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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누워도, 앉아도 척추가 아파서 침을 맞으려 하고요, 남편은 허리디스크와 심장 문제로 방문했어요. 어머니가 페이스북을 보고 알려줘서 천안에서 왔는데, 무료로 진료해주고 약까지 준다니 정말 감사하네요.”

장충단교회 의료선교부가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해 진행하는 의료봉사가 열린 지난 15일. 장충단교회 교육관 3층에서 만난 몽골인 송지혜 씨(21)는 임신 중 척추 통증으로 방문했다고 말했다. 송 씨는 2016년 몽골에서 한국으로 유학 왔다가, 같은 몽골 출신으로 13년 전 한국에 귀화한 남편 고정훈 씨(23)를 만나 결혼했다.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지친 기색 없이 밝은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보험 적용이 안 돼 병원에 못 갔어요. 멀지만 부담 없이 진료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장충단의료봉사단 ‘오아시스클리닉’의 국내 의료봉사가 이날 만 1년을 맞았다. 작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3차에 걸쳐 연인원 545명의 진료진 및 진료지원자, 일반·통역봉사자가 참여해 총 1,720명의 외국인에게 의료서비스와 무료건강검진, 법률상담 지원을 했다. 방문자의 95%는 몽골 출신, 나머지는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출신 외국인이다. 교회에서 도보로 15분 이내에 ‘몽골타워’로 유명한 뉴금호타워가 있는 등 인근 동대문 지역에 거주하는 몽골인 외국인근로자가 많아 자연스럽게 몽골인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매회 10~12명의 몽골인 통역봉사자가 참여하고 몽골어로 번역한 전단 홍보, 몽골타워-교회 구간 셔틀버스 운행 등 오아시스클리닉은 ‘국내 몽골인을 위한 의료봉사’로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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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진료현장은 100여 명의 외국인이 방문하여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오후 5시까지 진료현장을 찾는 외국인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졌다. 장충단교회 교육관 3층에는 내과진료실 4곳, 치과진료실 1곳, 초음파검사실 1곳과 약국 등이, 4층에는 한방진료실 2곳과 법률상담실이 마련돼 있었다. 이날도 의사, 간호사, 변호사, 일반 및 자원봉사자, 통역봉사자 등 총 58명의 봉사자가 바쁘게 외국인들을 맞이했다.

다른 몽골인의 소개로 처음 방문했다는 더니뜨텐베렐 씨(38)는 “나는 위 염증약을, 아내는 내과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먹어보고 다음 달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며 “이렇게 친절하게 하는 곳이 있는지 몰랐다. 다들 만족스러워하고 좋다고 해서 왔는데 자주 와야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속이 불편한 사람은 초음파검사를 받고, 고된 육체노동으로 인한 근육통, 관절통 환자는 침 치료를 받았다. 아이들에게는 치과 진료가 인기라고 했다. 간단한 감기약부터 고혈압약을 처방받는 이들도 많았다. 작년엔 내과 검진 중 췌장암 환자를 발견해 몽골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 적도 있다.

장충단교회 선교위원장 안규석 장로는 한의사로, 한방진료로 봉사하고 있다. 학생 때부터 50여 년 간 국내외에서 봉사해 왔다는 안규석 장로는 “외국에 나가 봉사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외국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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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장로는 “몽골인은 기질상 힘이 좋다”며 “국내에서 남성들은 이삿짐센터나 유리공장 등에서 일하고, 여성들은 봉제기술을 익혀 일하는데 타민족은 따라가지 못한다. 자연히 어깨, 목, 허리, 무릎 디스크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통역지원이 있어 진료는 크게 힘들지 않은데, 마음이 아프다”며 “국내에 와서 힘들게 일하는 몽골인들의 아픔을 우리가 조금이라도 담당하고 싶다. 이들이 낙망치 않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의사로 봉사하고 있는 장충단교회 의료선교부 부장 송철민 안수집사도 “의료에 상당히 소외된 외국인근로자들이 많아 처음에는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작은 것으로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분이 오셔서 감사했다. 무엇보다 몽골인에게 예수님을 알릴 기회가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몽골인 외국인근로자들의 체류문제, 체불임금, 이혼 등의 법률상담을 해 온 변호사 양동수 장로는 “매번 4~8건의 상담을 하는데, 그중 절반 이상은 비자문제”라며 “학교에 입학했다가 비자 해결이 안 돼 몽골로 돌아가야 했는데, 학교로부터 학비 반환을 받지 못한 한 몽골 학생을 상담해 준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에 참여한 계기로 “외국인근로자들이 육신적 어려움은 물론, 법률적 문제도 많은데 의사소통이 어려워 고통받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며 “통역지원을 받아 법률상담으로 도우면 선교에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 확신해 먼저 자원했다”고 말했다. 함께 봉사하는 변호사 김서영 자매도 “이런 방법으로 선교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배우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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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인 통역봉사자들은 같은 민족을 돕는 봉사에 참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7년 전 한국에 와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귀화 심사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통역봉사자 어기 씨(38)는 “몽골 사람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하고 무료로 약도 주니 너무 고맙다. 우리가 무조건 와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어려운 몽골 사람들을 돕고 통역해줄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암갈랑바타르 씨(44)는 통역봉사를 하면서 자신도 고혈압약을 처방받았다. 그는 “특별한 일이 생겨도 취소하고 꼭 와서 봉사하고 있다”며 “작년엔 식구들과 건강검진도 받았고, 주위에 아프다는 몽골 사람이 있으면 전화해서 최대한 빨리 진료받을 수 있도록 병원과 연결해주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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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외국인 대상 의료선교에 희망 주고 싶어”

