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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는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에너지다”라고 했습니다.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도 사랑에 목마르고 배고픕니다. 찢어지게 가난해도 사랑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것이 사랑의 신비이며 힘입니다.

옛날 가난하던 시절에는 사는 형편만 나아지면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비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풍요와 최고의 지성,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사는데도 왜 세상인심은 오히려 더 각박하고 사나워졌을까요?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부모가 자식을 때려서 죽였다는 소식까지 들려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강퍅한 사회에서도 사랑의 수고를 기꺼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울 SOS 어린이 마을’은 친부모가 버린 아이들을 거두어 살다 보니 10여 채의 집이 생겼고, ‘평생 결혼하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겠다’는 서약을 하고 들어온 여인들이 가슴으로 아이들을 낳고 기르고 있습니다. 정순희(58세) 씨는 1986년부터 30년 동안 50명의 자식을 길렀습니다. 그사이 장성해서 결혼한 자식도 있고 손주도 12명이나 생겼습니다.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정순희 씨는 걸핏하면 학교에서 싸우거나 가출하는 아이들 때문에 속을 끓였습니다. 친엄마가 아니라서 저런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큰소리 내기도 조심스러워 정순희 씨는 지난 세월 참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키운 자식들이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키우면서 “엄마는 날 어떻게 키웠어?” 하며 자신의 노고를 알아주고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합니다.

사랑의 수고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가슴이 찢어져도 묵묵히 참고 인내하며 견뎌 내는 것입니다. 가정도 버리고 자식도 버리는 너무나 이기적인 사회에서 끌어안고 인내하며 가정을 세우는 이런 분들 때문에 세상은 살 만한 곳이 되고 있습니다.

뉴욕 메츠의 투수이자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구원투수로 명성을 날린 야구선수 팀 버크는 한창 잘나가던 1991년에 돌연 야구계를 떠났습니다. 당시 그가 받던 연봉은 2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22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은퇴한 이유는 놀랍게도 입양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입양한 아이들 모두가 장애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큰딸 스테파니는 한국에서 조산아로 태어나 심장에 구멍이 뚫려서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습니다. 둘째 라이란은 과테말라에서 온 남자아이인데 갑상선과 정신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셋째 니콜은 첫째 스테파니처럼 한국 여자아이로,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이 없고, 심장에 문제가 있으며, 간질이 있어 하루에도 수십 번 발작을 했습니다. 넷째 웨인은 베트남 남자아이로, 내반족을 앓고 길거리에 버려졌습니다.

지난 1991년, 버크는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뉴욕 메츠로 이적되어 뉴욕으로 떠나야 했는데, 그때 마침 셋째 니콜의 심장수술이 있었습니다. 수술을 받은 지 1시간도 못 되어 니콜이 사경을 헤매게 되었고, 버크는 안절부절못하는 아내를 남겨 두고 홀로 뉴욕으로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때 버크는 자기가 있을 곳은 야구장이 아니라 아이들과 아내가 있는 가정이라고 여겨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세상이 원치 않는 아이들일 거예요. 그렇지만 그 생명을 누군가 돌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처음에 우리는 우리가 아이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죽을 아이들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 깨달은 것은 오히려 이 아이들이 우리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아이들은 우리에게 감사와 행복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고통을 극복할 힘을 주고 참사람이 되게 해 주었습니다.”

사랑의 수고는 인생에 절대 손해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인생을 초라하게 만들지도 않습니다. 사랑의 수고야말로 최상 최고의 선물이며 축복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랑은 내 성격과 성품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어지느니라 그의 성령을 우리에게 주시므로 우리가 그 안에 거하고 그가 우리 안에 거하시는 줄을 아느니라”(요한일서 4:12~13)

나는 할 수 없지만 내 안에 하나님의 사랑이 거하면 할 수 있습니다. 성령께 마음을 열면 성령이 내 마음에 오셔서 내 영과 마음과 생각을 주장하시고 이와 같은 사랑의 수고가 쏟아져 나옵니다. 사랑할 수 없는 것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이 나옵니다.

묵묵히 사랑의 수고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사랑의 향기가 있습니다. 사랑의 향기에 취해 따라오는 돕는 손길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손길이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북코스모스>

- 『뿌리 깊은 신앙』 중에서
(유재필 지음 / 두란노 / 256쪽 /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