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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부흥은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 민족의 암흑기를 지나온 초기 신앙인들의 피와 땀, 눈물로 꽃피운 결실이다. 불과 100년 안팎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떤가. 초기 한국 기독교인들의 뜨거운 신앙의 열정과 숭고한 희생은 대부분 잊히고, 박물관에서만 마주하고 있지는 않은가.

초기 한국 기독교인들의 깊은 신앙 고백과 정신, 헌신적 삶이 더 이상 박물관이나 추모관에서가 아니라, 그들이 생전 남긴 설교와 강연, 글 등을 통해 언제든 우리에게 살아있는 말씀으로 들려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선교단체가 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5일 초기 한국 기독교 지도자 중 한 명인 김교신 선생이 소유했던 땅에 지어진 집을 리모델링 해 ‘김교신홈’(정릉로 17길 15)으로 특별 개관했다. 약 27평 대지에 세워진 약 13평 규모의 건물의 외관은 여느 평범한 가정집과 다름없지만, 내부는 한국 순교자 및 초기 한국 기독교인들의 글을 출판하는 인쇄실과 AM, 단파, 위성 방송을 위한 라디오 스튜디오, 자료실까지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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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평 규모의 건물 안에는 인쇄실과 라디오 스튜디오 등 사역 공간이 마련됐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한국 순교자의 소리 대표 현숙 폴리 박사는 “이 집은 김교신 선생, 또는 초기 한국 기독교인들을 기념하는 박물관이나 추모관이 아니다”며 “순교자들의 목소리가 침묵에 묻히지 않고 새로운 세대에 살아있는 메시지로 들리게 하려고 특화한 사역 장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곳은 전 세계 지하교회들이 추구하는 방법이자 한국교회가 원래 추구해야 했던 방법, 즉 일상 공간을 핵심 사역에 활용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김교신홈은 가정을 기반으로 하는 지하교회 활동의 가장 완벽한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개관식에는 김교신 선생의 자녀 2남 6녀 중 넷째 딸인 김정옥 여사가 참여했으며, 최근 은퇴한 미국 순교자의 소리 대표 짐 다우(Jim Dau), 패기 다우(Peggy Dau) 부부도 함께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CEO 에릭 폴리 목사는 “작년 50주년을 맞이한 순교자의 소리는 전 세계 핍박받는 나라의 기독교인들의 목소리가 살아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북한, 중국 등 70여 개 국가에서 핍박받는 기독교인들의 목소리와 함께 김교신·이성봉·한상동·주기철·길선주·존 로스 등 초기 한국 신앙인들과 선교사들의 목소리를 한국교회에 살아있는 목소리로 전해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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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신 선생의 넷째 딸 김정옥 여사는 “(김교신홈 개관을 통해) 초기 한국 기독교의 영성이 온 만방에 퍼져
하나님이 이루시고자 하는 일들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김정옥 여사는 “제가 여섯 살 때 이 자리에 이사 왔다. 아버지(김교신 선생)는 시내 복잡한 곳에서 사시다가 ‘성서조선’을 집필하기 위해 넓은 땅을 구해 한가운데 집을 짓고 살았다”며 “새벽이면 앞에 흐르는 개울물에서 냉수마찰을 하시고, 그 추운 겨울에도 냉수마찰을 하신 후 바위에 올라가 기도하셨다”고 회상했다. 김정옥 여사는 “식민지하에서 우리 모두 하고 싶은 말 못 하고, 듣고 싶은 말 못 듣는 시대에 살면서 아버지는 그야말로 누구한테도 매달릴 수 없으니 하나님 앞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셨다”며 “아버지는 해방을 못 보고 세상을 뜨셨지만, 오늘 순교자의 소리를 통해 초기 한국 기독교의 영성이 온 만방에 퍼져 하나님이 이루시고자 하는 일들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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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개관한 김교신홈 앞에서는 신앙 때문에 즉각적인 죽음을 당하는 순교자(빨강), 자기 자신의 꿈과 계획,
 목적에 대해 죽는 순교자(초록), 세상에 대해 죽는 순교자(흰색)를 의미하는 세 가지 색으로 준비한 리본
 커팅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패기 다우 사모, 에릭 폴리 한국 순교자의 소리 CEO, 김정옥 여사, 현숙 폴리 한국 순교자의 소리 대표, 짐 다우 미국 순교자의 소리 직전대표. ⓒ이지희 기자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김교신홈 개관식을 기념해 에릭 폴리 목사의 저서 ‘지하교회를 준비하라’ 시리즈 총 3권 중 한 권을 재고 소진 시까지 배송비 포함 전액 무료로 배포한다. 다른 서적(도서목록 http://bitly.kr/T52)을 함께 주문할 경우 추가 도서비와 배송비 차액을 입금하면 된다.(전화 주문 02-2065-0703)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