2015년 9월 창단된 장충단교회 의료선교부는 그해 두 차례 의료선교세미나를 개최하고, 2016년 2월 21명의 봉사단을 구성해 캄보디아 캄풍치낭 우신교회에서 현지 주민 600여 명을 위한 한방, 내과, 치과 의료봉사 및 문화행사를 펼쳤다. 이후 가장 주력한 사역은 국내 의료봉사다. 2017년 4월 23일,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제1차 의료봉사를 시작으로 매월 셋째 주 주일 몽골인을 중심으로 한 의료봉사를 실시했다. 작년 6월부터는 법률상담 및 지원도 하고, 10월에는 서울시 중구보건소 후원으로 외국인 대상 무료건강검진(기초신체검사, 소변검사, 시력검사, 흉부방사선검사, 혈액검사 등)도 진행했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외국인근로자가 방문하자 작년 8월 중구자원봉사센터 소속 자원봉사단체로 등록했고, 9월엔 장충단의료봉사단을 ‘오아시스클리닉’으로 명명하고 현판식도 했다.

국내 의료봉사는 외국인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일이자, 그들이 복음을 더 잘 받아들이기 위한 접촉점이 되었다. 몽골인 통역봉사자들에게도 지속적인 관심과 섬김을 보여주어, 지난 1월 6명의 통역봉사자가 자발적으로 교회에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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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클리닉이 현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이유는 작년 서울에서 적게는 13년, 많게는 18년간 외국인근로자를 위해 의료봉사를 해 온 대표적인 두 교회가 사실상 의료봉사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아시스클리닉은 도움이 더 절실한 외국인을 우선순위로 돕기로 하고, 지역적 특성을 살려 몽골인 의료진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안정적 진료의 관건인 몽골인 통역 확보에도 힘썼다. 2015년 장충단교회 선교위원장으로 섬기던 당시 의료선교부 창단에 앞장선 송치욱 장로(서울속편한내과 대표원장)는 이날 “국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선교가 침체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략을 가지고 잘하는 면은 고무하고, 부족한 면은 보강해서 국내 의료선교에 희망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말 국내 거주 외국인이 2백만 명이 넘어섰다”며 “복음전도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선교도 소중하지만, 먼 이국땅에서 생활하는 국내 외국인 선교도 시대적 요청에 따른 중요한 선교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송치욱 장로는 “의료선교부 뿐 아니라 학생 등 많은 자원봉사자의 참여와 헌신, 박순영 담임목사님을 비롯한 장충단교회의 각 기관과 교인의 아낌없는 기도와 후원으로 국내 의료봉사가 1주년을 맞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25일 저녁 장충단교회에서는 국내 의료봉사 1주년 감사예배와 몽골 전통문화공연으로 꾸며진 후원의 밤도 개최된다.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오아시스클리닉이 적어도 10년은 굳건히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끊임없는 기도와 관심을 요청할 예정이다.

송 장로는 “하나님의 참된 말씀을 접하지 못하고 기댈 곳 없던 몽골인들이 교회의 보살핌으로 주님을 알고 의지하여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 있길 원한다”며 “더 바란다면 의료봉사를 계기로 몽골 크리스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독립적인 몽골인 사역이 가능할 정도로까지 발전하고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규석 선교위원장도 “우리의 진정 어린 사랑의 마음이 몽골인의 마음에 와닿았으면 한다”며 “이를 통해 몽골인들이 예수님의 복음을 좀 더 잘 이해하고,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본국에 돌아가 주님의 사역을 위해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