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11.jpg
“가난하고 버림받은 여성들을 통해 저의 눈멀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예수님에 대해 눈뜨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자에게 온 복음, 갇힌 자들을 해방하는 복음, 억눌린 자에게 자유를 주는 복음, 그리고 예수님을 볼 수 있는 아웃사이더가 아닌 인사이더로서의 여정이 바로 이 사람들을 통해서 가능했습니다.”

프리셋(Freeset) 설립자 케리 힐튼(Kerry Hilton)이 제11회 IBA(International Business Alliance) 서울컨퍼런스의 주제 강사로 초청돼 BAM(Business as Mission) 사역을 시작하게 된 동기와 이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간증했다. 프리셋은 인도 캘커타에서 매춘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자립과 회복을 돕는 기업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낮은 곳을 향하는 비즈니스’를 주제로 23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장충교회(남창우 목사)에서 진행 중이다.

뉴질랜드 태생인 케리·애니 힐튼 부부는 1999년 하나님의 보내심에 순종하여 4명의 자녀와 함께 인도 캘커타 소나가치(Sonagachi)로 이주한다. 그리고 그 지역이 1만여 명의 매춘 여성이 있는 인도 최대의 사창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힐튼 부부가 지역사회 사람들과 사귀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인도 전역에서 온 이 여인들이 자신의 선택에 의해 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가난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속아서 사창가에 팔린 이들이 많았다”며 “남편에게 속아서 팔려와 고향에 남겨진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일하고 있는 어머니들, 가난한 마을을 살리기 위해 어머니와 아버지가 팔아서 온 소녀들도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힐튼 부부는 자신에게 묻기 시작했다. ‘만약 이 여성들이 이곳에 있는 것이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이제 이들에게 선택을 주는 방법이 없을까’, ‘이 폭력적이고 착취적인 비즈니스가 여성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빼앗았다면, 이들이 여성으로서 존엄성을 찾는 비즈니스는 무엇일까’, ‘그들이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비즈니스는 무엇일까’. 힐튼 부부가 여성들과 시작한 비즈니스는 재봉틀로 가방, 티셔츠 등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렇게 설립된 프리셋은 많은 여성을 매춘의 굴레에서 해방시키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했다. 현재 300여 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는 프리셋은 친환경 패션 제품을 생산하며 교육, 건강, 탁아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다.
i22.jpg
프리셋 설립자 케리 힐튼(좌측)이 23일 오전 장충교회에서 진행 중인 제11회 IBA서울컨퍼런스에서
 주제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눈 떠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

“처음 이 지역사회를 알게 됐을 때 그곳의 여성들이 ‘제가 나쁜 여성이라고 생각하세요? 당신도 저를 나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질문했습니다. 그 지역사회 전체에서 이 여성들을 나쁜 여성으로 여기는 폭력이 있습니다. 저는 약간의 자만심 때문에 ‘나쁘지 않습니다’고 말했는지 모릅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저는 여전히 장님이었습니다.”

케리는 “예수님은 가난한 자들에게 복음을 주시고, 포로 된 자에게 자유와 갇힌 자에게 해방을 주시며 눈먼 자들의 눈을 밝히신다고 하셨다”며 “가난한 자를 위해 일하라고 저를 부르신 줄은 알고 있었지만, 한때 볼 수 있다고 생각한 내가 바로 맹인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이해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다윗의 자손 예수여’라고 외친 맹인 거지 바디매오, 옥합을 깨트려 주님의 발을 향유로 적시고 머리털로 닦았던 마리아의 이야기를 들며 그는 “바디매오는 볼 수 없었지만 예수님의 정체성을 몰랐던 군중과 달리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정체성을 이미 알고 있는 ‘눈뜬 자’였고, 옥합을 깨트린 여인도 시몬보다 예수님을 훨씬 더 잘 영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수님은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의 눈을 열어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보게 하신다. 저도 여인이 옥합을 깨트린 후 예수님이 시몬에게 던진 두 가지 질문에 장님 됨이 벗겨졌다”고 간증했다.

케리는 또 “많은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복음은 부자야말로 가난한 사람들의 복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저와 제 아내가 발견한 것은 소나가치의 가난하고 버림받은 여성들을 통해 우리의 눈멀었음을 깨닫고 예수님을 보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가 바로 눈을 떠야 할 자들”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날 그는 “프리셋을 운영하면서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우리는 매일 공장에서 일과 예배가 같이 이뤄진다. 그리고 매일 직장에 모여 일함으로써 그리스도의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p22.jpg
IBA 사무총장 송동호 목사가 23일 컨퍼런스 첫날 아젠다 세팅을 인도하고 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한편, 이날 남창우 장충교회 목사는 “이 컨퍼런스를 통해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교회가 튼튼해지고 여러분의 삶에 기쁨과 사랑, 봉사가 넘치는 아름다운 역사가 일어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IBA 사무총장 송동호 목사는 “BAM 기업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영적 변혁 구현이 목표로, 우리 삶 가운데서 그것을 실현해냄으로써 삶의 모든 영역과 지역 모든 곳에서 더 큰 하나님의 영광과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회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복음의 필요를 가진 자들 속에서 일하고 사랑하며 성육신적 삶을 살고, 낮은 곳을 향하는 비즈니스를 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33.jpg
기도하는 제11회 IBA서울컨퍼런스 참석자들. 사진=이지희 기자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