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신임 대표회장 신동우 목사는 기독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적 신학과 선교의 창출과 함께 국내외에서 선교를 위한 ‘연합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신 대표회장은 특히 “선교지에서 선교사들 간 연합활동을 통해 중복투자를 피하고, 전략적인 선교, 위기정보 관리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한인교회와 한인 디아스포라가 선교에 적극 동참한다면 선교지 변화에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신 이달 19일부터 2주 동안 미주 한인교회를 순회하며 한인디아스포라를 위한 집회를 인도한다. 다음은 KWMA 신동우 대표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s111.jpg
-먼저, KWMA 대표회장으로 추대되신 소감과 각오 한 말씀 부탁합니다.

“한국교회는 선교를 통해서만 살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 전체가 개혁과 갱신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선교를 통해서만 개혁과 갱신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선교는 하나님이 제일 기뻐하시는 일이며, 주님이 실천하시고, 마지막 유언으로 우리에게 주신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선교를 감당하는 한국교회가 된다면, 갱신 이후 더 놀라운 축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적 신학을 토대로 ‘한국적 선교’를 만들어가는 작업에 매진하려 합니다. 한국에 처음 들어온 외국인 선교사들이 사용한 자치·자립·자전의 네비우스 정책(Nevius Plan)에 자신학화(自神學化)를 더해 외국선교의 답습이 아닌 우리 것으로 새로운 신학과 선교를 창출하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다음세대가 한국선교를 제대로 알고, 한국선교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새 시대를 여는 시작이 되면 좋겠다는 각오입니다.”

-한국적 신학, 한국적 선교학 정립을 위해 핵심적인 부분은 무엇일까요?

“동양의 문화가 정서적이면서 감성적이라면, 서구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입니다. 이 둘을 적절히 섞어서 만들자는 것입니다. 우리 것만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서구의 좋은 점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과거 서구의 합리성, 논리성만 추구하고 쫓아가던 모습에서, 우리가 가진 장점을 같이 혼합해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자신학화는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외국 선교사들에 의해 기독교를 받아들인 지 130주년이 되었으니 신학도, 선교도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할 시대가 왔습니다. 한국교회의 많은 선교학자가 전 세계의 좋은 신학, 선교학을 다 배우고 흡수해 와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우리 것으로 개발하는 데 적절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서구의 방식을 그대로 쫓아가는 모습은 마치 우리에게 맞지 않는 큰 옷을 입은 것과 같았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합니다. 그러면 선교에서 더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동양의 정서와 감성에 서구의 이성과 논리를 포함해 상호 보완하면 자신학 정립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s222.jpg
-한국교회가 본격적인 선교를 시작한 지난 30여 년 동안 2만 6천여 명의 선교사를 파송했습니다.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으나 급성장에 따른 문제도 함께 지적되고 있습니다. 한국선교의 긍정적, 부정적 부분에 대한 대표회장님의 소견을 듣고 싶습니다.

“매우 긍정적인 부분은 ‘우리에게 열정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헌신과 도전의식’도 강했어요. 역사적으로 고난과 역경 속에서 견뎌온 잡초 민족이라, 어느 자리에서든 뛸 수 있는 저력이 있습니다. 그것이 선교현장에 접목되면서 단시일 내에 아주 좋은 효과를 보았고, 선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부정적인 면은 너무 ‘성과주의’로 가다 보니, 일부 선교사가 본국에 보고하기 위해 무모하게 사역에 도전하다가 실패의 연속을 경험하게 된 점입니다. 물량주의에서 오는 피해도 컸습니다. 단계적인 사역을 하지 않고, 단기간 많은 사람을 모으고 프로젝트로 실적을 올리기 위해 달러를 부어댄 것입니다. 또 중복투자로 인해 큰 효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아프리카의 경우 1만 달러만 투자해도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선교사 10명이 1만 달러씩, 10만 달러를 한 사역에 투자했다면 현지 정부가 인정하는 큰 기관으로 성장하고 여러 혜택도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비슷한 사역에 각자 1만 달러씩 중복해서 계속 투자하니, 성과도 안 나고 정부 혜택도 받지 못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연합활동의 결여로 선교현장의 위기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것도 안타깝습니다. 만일 선임 선교사가 위험을 당한 지역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면, 후임 선교사가 사전에 조심해 위험을 피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교단과 선교단체마다 선교전략이 다르고, 나름대로 특성이 강해 연합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교지에 들어가서는 연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서구 선교사들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서로 지역을 나누고, 500m 내 교회를 중복하여 개척하지 않는 등 규약을 정했습니다. 사역 종류도 서로 합의해 중복투자를 피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서구 선교사들이 질서정연하게 초기 한국선교를 해나간 것이 고맙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경험하고, 우리 역사의 흔적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외 선교지에 나가서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교하기도 힘든데, 연합하지 못해 우리끼리 상처받고 갈등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KWMA가 친교 위주의 선교사회를 선교사협의회 체제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제대로 효과를 얻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선교사들이 리서치한 자료, 고민하고 세운 대안과 전략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생기면 전략적 선교에 절대적으로 유익할 겁니다. 또 선교지에서 발생한 문제를 협의체를 통해 공동으로 해결할 때 영향력이 있고, 당사자들도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존 친교 위주의 모임이 아닌, 전략적인 연합사역을 위한 선교사 모임으로 변화하는 시도가 선교사님들에게 필요합니다.

