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3.jpg“우리 아이들은 날 때부터 디지털 언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디지털원어민’입니다. 디지털 기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가르칠 필요도 없습니다. 완전히 패러다임의 전환이지요.”

국제적인 어린이, 청소년 성경보급 선교단체인 원호프(OneHope)의 제레미 웨스트(Jeremy West·사진) 아세아태평양본부장은 11일 서울 양재동 횃불선교센터 믿음홀에서 열린 제8회 4/14윈도우포럼에서 “미국에서도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미디어의 해악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가장 중요한 화두”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그는 “우리가 처한 미디어 현실의 진짜 위험성은 어린이, 청소년과 부모 세대의 디지털 격차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대 간 디지털 격차가 유해한 미디어 환경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하는 일에 공백을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2015년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십대는 하루 약 9시간 미디어에 노출됐고, 8~12세 아동은 하루 약 6시간 미디어를 사용했다. 또 미국 십대 청소년 중 92%가 매일 인터넷에 접속하고, 십대 청소년의 75%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13~17세의 71%는 페이스북을 사용했다(Lenhart, 2015).

이날 ‘미국 어린이/청소년 미디어 대책’에 대해 발표한 웨스트 아태본부장은 “사회가 점점 더 디지털화되면서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아이들이 미디어에 접근하고 있다”며 “미디어는 다음세대에 손을 뻗을 수 있는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변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와 관련한 다음세대의 경향에 대해서는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아이들은 다 같은 콘텐츠에 접근하고 있으며, 동일한 십대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며 “20세 미만의 Z세대 문화에 부모세대가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Z세대의 미디어 경향으로 그는 스마트폰 사용과 인터넷 접속 증가, 가상현실 헤드셋 사용,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현실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합성해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 탈제도권 및 탈집중화 현상(숙박공유 플랫폼 AirBnB 등), 팔로잉의 가치(Weworewhat 등), 개인 평가(스마트 헬스케어 FitBit 등), 3-D 프린팅 시대 등을 꼽았다.

웨스트 아태본부장은 “특히 부모 모르게 보는 미디어 콘텐츠로부터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많을 것”이라며 “여기엔 부모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부모가 먼저 아이들이 사용하는 앱들과 보호 장치, 미디어의 장기적 폐해 등을 정확히 알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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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문 차 제8회 4/14윈도우포럼에 참여한 제레미 웨스트 아태본부장이 해외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통역은 구지연 할렐루야교회 통역 팀장이 맡았다. 사진=이지희 기자

스마트폰, PC, 텔레비전 등 미디어에 과잉 노출된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첫 번째 문제점은 대인관계 기술의 부족과 사회성 결여다. 그는 “미국의 많은 십대가 일대일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상대하지 못한다.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밖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방 안에서 게임만 하면서 당연히 따라오는 소아비만의 증가를 비롯해 수면 장애, 집중력 결여, 행동 장애, 사회적 신호 감지 능력 결여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난주 미디어 관련 회의에서는 미국 아이들의 평균 집중 시간이 8초라는 보고가 있었다”며 “8초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중요한 메시지를 아이들이 알아듣게 하려면 8초 이내에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우리가 8초 이내에 해내지 못한다면 아이들은 바로 무시하고 넘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도 청소년이 집에서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37초라는 조사가 있는데, 원호프에서도 전 세계에서 이와 비슷한 통계 조사를 한 결과 5~10분이 최대였다”며 “우리가 부모로서 아이들과 하루에 겨우 5분의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은 미디어에 9시간 동안 심취해 있다면,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매일같이 SNS 왕따나 음란물에 노출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유해 미디어로부터 보호하는 궁극적인 방법은 부모들이 교육을 받아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잘 알고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이 일에 교회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부모들도 아이들이 사용하는 앱을 전혀 모르고, 나쁜 앱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앱을 설치할 수 있음에도 이런 앱조차 몰라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며 “교회들이 앞장서서 부모가 아이들을 미디어의 해악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할 여러 가지 자원과 도구를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j1.jpg웨스트 아태본부장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바로 예수님과의 관계”라며 “만약 다음세대가 예수님과 교제하게 된다면 스스로 미디어를 절제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세대가 예수님과의 관계를 잘 만들어갈 수 있다면, 미디어를 끊고 변화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될 것이며 그럼으로써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모들은 아이들이 하나님의 본연의 뜻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호프의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기독교 소프트웨어 개발 전략을 묻는 말에는 “앱 개발 시 사람들이 많이 알고 사용하는 앱을 가진 단체와 같이 하라”며 “우리는 2억 번 이상의 다운로드가 이뤄진 최고 인기의 성경앱을 보급하는 유버전(YouVeersion)과 공동으로 어린이 성경앱(The Bible App for Kids)을 개발했다”며 “이를 위해 수십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번역 과정에서 더 많은 돈이 투자될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어린이 성경앱은 4세 이상 아이들에게 성경적 세계관이 녹아들어 갈 수 있도록 개발한 앱으로, 41개 성경 이야기를 영어, 한글 등 13개 언어로 번역해놓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도와 양육 사례에 대해 웨스트 아태본부장은 “어린이 성경앱을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보여주거나 단편영화, 성경구절 문자를 활용하기도 한다”며 “사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건 간에 인간적인 터치가 들어가면 제일 효과적이기 때문에 스마트기술을 활용하더라도 나중에 일대일로 만나 어떤 것을 느끼고 배웠는지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원호프는 전 세계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예수님을 전하기 위해 지역교회, 선교단체와 협력하고 있다. 어린이 전도지 및 전도책자, 성경앱 등을 개발, 보급하고 부모 가이드도 제공하고 있다. 일부 가난한 국가에서는 어린이, 청소년의 청결 위생 문제를 돕고, 단편영화, 연극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작년에는 4/14윈도우한국연합과 공동으로 어린이 성탄만화책 ‘크리스마스, 희망의 이야기’를 출판하여 3만 부를 무료로 배포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