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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코 타카미자와(Eiko Takamizawa)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일본은 지금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고, 이와 싸워야 할 교회도 너무 지쳐 힘이 없다”며 한국선교사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이코 교수는 30일 기독일보와 인터뷰에서 특히 “선교사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본 상황에 민감하고 일본인들의 예민한 감정을 잘 어루만질 수 있는 선교사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이코 교수는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이자 국내 첫 일본인 여성 선교학 교수로, 1999년부터 지금까지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 사역을 해왔다. 대학 시절 무신론에서 기독교로 개종했으며, 10년간 일반 교육계에서 가르치다 하나님 사역에 헌신했다. 한국 ACTS에서 목회학 석사를, 미국 시카고 트리니티국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에이코 교수는 이날 “일본은 크게 4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자연 재해 ▲교육적 재난 ▲가정 해체 ▲도덕적 해이를 들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계속 추락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특히 2011년 3월 대지진 이후 수년 내 일본에서 또다시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70%를 넘는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다양한 사회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속되는 화산활동은 대지진의 징조”라며 “대지진으로 일본 절반이 파괴되고, 하룻밤 사이에 43만 명이 사망 수도 있다는 예측이 발표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아 교실이 붕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가정 붕괴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에이코 교수는 “일본에 비하면 한국의 가정은 굉장히 건강하다고 느껴질 만큼 처참한 상황”이라며 “40년 전에는 직장에 다니는 유부남이 부하 여직원과 부정을 저지르는 ‘오피스 러브’가, 30년 전에는 아내들의 불륜을 말하는 ‘프라이데이 와이브즈’가, 20년 전에는 미성년자들과의 ‘원조교제’가 성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원조교제하는 나이가 더 낮아지고 있다”며 “이는 일본의 가정이 얼마나 붕괴됐는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 그는 “옛날에는 가방을 잃어버려도 발견한 사람이 돌려주곤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현관문에 자물쇠를 3~4개씩 설치하고, 무차별 살인사건, 아동 포르노그래피 증가 등도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에이코 교수는 이런 상황을 변화시켜야 할 일본교회조차 힘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일본의 복음화율은 0.2%이며 8천여 교회 중 2천여 교회가 무목교회”라며 “전체 교회의 25%는 교인 수 10명 이하의 작은 교회로, 큰 교회는 점점 대형화되고 작은 교회는 성도가 더 줄어드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교회도 대부분은 한국교회”라며 “일본인 교회 중 가장 큰 곳인 요코하마 근처 야마토 갈보리교회에는 1천2백여 명이 모인다”고 말했다.

a2.jpg일본교회의 교파주의도 일본 교세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다. 에이코 교수는 “교단별, 교파별로 찢어지고 갈라져 있는 것이 일본 기독교계의 가장 큰 문제”라며 “같은 마을에 있는 교회들도 서로 교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마다 자기 색깔을 고수하고 다른 교단, 교파와 교류하지 않으니 야성도 잃고, 힘도 잃고 아이디어 교환도 이뤄지지 않는다”며 “우물 안에서 썩어가는 것처럼 도태되고 있는 것이 일본 기독교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에이코 교수는 “이러한 일본의 교단 개념은 성경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서구 선교사에 의해 배운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서구에서 강요한 믿음이 아니라, 우리 상황 안에서 자생하는 신학이 드러나야 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인식론적 차원이나 말 뿐만의 변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복음화는 삶의 방식과 태도 등 전반적인 것을 아우르는 것일 뿐 아니라 깊은 가치와 세계관까지 건드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그는 서구의 세계관과 신학 프레임으로는 도저히 설명해낼 수 없는 아시아의 조상 공경, 공동체, 수직적 계급관계 등을 아시아 신학으로 재조명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에이코 교수는 일본의 현 상황에서 한국선교사가 일본 복음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것으로 봤다. 그는 “선교사가 필요하지만 수는 중요하지 않다”며 “대신 일본인들의 마음에 민감하게 열려있고, 잘 받아줄 수 있는 선교사들이 영향력 있는 사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식 선교’를 하는 선교사가 아닌, 한국인의 감성적 특징을 잘 발휘해 일본인을 섬길 수 있는 선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예의문화가 강해 신체적 접촉(터치)을 절대 하지 않는데, 한국은 ‘터치, 허그’를 잘한다”며 “쓰나미가 왔을 때, 일본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이재민들을 만나자마자 끌어안고 함께 울어주었다”고 말했다. 에이코 교수는 “한국 선교사의 강점은 정문화와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터치에 있는 것 같다”며 “일본교회도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