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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경제를 늙은 경제, 젊은 경제로 나눈다면 그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단지 경제의 역사와 규모만 놓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과 독일의 경제는 우리보다 역사도 오래되었고 규모도 크지만 늙은 경제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한 나라의 경제가 젊었는지 늙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존속 기간이나 규모가 아니라 혁신 역량이다. 그런 면에서 독일 경제는 젊다. 혁신에 혁신을 더하여 유럽을 포함한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당당하게 경제 리더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 독일 경제가 잘 나가는 비결
요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화두다. 그 근원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이다. 독일은 제조업 강국이자 세계 2위의 수출국이지만 저임금 신흥국과의 경쟁, 한국과 중국 등 기술 후발국의 추격에 위기를 느껴 새로운 묘책을 강구했다. 그것이 바로 2010년에 시작된 인더스트리 4.0이다. 인더스트리 4.0은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개인화되는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생산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과 기계가 협력하기도 하고 자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을 기반으로 생산 현장을 혁신하는 새로운 방식의 패러다임이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업체인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아시아로 생산기지를 옮겼던 아디다스가 2017년부터는 독일 공장에서 신발을 생산한다고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중국 공장에서는 연간 50만 켤레를 생산하는 데 600여 명의 인력이 필요한 데 비해, 독일의 스피드 팩토리에서는 10명이면 가능하다. 사람이 할 일을 로봇이 대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적 취향이나 신체적 특징에 따라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맞춤형 신발을 생산한다고 한다. 산업의 지각 변동을 의미하는 시그널이다.

우사인 볼트나 리오넬 메시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은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따로 맞춰 신는다. 그런 신발을 나도 한번 신어보고 싶지만 엄청난 가격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스피드 팩토리가 구현되면 현실화될 수 있다. 발을 스캐닝한 데이터에 선호하는 디자인과 필요한 기능에 대한 정보를 추가하면 3D프린터가 원자재를 재단하고 가공하여 개인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자동차, 엔지니어링, 전자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꾀하고 있다. 독일이 젊은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제조업이라는 핵심 역량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혁신 활동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여 기회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독일의 힘이다.

◈ 중국이 두려운 진짜 이유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7’을 취재한 각 언론사의 반응은 한마디로 ‘중국이 두렵다’였다. 전 세계 3,800개 참가 기업 중 3분의 1이 중국 기업이었을 뿐만 아니라 인공 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드론, 3D프린터 등의 첨단 분야에서 그들이 이루어낸 약진이 경악할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뛰어난 기술력과 막대한 자본력에 더해 거대 내수시장이라는 성장 잠재력까지 갖춘 중국 기업들은 위협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세계적인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에 맞서 전기차 시장에 도전한 패러데이퓨처, 자체 스마트카 운영체제(OS)를 개발하여 애플과 구글의 무인차에 맞서고 있는 러스왕, 미국 컴퓨터 하드웨어업체 엔비디아와 손을 잡고 시속 100km 이상의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에 성공한 바이두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중국에서는 하루 1만 개꼴로 창업이 이루어지면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산업에서 영역으로 혁신을 일상화하라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고 기존의 강자는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기존의 강자였던 노키아는 힘을 잃었고, 핸드폰 기기를 만들어본 적도 없던 애플이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더불어 ‘빅뱅 파괴자(big-bang disruptor)’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지금까지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품질을 업그레이드하여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해왔다면, 앞으로는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하여 시장을 장악해버리는 빅뱅 파괴자들이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런 만큼 예측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동차 시장만 봐도 그렇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어떤 기업이 강자로 우뚝 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잘나가던 자동차 기업이 자칫하다가는 하루아침에 부품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

산업 간의 경계도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산업 전반에 융복합이 보편적인 추세로 등장하면서 경쟁의 장이 산업(industry)에서 영역(area)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과거에는 구글을 IT 기업으로 분류했으나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현재의 구글은 IT 기업인지 자동차 기업인지 분류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제는 같은 회사라 해도 자율주행차 영역, 로봇 영역 등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는 한 번 혁신에 성공했다고 안도하는 순간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 순식간에 혁신의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따라서 혁신의 일상화 또는 습관화로 단기적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아왔던 내부 자원과 핵심 역량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할 수 있어야 한다. 창조적인 직원을 채용하고 일하는 방식과 인간관계, 조직문화까지 송두리째 바꾸어야 한다. 강도 높은 변화와 빠른 혁신이 가능한 기업이라야 젊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북코스모스>

- 『진정한 혁신』 중에서
(김찬배 지음 / 올림 / 280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