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은 대지진으로 현재 집계된 사망자가 8,60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 숫자는 인구대비로 볼 때 중국 스촨성 지진보다 더 큰 비율입니다. 중국이 네팔보다 인구가 50배 많으므로 지진으로 네팔이 1만 명 정도 죽었다고 볼 때, 중국의 인구로는 50만 명이 죽은 셈입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살아남은 자는 더 큰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두 딸과 아내를 잃은 젊은 아빠는 삶의 의지를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같이 예배를 드리다 자기 눈앞에서 남편 목사와 아들을 잃은 그 아내는 자리에 누워 식음을 전폐하고 있습니다. 그 목사와 같이 16명의 성도가 예배를 드리다가 건물잔해에 묻혀버렸습니다.

지진을 겪은 어떤 선교사의 부인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끼도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여 본국으로 후송되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여성은 금이 간 자기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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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한인 선교사들은 네팔주재한국선교사협의회 재난대책본부가 지난 10일 해산한 후에도
 꾸준히 구호사역을 하고 있다. 5월 21일 지진 피해지역을 방문한 한 선교사가 구호사역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제공='네팔을 위해 기도해주세요'(Pray for Nepal) 페이스북

사람이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삶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고, 행동이 현저히 축소되며 과도하게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될 뿐 아니라 심한 중독물에 노출될 확률이 커집니다. 큰 재난을 겪은 후 나타나는 현상은 급성 스트레스성 장애지만 이 장애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즉, 트라우마로 고착되어 장기적인 정신장애로 남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트라우마 현상은 6개월까지 나타날 수 있지만 6개월 후에는 더 증폭되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 증상을 후기 손상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라고 부르며, 이것은 충격 당시를 다시 떠올리는 재경험증상(Reexperiencing symptoms), 비슷한 상황을 회피하는 회피증상(Avoidance symptoms)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고도로 증폭되어 일어나는 과잉유발증상(Hyper Arousal symptoms)으로 발생되기도 합니다. 이런 증후는 여성과 아이, 청소년과 노인들에게 각기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증상을 다루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해야 합니다.

이제 네팔은 지진 후 구조(rescue)와 구호(relief) 단계를 지나 재활(rehabilitation)과 재건(reconstruction)의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재활과 재건의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재난 후의 트라우마를 잘 치유하고 재건의 단계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훈련된 크리스천 상담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의 임마누엘 병원 심리치유팀이 들어와 지금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팀으로 나누어 역할극을 하며 실습을 합니다. 여성과 아이들, 장애인과 노인의 입장이 되어 열연을 합니다. 웃음과 박수가 터지며 한바탕 소란이 일어납니다.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치유할 힘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들을 통해서 네팔에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며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을 기대해봅니다.

네팔에서 윤종수 목사

'네팔을 위해 기도해주세요'(Pray for Nepal)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