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이슬람 테러단체에 납치된 버스 승객 중 기독교인들이 무고한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용감한 이슬람교인들이 종교를 가려내는 것을 거부하여 모두가 목숨을 건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21일(현지시간)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부 만데라 카운티로 향하던 시외버스를 납치한 이 무장단체 요원들은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한 뒤 무슬림이 아닌 승객들은 버스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일부 이슬람교인 승객이 "우리 모두 죽이든지, 아니면 내버려두라"며 비무슬림을 가려내 살해하려는 납치범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자칫 기독교인뿐 아니라 이슬람교인까지 모두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할 수 있었지만, 종교 분리 거절에 납치범들은 그대로 자리를 떠버렸다.

대신, 도주를 시도한 승객 1명 등 2명이 사망하고 버스운전사 등 3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d1.jpg
데일리 네이션 홈페이지 캡쳐
병원에 입원 중인 생존자 아단(Adan)은 "그들이 버스를 향해 쏜 총알 중 하나가 내 엉덩이에 박혀 부상당했다"며 "우리는 버스에서 내렸지만, 한 사람이 도망치다 사살됐다"고 말했다. 또 "공격자들은 종교에 따라 승객들을 분리하려 했으나 마주오는 대형 트럭 소리를 듣고 경찰인줄 알고 수풀로 흩어져버렸다"며 "이후 경찰이 아닌 줄 알고 그 대형 트럭을 세웠다"고 말했다.
 
버스 납치 후 기독교인 처형을 시도한 이 테러단체는 소말리아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조직인 알샤바브로 추정되고 있으나, 아직 알샤바브 측에서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다.

만데라 카운티 알리 로바 주지사는 21일 현지 일간 데일리 네이션에 "승객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기독교인을 가려내려는 테러범들의 요구를 거절했다"며 "승객들의 거절로 시간이 지체되자 인근 마을 주민들의 보복을 두려워해 황급히 현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또 케냐에는 지난 3주 동안 알샤바브 요원 200여 명이 케냐로 넘어왔다는 보고가 접수되는 등 테러조직이 국경을 넘어 활발히 활동하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지사는 밝혔다.

알샤바브는 지난 4월 인근 가리사 대학교에서 기독교인들만 골라낸 후 그 자리에서 대부분 학생인 148명을 사살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