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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가끔씩 모의고사 국어를 공부하던 중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사회적 문제와 그에 따른 해결 방안이 제시된 화법과 작문 영역에 흠뻑 빠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화법과 작문에 몰입하던 그 날, 나는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너무나 가해자에게만 맞춰져 있다는 의견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달까. 학교폭력뿐만이 아니다. 직장 내 따돌림, 괴롭힘, 그리고 묻지마 폭행과 같은 학교 밖의 여러 물리적·정신적 폭력 모두가 여전히 가해자 중심으로 해결이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저 자극적인 기사 제목과 가해자의 행위에만 사로잡혀 사건들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했던 우리에게도 책임은 분명히 있다. 항상 여론몰이에 휩쓸려 가해자의 처벌 정도와 사회로 되돌려 보낼 시 재범의 우려 등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던 우리다. 그러나 이제는 당장의 이해관계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먼 미래를 바라보고 현명하게 생각해 보자. 이를테면, 피해자들의 사회 부적응,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변하는 현상 등 앞으로는 가해자보단 상대적으로 피해자에게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한 조금 더 구체적인 방안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학교폭력과 관련된 다른 키워드로는 직장 내 따돌림, 괴롭힘 등이 있다. 이론적으로나, 실생활 속에서나 우리 모두가 많이 들어보고 공감했을 법한 이야기다. 그러나 아직도 학교폭력과 미래 사회생활에서 이러한 폭력문제의 상관관계를 잘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는 학교란 존재의 본질로 들어가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학교란 학생들을 진정한 성인으로 육성시켜 사회생활 속에 참여시키려는 목적으로 세워진 하나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유교 사상이 팽배했던 조선시대와는 달라진 현대식 생각이지만 21세기에는 적합한 견해라고 본다.

실제로 우리는 학교에서 생활 속 지식을 포함해 사회생활에서 유익한 교훈을 많이 배운다. 친구와의 갈등 상황, 선생님과의 관계, 그리고 학습활동을 통해 인내심과 타인에 대한 배려 등 인성덕목을 하나하나씩 깨우쳐간다.

그러나 일부 학생의 경우 가정환경을 비롯한 여러 요인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란 공간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채로 사회로 합류한다. 그 요인 중 하나는 일부 교장, 교사가 돈과 명예에만 사로잡혀 학생들을 괴롭히고 심하게 차별하는 요인이 있다. 지역사회에 자신의 학교에서 학교폭력 발생 비율이 저조함을 홍보하는 플래카드 걸기, 불법 촌지를 알게 모르게 받아가며 경제력으로 학생들을 차별하는 등 돈과 명예에 눈이 먼 일부 교장, 교사가 학교에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는 못할망정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신뢰도를 더 낮추는 현상까지 일으킨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러한 이유로 좌절감을 느끼거나, 잘못된 일이 잘못되었다고 느끼지 못하는 학습은 결국 사회생활로도 이어진다. 직장 내에서 따돌림을 당해도 산재 처리는 원래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라며 포기해버리고, 경쟁이라는 세상 논리를 내세워 직장 내 왕따 조장은 정당하다며 서로가 쉬쉬해버린다.

성인(成人)이라고 모두 다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학교라는 똑같은 공간을 거쳐왔어도 사람은 모두 다 각기 다른 교훈을 얻기도 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올바르지 못한 것들을 배워와서 습관화가 된 채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간다. 학교 안에서의 여러 부패 사건, 그리고 방관이 최선이라고 조용히 서로 입을 맞추고 있는 우리들의 행위들이 결국 대한민국의 최근 학교폭력 문제의 원인이 된 것은 아닐까.

f2.jpg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학교 내부와 경찰서의 긴밀한 협력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자발적 신고를 돕는 체계,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장기적으로 그 친구들만의 트라우마를 극복해 줄 상담교사의 안착을 위한 정책, 그리고 학교 담임교사들이 맡는 학생 수를 소수로 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 학교 안에서 새는 물이 학교 밖에서라고 새지 말란 법은 없다. 작은 조직 내에서의 문제조차 해결되지 못한다면 모두가 원하는 그 평화로운 사회란 오지 않는다.

노주원
창문여자고등학교
왕따없는세상운동본부 학생회원(http://outca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