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현장에서의 단기봉사는 운영 방법에 따라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직접 복음의 씨앗을 떨어뜨리고 돌아올 수도 있고, 기도를 쌓거나 선교사들에게 복음 관심자들을 연결시켜 주면서 보이지 않는 씨앗을 뿌리고 돌아오기도 한다. 문제는, 단기봉사 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작게는 개인 소지품의 분실에서부터 크게는 질병, 재해, 강도, 체포, 억류 등 예상하지 못한 위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분명한 사실은 한 사람이 당하는 위기가 팀 전체가 당하는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장 선교사와 현지 영혼들, 파송교회, 파송선교단체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에 고통과 타격을 주고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재정과 시간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주최하고 한국위기관리재단(KCMS)이 주관하여 서울침례교회에서 열린 위기대응 훈련세미나에서는 단기봉사팀 위기관리에 대한 정보가 공유됐다.
k11.jpg
최근 서울침례교회에서 선교단체 실무자, 지역교회 단기봉사팀 리더를 위한 위기대응 훈련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이지희 기자
선교 소명 가지고 단기봉사 가야

단기봉사를 갈 때에는 최소 2달 전부터 구성원들이 선교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영적으로 무장하도록 집중 기도, 팀 정신 고취, 팀 빌딩, 체력단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KWMA 전략총무 김병일 선교사(아래 사진)는 “봉사팀이 여행의 개념이 아니라 선교에 대한 분명한 소명과 사명을 가지고 가도록 주지시키는 것이 위기의 가장 강력한 예방주사”라고 강조했다. 영적으로 깨어있고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없으면 위기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전방위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k3.jpg현지에서 사건사고 등 위기 상황을 맞이했을 때 책임은 1차적으로 현지 선교사나 현장팀에게 있으나, 모든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해당 봉사팀의 지역교회에 있다. 김 선교사는 “그래서 지역교회들은 주님이 바라시는 지역보다 목회자가 보내고 싶은 지역에 단기봉사팀을 많이 보내게 된다”며 “중요한 것은 현장팀의 성격과 선교사의 은사를 정확히 파악한 후 봉사팀을 맡겨야 하며, 무엇보다 현지 언어 구사능력과 현지 위기 발생 시 대처능력 유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선정해 팀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 개별 행동과 행정적 문제도 주의해야 한다. 모든 일정이 끝난 후 마지막 날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경찰에 오해를 받아 억류, 조사를 받으면서 팀 전체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며, 일부 가난한 국가에서는 세관신고서를 잃어버리거나 정확한 금액을 쓰지 않아 벌금을 내거나 달러를 빼앗기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행정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오리엔테이션 자료는 현장 담당선교사로부터 사전에 받아서 출국 전부터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

지역에 따라 스마트폰, 카메라 등을 잘 보이게 들고 다니면 절도, 절취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출국 전 건강진단, 예방접종 실시, 개인 신상파일 작성(가족 비상연락처, 혈액형, 백신접종 증명, 건강특이사항), 여행자보험 가입 및 보험증 휴대 등의 준비도 필요하다.
k44.jpg
조태진 교수가 선교현장에서의 응급처치 방안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봉사팀의 팀워크는 기본

기본적인 이야기지만, 봉사팀의 팀워크가 좋지 않으면 사역 자체가 어렵다. 준비 과정에서 남을 비난, 비판하는 말을 하지 않도록 하며, 개인주의적인 문화에서 자신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교제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김 선교사는 “여호수아와 갈렙의 이야기처럼, 늘 격려하고 축복하고 위로하고 사랑하고 감사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말로 사단에게 빌미를 주어 팀이 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식적으로는 안 되는 이 부분을 8주 과정을 통해 계속 훈련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봉사팀이 직면할 수 있는 위기 사례별 스터디를 통해 미리 위기를 예측하고 대비책을 세워 위기를 피하거나 위기의 여파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안 지역에 갈 경우 SNS에 관련 정보를 올리지 않도록 하며, 카메라, 휴대폰, 노트북, 아이패드 등의 사용에도 유의하여 일체 자료를 남기거나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보안 지역에서는 증거가 될 만한 전도지, SD카드 등의 자료를 무작위로 배포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현지에서 일방적인 구타나 폭력을 당할 수도 있으므로 가능하면 골목이나 으슥한 거리에 절대 가면 안 되고 시야가 트인 거리를 다녀야 한다. 잘못하면 마약 운반 등 범죄에 연루될 수 있어 그 누구의 짐이나 서류, 문서박스 운반 부탁을 받지 않도록 한다.

단기봉사팀 내 위기관리 팀(CMT, Crisis Management Team)을 만들어 영적 전장에서의 준비 태세와 조직, 시스템을 가지고 가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더운 여름 철 일정이 끝난 후 물놀이를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단기봉사팀의 물놀이는 피해야 한다. 현지 문화의 몰이해로 오는 사고도 있다. 성적 사고방식이 우리와 다른 이슬람권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말을 걸거나 웃는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옷차림도 유의해야 한다.

김병일 선교사는 “한국에서 나가는 팀뿐만 아니라 현지의 장기선교사도 필드 위기상황 대응체제를 갖추고 있는지, 위기 예측과 비상대책이 있는지 점검하고 방문팀의 사역 내용과 일정을 잘 확인하고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여 돌발상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k2.jpg한편, 위기대응 훈련세미나에서는 위기관리의 원리와 구조, 선교사 위기관리시스템 구축과 운영(KCMS 연구소장 도문갑 목사), 선교사 위기관리 표준정책 및 지침, 위기관리와 성경적 원리, 개인 위기대처 방안(KCMS 김진대 목사·사진), 외교부 재외국민 보호대책, 선교단체 사례발표(인터서브코리아 부대표 김기학 선교사), 응급처치(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조태진 교수), 멤버케어의 이해와 실제(MCC 공동대표 이경애 선교사), 워크숍(KCMS 훈련원장 김정한 목사) 등을 다뤘다.

KCMS 사무총장 김진대 목사는 “앞으로 선교현장의 위기관리 훈련을 운영할 기본 과정을 모두 다뤘다”며 “3년만에 다시 국내에서 위기관리 훈련을 실시하면서 위기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