선교지에 나가면 모두 동역자인데, 여기서 교단이나 선교단체, 평신도와 목회자를 의식하면 안 됩니다. 특히 현장에 나가보면, 평신도 선교사와 목회자 선교사의 간격이 큽니다. 선교현장에서 목회자는 평신도를 잘 이해하지 않고, 평신도는 목회자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선교지의 문이 계속 닫히면서 앞으로는 평신도 선교 시대가 될 겁니다. 은퇴도 빨라지고 좋은 선교 자원이 많아졌는데, 이들이 평신도 선교사로 많이 나가야 할 때이죠. 그런데 평신도들이 ‘현지에 나가면 목사님 밑에 들어가야 한다’는 한국적 사고를 하면 연합이 어려워요. 목회자도 ‘평신도 선교사는 한계가 있다’고 볼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주님의 종으로 복음을 위해 나갔는데, 평신도는 평신도대로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 선교하고 목회자는 평신도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면서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준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평신도 선교사와 목회자 선교사가 합력해서 선을 이룰 수 있다면 한국선교의 아주 좋은 기틀이 세워질 것입니다.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MVP선교회는 목회자 선교사가 갈 수 없는 공산권, 이슬람권, 불교권 등에 1백여 명의 평신도 선교사를 파송했습니다. 의사, 농부, 행정가, 기술자 등 자기 전문분야에 모두 대단한 분들이라, 현지 지역사회에서도 그분들을 환영합니다. 그런 시대적 반응을 보면서 평신도 선교사, 목회자 선교사를 나누지 말고, 각자 전문분야로 동역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제가 인도했던 KWMA 선교사 연합수련회도 그런 의미에서 목회자, 평신도 선교사가 함께 어울리는 한마당 축제로 진행해 왔습니다.”
s333.jpg
-변화하는 시대, 변화하는 선교 환경에 따라 한국 선교계에 필요한 노력은 무엇입니까.

“시대에 따른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한국에서 전체 선교전략회의를 열고, 선교지에서 지역별 선교전략회의를 열어 선교의 기둥을 세우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세대 선교인력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한국교회에 위기가 오면서 선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 자녀가 나오질 않습니다. 이는 한국교회의 굉장히 큰 문제입니다. 지금도 선교 지원자가 많이 감소해 선교훈련원에 사람이 오지 않는데, 다음세대에까지 선교 지원자가 나오지 않으면 한국선교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이들을 선교사로 키워내는 일, 곧 이들을 선교사로 발굴하고 훈련하는 일이 정말 중요한 때입니다. 교회마다 이를 홍보하고 교회의 선교 계획에 아이들 케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올해부터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MVP선교회는 1월 19일부터 청소년을 모아 선교캠프를 엽니다. 드라마, 음악 등을 활용해 다음세대에 선교를 도전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참가자 중 선교사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선교지의 한인교회가 선교의 베이스캠프가 돼 달라는 것입니다. 가령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한인교회는 지난 30여 년 동안 적어도 3백여 개 교회를 개척하는 등 인도네시아 선교에 엄청난 일을 했습니다. 이처럼 한인교회가 선교의 모체가 되고, 선교사를 후원하는 베이스캠프가 되면 선교지 변화에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한인교회에는 대사관 직원, 주재원 등 엘리트가 많습니다.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는 후진국일수록 더 좋은 인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2백여 개국 8백만 한인 디아스포라를 선교에 동력화하면, 평신도 선교사로서 지역사회 복음화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현지 학교에 다니고 문화를 배운 2세들의 언어는 선교사들의 언어보다 훨씬 훌륭할 때가 많습니다. 한인교회와 한인 디아스포라가 선교에 접목되면 굉장히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계속)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