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itry-anikin-472599-unsplash_ed.jpg
이번 호에서는 ‘기업을 경영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피터 드러커는 그의 책 ‘매니지먼트(Management)’와 ‘경영의 실제’에서 ‘우리는 어떻게 기업을 경영해야 하는가’에 관해서 언급하고 있다. 기업을 어떻게 운영하는가 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문제여서 이 주제에 관해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올 것처럼 보이지만, 드러커 교수는 실제로 이에 관한 책들은 많지 않았다고 ‘경영의 실제’에서 언급했다. 그 이유로는 기업에 관한 한 신뢰할 만한 어떤 경제이론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기업의 행동과 활동을 잘 살펴봄으로써 베일에 가린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베일에 가린 실체란 무엇인가? 기업 그 자체를 경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경영자는 그것을 어떻게 수행해야만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시어스 백화점

‘경영의 실제’가 쓰인 1954년경 미국의 가장 성공한 기업 가운데 하나인 시어스 백화점 사례를 통해 ‘기업을 경영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한다. 시어스 백화점은 1886년 시카고에서 우편 주문 판매업체로 처음 시작했다. 시어스는 1925년 첫 매장을 열었고, 1969년 35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 규모 소매기업으로 성장했다. 1974년 시카고에 세계 최고층 빌딩 ‘시어스 타워’(108층·442m, 현 윌리스 타워)를 세우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시어스는 19세기에서 20세기로 바뀔 무렵 미국의 농부들이 별도의 독특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등장한 회사였다. 별도의 시장이라는 것은 기존의 유통 채널이 실질적으로 접근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농부들이 고립해 있기 때문이고, 독특한 시장이라고 하는 것은 농부들의 구체적인 수요가 도시 소비자의 수요와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농부들의 구매력이 개인적으로는 낮지만, 집합적으로 보면 엄청나게 큰 구매력을 의미했다. 하나의 기업으로서 시어스 로벅을 창업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시장의 분석이 필요했다. 특히 농부가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석해야만 했다.

농부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먼저 새로운 유통 채널을 만들어야만 했다. 농부들의 욕구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상품도 개발해야만 했다. 상품은 농부에게 대량으로, 싼값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확실히 배달되어야만 했다. 농부들이 물리적으로 떨어져 살고 있었기 때문에 농부 자신은 상품이 배달되기 전에는 품질을 검사할 수 없으며, 또는 사기를 당한 경우 변상을 받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급자는 농부들에게 상품을 공급할 때 품질의 신뢰성과 정직성을 보증해야만 했다.

시어스 로벅을 창업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의 독특한 분야에서 혁신을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

첫째, 체계적인 상품 계획이 필요했다. 농부가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상품을, 그들이 원하는 품질과 수량으로, 그리고 그들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으로 공급할 협력업체를 파악하고 또 개발해야만 했다.

둘째, 농부로서는 할 수 없는 대도시에 가서 쇼핑하는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우편주문 카탈로그가 필요했다. 카탈로그의 발행 목적은 회사의 신뢰를 쌓고, 고객을 만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카탈로그는 농부에게 ‘갖고 싶은 책’이 되어야만 했다.

셋째, 오랜 상습관인 ‘매주(買主)의 위험 부담’을 ‘매주(賣主)의 위험 부담’으로 바꾸어야만 했다. 그것이 바로 “물건에 불만이 있을 때는 무조건 환불합니다”라는 시어스의 유명한 정책이다.

넷째, 대규모 주문을 싸고 빠르게 취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우편주문 공장이 없이는 그런 사업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업을 운영할 사람 조직이 필요했다. 그리고 시어스 로벅이 사업을 시작했을 무렵, 이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 대부분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우선 이런 사업에 대한 수요가 없었고, 새로운 재고관리 기술에 능통한 회계사도 없었으며, 상업 카탈로그를 만들 화가도 없었고, 대규모의 주문을 취급할 경험 있는 판매원도 없었다.

