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oo년 o월 o일

중국에서 한달 반 동안 성경학습을 마치고 조선세관에 도착하였습니다. 세관에서 소지품을 검사하는 중 숨겨서 가져가던 성경과 학습교재가 발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가보위부에 넘겨져 취조를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상황은 제 힘으로는 도무지 피할 길 없는 인생의 마지막 운명을 맞이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마음속으로 오직 살아계시는 하나님께, 나를 사랑하시고 사랑하셔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주시고 십자가에 죽음으로 나의 모든 죄를 사하여 주신 이 세상에 한 분밖에 없는 하나님 아버지께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님 정말로 나의 인생이 이렇게 끝나게 하시렵니까? 절대로 난 주님을 의지하며 한 생을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를 가지고 이 책들을 가지고 왔는데, 주님께서 나를 다스려 주십시오. 또 이 책은 나에게는 없어서 안 될 양식입니다.  꼭 저를 붙들어 주옵소서. 홀로 외롭지 않게 하시고 축복해 주옵소서. 사랑하는 예수님 이름 받들어 기도합니다. 아멘.”

두명의 보위부원들이 심문을 하면서 “이 책들을 누구한데 갖다 주려고 했는가? 누가 중국에서 이 책들을 주었는가? 이 책을 가지고 가는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들의 질문에 저는 “이 책은 제가 보려고 가지고 갑니다. 저는 이 책을 그 누구한데도 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 다음부터 저에게 가해진 매는 제 평생잊지 못할만큼  맞았습니다. 그대로 앉아 2시간 반 정도는 맞은 것 같습니다.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기도 힘든데 그렇게 앉은 상태에서 무릎을 내리치는데 상상해 보십시오. 저는 신체가 남보다 약한 몸입니다. 그러나 그 무지막지한 보위부 요원들은 사정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거의 12시간이 지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의자에 묶여 앉아 있었고, 입안에서 피가 흐르고, 제 옷은 피에 젖어 축축하였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조용히 눈을 감고 “사랑하는 하나님 아버지. 이다지도 심하게 맞았는데 제 살과 뼈가 도무지 아프질 않습니다. 또 닥치는 대로 후려치고 때리는데도 감각이 없습니다. 제가 진정한 하나님의 종이라면 저를 천국으로 인도하심을 감사합니다.”라고 마음 속으로 부르짖어 기도하였습니다.

그때 보위부원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뜻밖에도 그 보위부원들은 저에게 점심식사를 갖다 주고 취조실을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수건으로 얼굴의 피를 대충 닦고 이 음식을 먹지 않으면 하나님을 모르는 북한 백성들에게 복음을 전하겠다는 뜻을 이룰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살아서 하나님의 종으로 떳떳한 열매를 맺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그 음식을 순식간에 먹어치웠습니다. 음식을 먹고 나자 제가 제일 즐겨 부르던 복음송가 <탕자처럼>이 저의 귓전 아니 심장에서부터 울려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나니 이번에는 ‘담대하라’는 말씀이 저의 심장을 울렸습니다. 그 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 오후에 심문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계속하여 두 가지 말을 할 뿐이었고 조서장에도 두 줄 밖에 쓰지 않았습니다. “난 아무것도 모릅니다. 중국의 음식점에서 일할 때 손님들이 식사하고 돌아갈 때 두고 간 것을 제가 봤던 것 밖에는 모릅니다.”

보위부원들은 오후에도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하자 제게 담배도 주고 물도 주면서 이러저러한 말로 꼬드겼습니다. 3시간 정도 취조하여도 아무런 소득이 없자 그들은 다음날 다시 오겠으니 잘 생각해 보라며 돌아갔습니다.

저녁에 의자에 홀로 앉아 있자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 오직 주님만 의지하며 주님이 저와 함께 계시기에 조금도 무서울 것이 없다 다짐하면서 제 입에서 단 한마디의 단서가 되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다음 날 또 같은 질문이 계속되었고 저에게서 아무런 자백도 받아내지 못하자 그들은 다시 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반복해서 이런 날들이 지나갔습니다. 하루는 보위부원 2명이 오더니 “너 같은 새끼는 콩밥을 한 10년 정도 먹어야 정신이 들어, 악종 같은 새끼야!” 쌍욕을 하면서 비판서를 쓰라고 종이를 던져주고 나갔습니다. 저는 계속 같은 내용을 써 놓고 혼자 앉아 있는데 제 입에서 다시

“탕자처럼 방황하던 나에게
주님의 그 음성 내 몸을 녹이셨네~
오 주님 나이제 갑니다 날 받아주소서
이제는 주님만 위하여 죽도록
충성하리…”

찬양이 힘차게 터져 나왔습니다.

찬양을 부르는데 2명의 보위부원이 들어와 제가 쓴 조서를 보더니 “지금까지 취조하던 중 너 같은 새끼 처음 봤다.”하면서 밖으로 나가자고 하였습니다.

보위부원들에게 “대체 나를 이제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감옥살이 10년인가? 아니면 총살하려고?”라고 묻는데 “잔소리 말고 밖으로 나가!”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들에게 끌려 밖으로 나가니 차가 준비되어 있고 저는 차에 태워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적같이 풀려나왔습니다. 이것은 기적이었습니다. 할렐루야!

20oo년 o월 o일 oo드림

“이는 한 아기가 우리에게 났고 한 아들을 우리에게 주신 바 되었는데 그의 어깨에는 정사를 메었고 그의 이름은 기묘자라, 모사라, 전능하신 하나님이라, 영존하시는 아버지라, 평강의 왕이라 할 것임이라(이사야 9:6)”

성경을 가지고 가다가 발각된 성도를 지키신 이가 하나님이십니다.

그리고 죽음직전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모진 고문을 당하는 중에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하신 이도 하나님이십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죽으면 죽으리라 복음을 증거하는 북한의 성도들 가운데 임마누엘의 하나님으로 함께 하십니다.