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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5:23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형제간의 갈등과 경쟁의 원조는 구약의 창세기 4장 1~8절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가인과 아벨이 하나님께 예물을 바쳤는데 동생인 아벨의 예물은 받고 오히려 형인 가인이 바친 예물은 받지 않으셨다. 가인은 치밀어 오르는 분을 참지 못하고 나중에는 아우를 들로 가자고 꾀어 데리고 나가서 돌로 쳐 죽이는 인류 최초의 살인자가 되었다.

성서에서 수많은 형제 갈등이 나온다. 요셉도 형제들의 미움을 받아 애굽으로 팔려가 죽다시피 하다 살아났다. 갈등의 원인은 간단하다. 부모님이 막내 요셉만 사랑한다고 오해하는 순간 일이 벌어졌다. ‘믿음의 조상’ 야곱도, 아버지로부터 형인 에서가 받을 축복을 받았기 때문에 형에게서 분노를 샀다. 돌아온 탕자도 형의 질투심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 그래도 성서에서 형제 갈등은 용서와 화해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자 딤 사이먼트는 “출생서열이 낮은 사람들이 표준화된 시험에서 성적이 더 부진하고, 학업성적도 부진하며, 명망 있는 직업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열등해서가 아니다. 맏이들이 명망 있는 직업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권위에 순응하고 이를 추구한다며 못마땅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출생서열이 직업적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는 출생서열이 높은 사람이 연봉도 높았다. 맏이는 동생들보다 교육의 혜택을 더 많이 받으므로 더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결과였다. 그러나 맏아들이 초기에는 유리하지만, 30세가 되면 이전 장점의 효과가 사라졌다. 이유는 연봉이 더 나은 직업으로 바꾸려는 의향이 강하고 더 자주 일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다. 맏이들은 출생서열이 낮은 사람보다 위험 회피성향이 더 강하다. 학업성취도는 막내보다 맏이가 2.3배 높았으며 반항아는 맏이보다 막내일 확률이 두 배 높았다.

형제간의 경쟁(sibling rivalry)은 만 3세 때부터 시작된다. 그전까지는 형제보다 부모 중에서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집중하면서 상하관계에 치중한다. 그러나 3세 이후에는 형제와 서로 다름을 알게 되면서 민감하게 인식하며,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형제간에 경쟁하고 서열을 느끼고 죽어라고 싸우기도 한다. 이때 서열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다양성과 수용성을 터득하지 못하면 그때부터 모든 문제가 복잡하고 어렵게 된다.

국내 재벌 2곳 중 1곳은 혈족 간에 상속재산이나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에 온갖 다툼과 싸움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40대 재벌그룹에서 롯데그룹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곳은 모두 17개로 조사됐다. 재벌그룹 절반 가까이가 총수 일가 형제 등 혈족 간 다툼을 벌일 정도로 경영권 싸움이 잦은 편이다. 형제의 난으로 대표되는 기업 중 한진그룹은 창업주의 2세 형제들이 유산 분배 등 재산 문제로 법적 분쟁을 했다. 지난해 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을 겪었던 롯데그룹 2세들의 경영권 다툼, 두산그룹 2세들의 경영권 다툼,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형제간의 다툼으로 안타까움을 더했고, 녹십자 홀딩스도 부모와 자식간의 돈 다툼이 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다. CJ그룹 2세 경영 승계 작업에서 경영권 분쟁, ‘왕 회장’으로 통하던 정주영 회장의 현대그룹 계열분리, 국내 1위 재벌그룹 삼성 일가의 소송전은 결국 삼성 측이 승소하고 이맹희 전 회장의 상고 포기로 막을 내렸다.

이처럼 재벌의 사회 전반에 걸친 영향력, 호감, 경제성장·사회발전 기여도, 경영능력 등은 금수저라는 명분 아래 초고속 승진 이외에는 어떤 것도 경쟁력이 없으며, 특히 인성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인격적이고 비인간적인 병적인 우월감으로 채워져 있다. 사회 자체를 지배와 피지배 계급으로 나누고 재벌 2세라고 하는 특권층의 기득권 의식이 깊이 내면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보면 타인의 불행에 즐거워하고 타인의 좋은 일에 속상해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으로 충만하다. 남들이 실패해야 행복하다는 두 얼굴의 인간들이 펼치는 온갖 이기심만이 넘치는 것 같다.

흔히 말하는 흙수저들의 대부분은 지나친 병적인 열등감에 찌들어 있다면, 금수저인 그들은 마찬가지로 지나친 우월의식에 빠져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공자는 중용(中庸)을 매우 소중한 가치로 여겼다.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침은 부족함과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지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상태를 가리켜 중용이라고 했다.

아들러도 마찬가지로 지나친 열등감은 우월감보다 못하며, 우월감도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우월감정은 열등감에 대한 방어로 나타나는 경우로 보았다.

최원호 서울한영대학교 겸임교수, <열등감, 예수를 만나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