경영자가 할 일은 무엇인가?

창업자 리처드 시어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시어스를 현대 기업으로 만든 것은 그가 아니었다. 그는 감각이 뛰어난 투기자로서, 약간 흠이 있는 투매상품을 한꺼번에 구입하고서는 엄청난 광고를 통해 팔았다. 그가 취급하는 상품들은 한 번 팔고 나면 모든 재고가 소진되었으며, 하나같이 그 자체로 거래가 종료되었다. 또한 사업도 청산되었다. 따라서 그의 사업 활동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하나의 기업이 될 수가 없었다. 당연히 그는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사업을 했던 수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수년 후 사업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어스를 기업으로 만든 것은 줄리어스 로젠월드(Julius Rosenwald·1862~1932, 시어스 로벅의 회장·1910~1925)다. 그는 1895년 시어스 로벅의 경영을 맡았으며 1905년 시카고에 우편주문 공장을 설립했다. 그는 상품 공급원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는 사실에 기초한 우편주문 카탈로그를 정기적으로 배포했으며, “고객이 만족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환불한다”라는 정책을 만들었다. 그는 일찍부터 경영층에게 최대로 권한을 부여했고 또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 나중에 그는 회사 이익을 종업원에게 나누어주고, 그것으로 회사의 주식을 사도록 했다. 그리하여 로젠월드는 시어스 로벅의 아버지가 되었을 뿐 아니라 20세기 미국의 면모를 일신했으며, 미국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유통혁명’의 대부가 되었다.

또한 시카고의 우편주문 공장은 오토 도어링(Otto Doering)이 1903년 고안한 것이었다. 그것은 헨리 포드(Henry Ford)가 모든 작업을 단순한 반복 작업으로 분해하여 조립 라인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하여 표준화된 교환 가능한 부품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공장 전체에 걸친 사전 계획에 따라 생산하는 최초의 대량생산 공장을 만들기 5년 전의 일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시어스의 ‘우편주문 책’이 미국의 많은 농장에서 성경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책이 될 정도였는데, 시어스가 미국의 유수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그런 바탕 위에서였다. 

시어스 얘기의 두 번째 국면은 1920년대 중반 시작된다. 첫 번째 국면에 로젠월드라는 한 경영자가 지배적이었던 것과 똑같이 두 번째 국면은 또 다른 한 경영자, 즉 로버트 우드(Robert E. Wood·1879~1969) 장군이 지배적이었다. 우드가 시어스에 참여하게 되는 1920년대 중반 무렵 시어스의 최초 시장은 급격히 변하고 있었다. 농부는 더 이상 고립적으로 살지 않았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농부들은 도시로 직접 나갈 수 있게 되었고, 거기서 쇼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농부들은 더 이상 독특한 시장이 아니라 그들의 생활양식과 삶의 수준은 사실 주로 시어스 덕분에 도시의 중산층과 닮아가고 있었다. 로버트 우드는 이런 사회 변화를 감지하고 시어스의 초점을 소매업으로 전환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자동차를 가진 농부들과 도시 인구 모두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런 의사결정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일련의 전반적인 혁신이 추진되어야만 했다. 제품의 개발과 그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조업자의 개발이 필요했다.

상품 계획과 연구가 필요했고, 시장에 내어놓을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수백 개의 소규모 공급업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도 필요했다. 마치 시어스의 성장사 가운데 첫 번째 국면에서 우편주문 공장과 카탈로그가 그랬듯이, 두 번째 국면에서 대량 유통을 가능케 한 기본적인 요소였다. 더욱 큰 혁신은 소매업으로 진출한 시어스는 점포 관리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만 했다. 소매점으로 사업을 전환한 이후 가장 큰 애로 사항은 매장 관리자의 부족이었다. 그리고 1930년대 시어스의 정책은 지금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든 경영자 개발훈련 활동의 출발점이었다.

