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연방 쿠르디스탄 지방정부의 대통령 법률자문을 맡은 무함마드 하산(Dr. Muhammad Ihsan) 이라크 아르빌국제대학교 총장은 15일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KUIS)에서 열린 특별 강연회에서 “한민족과 마찬가지로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많은 전쟁을 치르며 역사상 늘 고통을 겪어왔던 쿠르드 민족의 미래는 이전보다 밝고 긍정적이다”며 “지난 실수들을 다시 반복하지 않고, 다른 국가들의 실수에서 배워 더 희망찬 쿠르드 국가를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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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하산 아르빌국제대학교 총장(오른쪽)이 15일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 강당에서 초청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이를 위해 아르빌국제대학교의 쿠르드 민족 학생들을 한국에 보내 지도자로 양성하고,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타산지석의 경험을 얻기 위해 방한했다고 밝힌 그는 “오늘날 여러분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있지만, 한국은 많이 진보된 민주주의를 갖고 있으며 우리의 것보다 아주 양호하다”면서 “여러분 나라의 정치적 ‘타락’의 정도는 우리에게는 신의 선물”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더 나아가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산 총장은 영국 킹스칼리지에서 국제법 박사학위, 영국 엑스터대학교에서 아랍, 이슬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대외지역협력부 장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이라크 연방 쿠르디스탄 정부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그가 총장을 맡은 아르빌국제대학교는 2009년 쿠르드 국가 건설을 위한 지도자 양성을 위해 설립됐으며, 현재 총 4백여 명의 학생이 4개 단과대(공과대학, 경영대학, 법학 및 국제관계대학, 교육대학)에서 영어로 교육받으며 글로벌 리더십으로 성장하고 있다. 향후 쿠르드와 이라크를 넘어 더 넓은 지역에서 최고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비전으로 세웠으며, 양질의 교육 환경을 제공해 지역 사회를 위한 전문 인력 및 리더 창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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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하산 아르빌국제대학교 총장 초청 특별 강연회가 15일 열렸다. 사진=이지희 기자

국가 없는 최대 민족집단 ‘쿠르드 민족’

하산 총장은 이날 ‘이라크와 시리아의 IS(이슬람국가) 사태와 쿠르드 민족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특별 강연회에서 이슬람 국제전선의 핵심으로 부상한 IS 사태와 난민, 쿠르드 민족의 문제와 미래 전망을 소개했다. 인구 3,500만 명의 지구촌 최대 소수민족인 쿠르드 민족은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 등 4개 국경에 걸친 쿠르디스탄 지역에서 국가 없이 분단 상태로 거주하면서 곳곳에서 분리독립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또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지역을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로서, 이라크 유전 지대에서 IS와 무력으로 대치하고 있다.

하산 총장은 쿠르드 민족에 대해 “오늘날 국가가 없는 가장 큰 민족집단”이라며 “역사적으로는 한국과 같이 터키, 이란, 아랍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늘 분쟁 가운데 있었으나 1900년대 들어 가장 어려웠던 1980년대 ‘집단 학살’의 기간, 곧 사담 후세인 통치 아래서 총 18만2천 명이 인종 학살을 당했다. 단 5분 안에 5천 명이 사살되는 일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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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하산 아르빌국제대학교 총장 특별 강연 참석자 단체사진. 사진=이지희 기자
IS 테러리즘 확산 최전선에서 활약

하산 총장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수니파, 시아파의 갈등으로 인한 내전이 일어났지만, 사실 쿠르드 민족은 이 전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서 알카에다와 IS와의 전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S에 의해 법이 없고 무자비하며 이전에 유례없던 가장 잔혹하고 잔인한 역사가 시작되자 쿠르드 민족은 국제사회 가운데서 IS와 반대되는 뜻을 취했다”며 “우리는 국제사회를 통해 IS를 멈춰 세우는 데 성공했으며, 이라크 땅에서 유일하게 IS를 몰아낸 민족”이라고 말했다. 곧, IS 테러리즘의 확산을 막는 최전선에 쿠르드 민족이 있음을 알린 그는 “적어도 이라크 북부의 쿠르디스탄은 자체 군사력과 석유 자원을 기반으로 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준독립국가를 수립했기 때문에 쿠르드 민족은 현재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운 시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산 총장은 또 “많은 학자와 정치인이 ‘지금은 쿠르드 민족의 때’라고 말하는데,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일어나는 일을 보면 큰 희망이 있다”면서 “만약 쿠르드 민족이 규합하고 모여 끝까지 민주주의를 고수한다면 다시 국가를 세울 수 있으며, 연합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그냥 국가 가운데 뿔뿔이 흩어져 있는 민족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쿠르드 민족이 민주주의의 진보를 위해 애쓰고 인권을 향상시킨다면 앞으로 쿠르드 민족의 미래는 밝다”며 “개인이 어려움에 도달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국가도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지 않으면 이를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시리아 내 쿠르드 민족 자치구의 독립 가능성을 설명하며 IS에 대해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은 ‘IS 1부’ 책에서 마지막 장의 첫 번째 부분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이라크, 시리아에서도 내전은 곧 끝나게 될 것이며, IS는 북아프리카, 아마도 리비아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산 총장은 “그리고 ‘IS 2부’라는 책은 리비아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거기서 IS는 유럽의 많은 나라를 공격할 것이며, 다른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계속)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