 비전을 같이 하는 교회가 될 때 교회가 지역사회의 센터 역할을 하면서 성장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태진 용기총 전 사무총장(용인동부경찰서 경목위원회 위원장)은 “명품교회에서 명품 아이들을 길러내는 발판이 되는 행사”라며 축하했고, 조동욱 용기총 실무회장(주북제일교회)은 “이 지역 아이들이 쉽게 체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경험을 송전교회가 네 번에 걸쳐 선물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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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축제는 지역 교계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교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지희 기자
제자훈련으로 양성한 평신도가 중추적 역할

어린이 꿈축제를 섬긴 200여 명에 가까운 자원봉사자는 모두 송전교회에서 철저한 제자훈련을 받은 평신도들이다. 제자훈련을 통해 다음세대를 향한 목회자의 비전을 전 성도가 공감하고 한 마음, 한뜻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대형교회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대규모 행사를 매번 거뜬히 치를 수 있었다. 10대 중고등부 학생부터 80대 장로까지 평신도 자원봉사자들은 “우리의 꿈인 다음세대를 섬기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꿈축제를 섬기고 있다”고 말했다.

황철현 수석장로는 “우리가 어렸을 땐 학교, 교회 등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핵가족화 되면서 가족이 여행가는 문화로 바뀌었다”며 “이것을 담임목사님이 안타깝게 생각하셔서 지역의 소외된 어린이들을 섬기고,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꿈축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 수석장로는 “4회째로 접어들면서 행사가 안정화되고, 지역 기관에서도 많이 호응하여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홍성일 장로는 “성경적으로나 하나님의 뜻으로나 올바른 동기와 목적, 방법으로 추진하는 담임목사님의 비전에 우리가 동참하는 것 뿐”이라며 “다음세대를 하나님의 자녀로 양육하는 목적을 위해 교인이 예수님 안에서 하나되는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홍 장로는 “우리 세대와 달리 다음세대는 우리가 전혀 경험하거나 살아보지 못한 시대에 살아야 한다. 이곳에 온 아이들이 마음껏 누리고 즐기며 창의력을 기르고, 더 나아가 하나님의 자녀로 기둥같이 쓰임 받는 일꾼들이 많이 배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전교회 노인대학 학감 등으로 섬기는 서두원 원로장로는 “나는 봉사하는 일밖에 없다.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꿈축제가 점점 발전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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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축제 중앙무대에서는 방탄조끼단의 댄스, 레크리에이션, 어린이들의 노래와 댄스 장기자랑인 연두어린이
 팝스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송전교회, 이지희 기자
성도들은 “우리 교회는 살아있는 교회”라며 “목사님의 열정과 꿈을 따라 긍정적인 마음으로 함께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올라가는 과정이 즐겁다”고 말했다. 김혜순 집사는 “어린이 꿈축제를 위해 중고등부 봉사자들도 참여하여 심부름 등으로 봉사해주니 너무 귀하다”고 말했다. 박주영 양(용인고 3)은 “하루 봉사라 부담이 덜 되고 다행히 날이 좋아 봉사하기 좋다”며 “아이들이 많이 와서 기뻐하는 것을 보니 감사하다”고 말했고, 진윤채 양(용천중 2)은 “아이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봉사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자원봉사자로 뛰고 있는 윤한희 군(세종대 2)은 “외진 지역이라 어린이들에게 문화 체험을 제공하며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다.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해 꿈을 갖고 행복하길 바라고 신앙 성장까지 된다면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용인에 이사 온 지 2년 된 송전교회 성도 서미혜 씨는 “해피코스와 제자훈련을 받으면서 믿음이 없던 제가 변화돼 노인대학 조교수로도 일하고 있다”며 “봉사하는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고, 손진영 씨는 “지역적으로 소외된 아이들, 편부모, 조부모 가정의 아이들까지 함께 초청해 섬기고 있다.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생각하는 담임목사님처럼 한 뜻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6년 전 이동읍에 정착한 성도 조흥숙 씨는 “초등학교 1학년 자녀가 감사 언어를 쓰면서 밝아지고, 친구들과 말씀으로 교제하며 전도하기도 한다”며 “육아하면서 어려운 부분을 교회에서 많이 채워줬다. 교회에서 받은 만큼 (이날) 돌려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2년째 제자훈련을 하며 자연스럽게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김현숙 씨는 “제자훈련을 받으며 확신이 서고 전도의 목적이 생겼다”며 “시간을 쪼개서 사는 것이 의미가 있고, 자녀도 믿음 안에서 키우게 되었다”고 말했다.

권용섭 노인요양원 복지원교회 목사는 “송전교회는 평신도들이 일반교회보다 10배는 더 열심히 일한다”며 “권준호 목사님이 평신도들은 교회의 가장 큰 주인이라는 목회 철학을 붙들고 올인한 결과물이 어린이 꿈축제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송전교회는 어린이 꿈축제에 이어 오는 24일 송전 노인대학을 통해 지역 어르신 500여 명을 초청해 경로잔치도 진행한다. 정태인 총괄담당은 “내년에 더 풍성한 명품 꿈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비록 열악한 지역 환경이지만 지역사회에 꿈과 비전을 주는 송전교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준호 목사는 “어린이 꿈축제, 송전 노인대학을 통해 어린이, 어르신들뿐 아니라 청소년과 장년들을 위해서도 교회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섬김을 놓고 기도하고 있다”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봉사와 섬김을 실천하여 지역사회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지역 발전의 디딤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