경영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시어스가 역사에서 일찍이 겪은 두 번의 전환기에서 한 것처럼 사회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시장과 고객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목표들 역시 개발되어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유통조직, 새로운 임금정책,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드러커 교수는 잘 나가고 있는 시어스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조언했다. “시어스는 또다시 자신의 시업이 무엇인지, 자사의 시장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혁신을 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해야만 한다.”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 체인 ‘시어스 홀딩스’는 2018년 1월에 매장 39곳과 K마트(2005년 대형 유통업체 K마트에 인수 합병됨) 매장 64곳 등 103개 매장을 폐점한다고 발표했다. 폐점 대상 시어스 매장은 일리노이, 뉴욕, 텍사스 등 16개 주에 소재하고, 폐점 대상 K마트는 캘리포니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등 28개 주로 확산될 전망이다. 수익성 없는 매장은 앞으로도 계속 폐점하고, 고객 요구에 맞춰 실제 매장과 전자상거래 공간을 꾸려가겠다는 전략을 실행 중이다. 하지만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매장을 잇달아 폐쇄하고, 온라인 사업에 주력했으나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2017년 초부터 연간 운영비용을 10억 달러 삭감하는 ‘전략적 변화’를 추진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시어스 로벅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의 가장 큰 위협은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업체들의 성장 때문이다. 시어스의 CEO 로젠우드가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기 위해 혁신을 단행한 것처럼, 1994년 인터넷을 활용한 온라인 시장의 성장을 내다본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닷컴을 창업한다. 시어스가 농부를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5가지의 혁신을 추진하여 성공한 것처럼 아마존도 초기에 낮은 수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변하지 않는 고객의 가치(싼 가격, 풍부한 상품 제공, 빠른 배송)를 위해 전에 없던 혁신을 추진했다. 아마존도 처음에는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때마다 주주들은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를 압박하곤 했다. 그 때마다 제프 베조스는 주주들을 설득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성장입니다. 성장(Growth)을 하면 낮은 비용구조(Lower cost structure)가 만들어지고, 그러면 낮은 가격(Lower Prices)을 설정할 수 있고, 그것으로 인해 고객들의 경험(Customer Experience)이 좋아지면, 쇼핑몰에 고객들의 방문(Traffic)이 증가합니다. 그러면 판매자들(Sellers)이 아마존을 선택(Selection)하게 되고, 그러면 다시 고객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이 더욱 좋아져서 지속적으로 찾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당장 수익을 내기보다는 성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만약에 제프 베조스가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경영의 모습을 성장모델로 설명할 수 없었다면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주주들을 안심시킬 수 있었을까? 

기업을 경영하는 방법에 대한 결론을 시어스의 예로부터 도출할 수 있다.

첫 번째 결론은 ‘사업은 사람이 시작하고 또 경영한다’는 것이다. 100년 전 시어스를 하나의 기업으로 변신시키는데 줄리어스 로젠월드가 필요했듯이, 시어스가 앞으로도 계속 번영할 것인지 또는 쇠퇴할 것인지, 살아남을 것인지 궁극적으로 사라지고 말 것인지에 대해 판단을 내리려면 누군가가 필요할 것이다.

hym11.jpg두 번째 결론은 ‘사업이란 이익의 관점으로만 규정되거나 설명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익 최대화 이론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오래된 격언을 복잡하게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의 설명에 따르면 고객의 변치 않는 가치(싼 가격, 다양한 상품, 빠른 배송 등)를 위해 기업은 혁신해야 한다고 일침을 던진다. 이익과 수익성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수익성은 기업의 목표도, 그리고 기업이 활동하는 목표도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목표, 기업 활동의 목표를 제한하는 요소임을 뜻한다. 이익은 기업의 행동 및 기업 의사결정의 이유, 원인이 합리적 근거가 아니라 그것들이 타당한지를 검증하는 기준이다.

사업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고객’이다. 고객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구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즉 고객을 ‘가치’로 생각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기업을 경영하는 방법은 고객을 향한 가치 창출만이 유일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하영목 교수(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국제물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